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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위밖이면 TV출연 꿈꾸지마" 신인가수들 '한숨'

"50위밖이면 TV출연 꿈꾸지마" 신인가수들 '한숨'

발행 :

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

올해 데뷔 앨범을 낸 신인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히스토리, 레이디스코드, 길구봉구 /사진=스타뉴스
올해 데뷔 앨범을 낸 신인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히스토리, 레이디스코드, 길구봉구 /사진=스타뉴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가요제작자가 깊은 한숨부터 쉬었다. 연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굵직굵직한 가수들을 여럿 배출한 명망있는 제작사 간부다. "요즘 죽겠어요. 신인들, 방송출연이 진짜 하늘의 별따기에요."


옆에 있던 다른 제작자도 거들었다. "지상파 3사가 순위제 가요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부터 신인들에 대해 너무 박해졌어요. PD 입장에서는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죠. 어차피 신인들 방송분 시청률은 떨어질 테니 '순위제' 핑계를 대고 잘 나가나는 스타 가수들만 섭외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는 방송사 해외 행사에 신인들도 다 나오라고 하고. 이건 아니죠."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우선 출발은 지상파 3사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제 부활이다. KBS '뮤직뱅크'는 순위제를 계속 해왔지만, SBS '인기가요'가 지난 3월17일부터, MBC '쇼 음악중심'이 지난 4월20일부터 순위제를 부활시켰다. 이들 프로그램 3편은 가온차트 음원-음반 판매점수(MBC SBS), 4대 온라인 음원 사이트 점수(KBS)에 시청자 평점, SNS 점수 등을 합산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순위'를 집계한다.


문제는 '순위제' 부활로 인해 신인가수들의 방송 출연 기회가 '하늘에 별따기'가 됐다는 것. 이날 만난 제작자들에 따르면 현재 "MBC '쇼 음악중심'은 자체 집계 순위 30위, SBS '인기가요'는 50위 내에 진입한 가수들만 프로그램 출연이 가능하다"고 가요 제작자들에 '통보'하고 있는 상태. 이게 다 '순위제' 부활 이후 벌어진 일이다. 물론 이들이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표명한 것은 아니지만 이 '커트라인'은 가요계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난 5일 SBS '인기가요' 출연가수 중 올해 데뷔한 신인가수는 지난 4월 데뷔한 로엔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히스토리가 유일하다. 시크릿, 홍진영, 헬로비너스, 디셈버, 씨클라운, 박재범, 샤이니, 포미닛, 케이윌 등 '잘 나가는' 기성 가수들과 티아라엔포, 유비트 등 아이돌 유닛이 빼곡하다.


지난 4일 MBC '쇼 음악중심'에는 올해 데뷔한 신인은 전무했다. 비록 지난달 데뷔앨범을 낸 홍대광과 로이킴이 출연했지만 이들은 지난해 엠넷 '슈퍼스타K4'로 전국구 지명도를 얻은 '신인 아닌 신인'이다. 음원성적도 이미 주요 사이트에서 10위권을 찍었다. 다른 출연진은 써니데이즈, 가비엔제이, 박재범, 헬로비너스, 린, 샤이니, 케이윌, 티아라엔포, 포미닛, 시크릿 등이다.


KBS '뮤직뱅크'는 출연 조건으로 순위권 진입을 내세우지는 않지만 상황이 별반 다르진 않다. 지난 3일 방송분에서 올해 데뷔한 신인은 걸그룹 딜라잇이 유일했다. 지난 4월27일 '쇼 음악중심'에선 신인 중에서 히스토리, 4월28일 '인기가요'에선 히스토리와 길구봉구만이 출연했다. 듀엣 길구봉구도 올해 4월 데뷔앨범을 내서 그렇지 이미 2011년 OST를 낸 전력을 감안하면 검증된 '중고신인'이다.


달리 생각하면 순위제 가요 프로그램에서 순위권에 든 가수들만이 출연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신인이라고 해서 이 기준을 뒤집는 것은 '특혜'일 수도 있고 기존 순위권 진입가수에 대한 역차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상파 3사 프로그램 중 가수들이 나와 제대로 자신의 곡을 선보일 프로그램이 이들 '순위제 가요프로'뿐인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부익부 빈익빈'을 부르는 그저 그럴듯한 형식논리일 뿐이다.


또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신인에 대한 푸대접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는 신인·기성을 망라한 가수와 가요 제작자가 펼칠 것이지, 방송사가 내놓을 전가의 보도는 절대 아니다. 차라리 '시청률' 변명이 더 솔직하다. 지속가능한 K팝의 자양분으로서 신인들의 '방송무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열정 없이, "한류와 K팝을 최전방에서 선도하는 대한민국 방송사"라는 지상파 3사의 외침은 그래서 몹시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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