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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폰 팬텀, 헤드폰족을 위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붐폰 팬텀, 헤드폰족을 위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발행 :

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

붐폰 팬텀 /사진=김관명 기자
붐폰 팬텀 /사진=김관명 기자

스마트폰이 몰고 온 변화 중 하나는 헤드폰의 고급화다. 번들 이어폰으로 만족하다가 스마트폰에 내장된 mp3 플레이어 성능에 주목, 10만원 미만 중저가 이어폰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첫 번째 단계. 이때 대부분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며 감격하는 게 보통이다.


이후 음원을 320kbps의 비트율이나 aiff 같은 비압축 무손실 파일로 바꾸는 등 '소스'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면 헤드폰의 유혹이 시작된다. 아무래도 업그레이드된 음원에는 내장 스피커 직경이 큰 헤드폰이 적격일 것 같기 때문. 닥터 드레, 젠하이저, 보스, 슈어, AKG, 소니, 오디오테크니카, 스컬캔디 등 유명 브랜드의 20만~60만원대 제품군이나, 주파수대역, 감도, 임피던스 같은 헤드폰 스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다 음원 해상도를 기존 16비트에서 24비트로 업그레이드하고, 기존 44.1kHz에서 "최소 96kHz는 돼야 한다"며 음원의 샘플률까지 따지기 시작하면, 웬만한 헤드폰은 슬슬 눈에 안차게 된다. "선녀가 고막을 핥아준다"는 100만원대 전후의 고급형 헤드폰을 지르거나, 고가의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을 구입해 기존 헤드폰에 맞물리는 지경까지 된다. 혹은 '소스기-앰프(DAC 프리 파워)-스피커'라는 조합을 선택, 험난한 오디오파일의 길로 접어들거나.


이렇게 하이 헤드폰 유저가 되더라도 고민은 여전하다. 여름철에 더욱 곤혹스러운 패드의 갑갑함과 땀으로 인한 불쾌감, 장시간 착용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무게감, 특히 운동할 때 짜증을 부르는 헤드폰 케이블의 존재감 등등. 특히 한적한 공원이나 방안에서까지 헤드폰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자신이 혹시 지구에 떨어진 '요다'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아, 난 그냥 음악을 듣고 싶을 뿐이라고!"


국내 출시를 앞둔 붐폰 팬텀(Boomphones PHANTOM) 헤드폰은 이런 지경에 빠진 리스너를 위해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이라 할 만하다.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붐폰이라는 회사가 지난해 미국에서 선보인 헤드폰 브랜드가 바로 '붐폰 팬텀'이다. 응답주파수 대역이 20Hz~20kHz에 걸쳐있고, 스피커 감도가 119dB에 달하는 등 헤드폰으로서 스펙은 나무랄 데가 없다. 조잡하지 않은 디자인이나 폭신한 패드의 착용감도 괜찮은 편.


음질은 어떨까. 기자가 음질테스트용으로 자주 듣는 제시 쿡의 'Tempest'와 'Breeze from Saintes Maries',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 빅뱅의 'Blue', 지드래곤의 '소년이여', 박주원의 '집시의 시간', 라 벤타나의 '향월가' 등을 흠잡을 데 없이 들려준다. 특히 헤드폰의 섬세한 플레이 능력이 필요한 제시 쿡의 기타 연주만 놓고 보면, 기자의 애장기 중 하나인 닥터 드레 와이어리스를 몇 수 능가한다. 24비트 음원인 수전 왕의 'Billie Jean'의 경우에는 스튜디오 엔지니어의 숨결까지. 물론 기자의 주력기인 젠하이저 모멘텀(50만원)이 들려주던 파블로 카잘스의 '바흐 첼로 무반주 조곡'(1939년)의 깊은 울림은 아쉽지만 가격대(국내출시 예정가 29만원)를 생각하면 이는 욕심이다.


하지만 붐폰 팬텀의 미덕은 이러한 '은밀한' 플레이에만 있지 않다. 아니, 붐폰 팬텀의 진가는 음악을 남들과 대놓고 공유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왼쪽 헤드폰 커버를 살짝 터치하면, LED가 흰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헤드폰이 2개 스피커를 갖춘 붐박스(Boombox)로 변신하는 것. 그러니까 붐폰 팬텀에는 음원을 '은밀하게'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2개, 음원을 친구들과 함께 1970~80년대 유행했던 붐박스처럼 '위대하게'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2개(채널당 출력 2W), 총 4개의 스피커가 포진됐다.


실제로 '가왕' 조용필의 '바운스'를 붐박스 설정으로 들어보니 웬만한 스테레오 사운드바 못지않다. 드럼과 베이스기타의 묵직한 저음의 맛은 역시 귀에 바싹 대고 듣는 헤드폰은 죽었다 깨나도 못 따라온다.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 로이킴의 '봄봄봄', 싸이의 '젠틀맨' 등 지난 5월을 달궜던 음원들이 짱짱하게 울린다. 맥북프로에 연결해서 들어보니 맥북프로 내장 스피커가 초라하게 보인다. 이 소리가 좀 전까지 내 귀에만 은밀하게 들려주던 그 헤드폰 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


물론 붐폰 팬텀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닥터 드레 와이어리스보다 큰 덩치와 무게감, 젠하이저 모멘텀에는 아무래도 못 미치는 음질, 그리고 케이블의 공업적 느낌 등등. 하지만 이 것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이제 괜찮은 음악을 지인들에게 소개해줄 때 헤드폰을 벗어 씌워줄 일은 없게 됐다는 것. 헤드폰을 머리에만 쓴다는 생각은 이제 버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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