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괜찮아요. 천천히 해요."
약속한 인터뷰 시간보다 다소 일찍 도착한 가수 김종서(48)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가요계에서 잔뼈가 굵은 26년차 로커. 베테랑다운 여유가 묻어났다. 마침 갓 입사한 수습기자들이 스타뉴스 사무실에서 신입교육을 받던 때. 낮은 목소리로 스쳐가듯 김종서가 하는 말. "아이고~앞으로 내가 자주 볼 친구들이네."
김종서가 최근 새 싱글 '아프다'를 발표하고 팬들 곁에 돌아왔다. 신곡은 2011년 앨범 '樂' 이후 약 2년 만이다. 도입부만 들어도 보이스의 상당한 변화가 느껴지는 이 노래는 그가 가수로서 정체성을 일깨우고 다시금 열정을 갖게 한 곡이다.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바라보며 노력한 결과물이다.
"오래된 집에 창문과 섀시를 다시 다는 느낌이라 여러모로 의미가 있죠. 2년의 공백은 스스로를 깨는 시간이었어요. 평생을 노래할 건데 어중간하게 되어버리니 좌충우돌 혼란의 시기가 많았죠. 쭉 해온 결과 올해부터 슬슬 뭔가 보이기 시작했고, 다시 제대로 만들어진 소리로 오랜 공백을 깨고 싶었어요. 조용필 선배의 신곡 결과물도 저한테 많은 자극이 됐어요.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에요."
특유의 까랑까랑했던 그의 보컬 음색이 변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tvN '오페라스타' 출연을 계기로 정식 성악레슨을 받기 시작한 것. 오랜 가수생활로 성대에 무리가 오면서 터득한 자구책이었다.
"근본적인 발성을 잡아야겠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보컬은 몸이 악기잖아요. 연주자들이 악기에 길을 들이는 것처럼 목도 그렇게 다뤄져야 하는 거죠. 이 땅에 팝 보컬을 지망하는 사람은 정말 많은데 지침이 없다는 게 개탄스럽더라고요. 배우는 친구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잘못된 정보도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프다'는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의 마음을 애처롭고 애틋한 가사가 인상적인 감성 록발라드 곡이다. 기존 웅장한 록발라드의 스타일을 벗어나 간소한 악기 편곡으로 세세한 보컬의 감성을 살리는 데 초점을 뒀다. 공백기 동안 성악을 공부하며 한층 풍성해진 성량이 곡 전체를 감싼다. 변화에 유연한 로커가 성악 발성을 통해 이뤄낸 새로운 발전이자 성과물인 듯하다.
"호흡으로 싸서 노래하는 방법으로 바뀌었어요. 노래를 들으시면 무난하게 넘어가는 것 같지만 직접 불러보면 이전 곡들보다 고음도 많고 부르기 힘들다는 걸 아실 거예요. 예전보다 볼륨이 커졌기 때문에 마치 쌓인 듯 느낌이 들 거예요."
김종서는 여전히 성악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듯했다. 단단하고 풍부한 성량이야말로 가수에게 없어선 안 될 자산이라는 것. 이를 키우기 위해서 제대로 된 발성과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싶어 했다.
"파워라는 게 목소리로 찌르는 게 아니라 호흡에서 쭉 뽑아내는 거거든요. 벨칸토 창법이 사람 몸에서 내는 가장 파워풀한 목소리인데 이 창법을 썼던 루치아노 파파로티는 생전 풀 오케스트라에서 마이크 없이 노래를 했어요. 정말 소름 돋는 일이죠. 사실 그런 공격적인 테너의 목소리가 가장 록 적이라고 생각해요."
김종서는 국내 대중가요계에 80~90년대를 주름잡은 대표적인 록 뮤지션 중 하나다. '아름다운 구속' '겨울비' '대답 없는 너' 등 무수한 히트곡을 남겼다. 최근 90년대 복고 열풍을 일으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뭐니 해도 그땐 서태지와 아이들이 '컴백 홈'을 내고 가요계를 휩쓸 때죠. 저는 '플라스틱 신드롬'으로 그 친구들과 가요프로그램 1~2위를 다퉜죠. 하하. 그때 감성 코드가 통하는 걸 보면 '참 그 말랑말랑한 시대 중심에 내가 있었구나'라는 자부심이 들어요. 막 활동하려는 시기에 나와서 좋죠."
절친한 사이이자 비슷한 시기에 왕성히 활동한 서태지에 대해선 "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친구이자 팬"이라며 "그래서 더 보호해주고 싶다. 정말 음악 밖에 모르는 친구다. 요즘 허투루 나가는 얘기가 많은데 정규 음악으로 나와서 다 잠재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큰 비전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과 작은 목표를 지속적으로 세우는 이가 있다면, 김종서는 후자다. 내년에는 싱글 형태의 신곡을 자주 발표하고,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기획 중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긴밀히 팬들과 호흡하고 싶다는 로커의 소박한 소망이다.
"한편의 재밌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잘 짜인 공연을 구상하고 있어요. 소극장에서 규모를 점점 넓혀서 제 콘서트를 브랜드화하고 싶어요. 정규 10집에 앞서 신곡도 내야하고, 내년엔 할일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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