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조상'을 넘어 솔로 가수로서 '위상'을 떨치려는 이 남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내 최장수 아이돌그룹 신화(에릭 이민우 신혜성 김동완 전진 앤디)의 이민우(M) 얘기다.
1998년 데뷔, 신화로 언 16년을 활동해 왔다. 햇수로는 올해로 17년차. 솔로로 첫 발을 내딛은 지도 벌써 10년을 넘어섰다. 누가 봐도 가요시장을 종횡무진했고, 아이돌이 밟을 수 있는 길의 '정석'을 보여줬다.
지난 2003년 11월 첫 솔로 음반을 발매한 이민우는 그 간 총 4장의 정규 앨범과 2장의 미니 앨범, 1장의 싱글까지 발표했다. 6일 낮 12시 공개되는 데뷔 1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엠텐(M+TEN)'은 지난 2009년 '미노베이션(Minnovation)' 이후 약 5년 만의 신보다. 총 5곡이 수록된 '엠텐'에서 이민우는 3곡을 작사하고, 전반적인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신화 활동을 낱낱이 짚어보지 않고도 솔로로서 이 정도의 커리어면 '대단하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M아카데미에서 스타뉴스가 만난 이민우는 현 위치에 안주하지 않았다.
타이틀곡 '택시(TAXI)' 이야기가 나오자, 설렘이 느껴지는 미소가 번졌다. 프로젝트 작곡팀 Split의 곡에 이민우가 작사를 더한 디스코 펑크 장르인 '택시', 술에 취한 콘셉트로 택시 안에서 일어난 꿈같은 에피소드를 표현했다. 이민우이기에 가능할 법한 '독특한' 콘셉트에 시선이 끌린다.
자신만의 '진짜' 음악을 보여주고 또 즐기고자 더욱 화려한 날갯짓을 시작하는 이민우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을까. 그를 만나 '솔로' 이민우와 신화를 얘기해 봤다.
-솔로 데뷔 10주년이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오랜만에 M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기대도 되고 설렌다. 그 동안 많은 무대를 오르내렸는데 이번 앨범은 조금 더 남다르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이 헛되지 않는,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활동이 되지 않을까. 가슴이 벅차다.
-2005년 '범프(Bump!!!)'로 1위를 한 적 있다. 신곡으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 욕심이 나는가.
▶승부사처럼 무대에 오르는 건 예전에 많이 했다. 신화를 하면서 1위는 많이 해왔다. 솔로로 1위는 한 번이면 된다. 지금 기대가 되고 설레는 건 잘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보여 드리기 위해 올라가는 거다.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선배로서 즐기고 싶다. 지금 아이돌 후배들이 굉장히 많은 K팝 시장에서 선배인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앞서 1위를 하면 '팬들을 직접 택시로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는데.
▶차에 태울 수 있는 인원을 정해서 집까지 데려다주겠다. 거리가 어디가 됐든 말이다. 그런데 만약 지방에 살고 있는 팬이면, 다음 날 스케줄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럴 경우는 차라리 호텔비를 내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하. 먼 거리는 아니었으면 하는 솔직한 바람이다.
-타이틀곡 '택시'를 설명해 달라.
▶한 남자가 택시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그 안에 한 여성이 있다. 남자는 꿈을 꾸는 것 같은 환상을 느끼게 된다. 남자가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긴 것이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 여자에 대한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다시 그 곳에 찾아 남자가 일명 '택시걸'을 애원하고 찾는 내용이다. 멜로디는 중독성 있다. 사실 누구를 신경 쓰고 보여주기 위한 음악이 아니다. 소신껏 하는 음악과 무대다. 연륜이 묻어나지 않을까.

-'택시'가 예전에 만들어 놓은 곡이라고 들었다.
▶'택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만들어진 곡이지만 아껴뒀다. 그래서 애착이 크다. 이 노래의 보컬 라인은 2009년에 완성됐다. 편곡만 이번에 재해석했다. 레트로가 인기다 보니 사실적인 사운드로 편곡했다. 원래 버전보다 더 좋게 들린다.
-'택시' 가사를 직접 썼다.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많은 분들이 술에 취해 택시를 종종 탄다. 일상적인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택시를 보고 '써야겠다'고 한 게 아니라, 이 노래의 가이드를 들었을 때 몽환적이었다. 바로 술 취한 콘셉트를 잡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술 취해 택시를 타고 가는 상황에서 해프닝을 떠올려 봤다.
-에릭이 '택시' 피처링을 맡았다.
▶본인이 먼저 해준다고 했다(웃음). "너 말고 타블로 시킬 거다"라고 했다. 안 해도 되는데 굳이 하겠다고 하더라. 공짜면 하라고 했다. 하하. 장난이고, 사실 내 음악을 가장 궁금해 하는 멤버가 에릭이다. 솔로 10주년이라 하니, 먼저 나서더라. 솔직히 고맙다.
-녹음 당시 에피소드가 있었나.
▶술을 먹은 것처럼 노래를 불러야 해서 애를 굉장히 많이 먹었다. 절대 술을 먹고 부르지는 않았다(웃음).
-지난해가 딱 솔로 가수 데뷔 10주년이었다. 그런데 기념 앨범이 한 해 늦게 나왔는데.
▶2013년에 타이틀곡에 신경을 쓰다가 앨범을 못 냈다. 그런데 이후에 '택시'가 최종 완성되고 보니 늦추길 잘한 것 같다. '이걸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난해 타이틀곡이 나오지 않아 굉장히 답답했었다. 좋은 결과물이 나와서 만족한다.
-최근 뮤직비디오 촬영장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방송인 샘 해밍턴 등이 출연했는데 어땠나.
▶깜짝 놀랐다. 샘 재능이 어디까지일까 생각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님인데 겸손하고 착하더라. 또 출연해 준 개그맨 유민상 김준현씨도 감사하다.
-새 콘셉트가 궁금하다. 섹시인가.
▶대놓고 하는 섹시는 아니다. 노련미다.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표정과 무대를 이끄는 연기력을 보면 될 것 같다. 30대 중반, 내 나이에 맞는 걸 찾았다. 30대가 친숙하게 접하는 게 친구와 술이다. 최대한 힘을 뺐다. 나름대로 끼가 있는 놈(웃음)이기 때문에 내가 무대를 적당히, 잘, 맛있게 요리하면 될 것 같다.
-먼저 컴백해서 활동을 마감한 비(정지훈)와 약간 콘셉트가 겹치는 것 같다. 비도 30대 섹시를 노렸었는데.
▶지훈이는 정말 아끼는 착한 동생이다. 같이 활동을 못해서 아쉽다. 같이 했으면 힘을 북돋아 정말 재미있게 했을 텐데. 지훈이 하면 떠오르는 게 무대 장악력이다. 그런데 신곡 '라 송'이 의아했다. '얘가 편하게 가려고 하나? 즐기려나?' 했는데, 비진아(비와 태진아를 합친 명칭)를 통해 효과를 본 것 같다. 영리한 녀석(웃음). 갑자기 지훈이가 보고 싶다.
-최장수 아이돌의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엄청나다(웃음). 먼저 떠오르는 건 '진짜 감사하다,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이다. 신화 활동으로 아이돌의 생명이 짧지 않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떳떳하기도 하다.
-신화가 해체하지 않고 지금까지 활동하는 원동력은.
▶사건 사고가 있으면 다른 멤버들이 피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모두 내 일 같이 생각하고 친형제의 일처럼 생각한다. 문제를 같이 해결해 가는 모습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온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신화로 태어나고 싶다. 신화를 지키고 싶고, 끝까지 하고 싶다. 영원한 건 없다고들 하지만, 신화만큼은 영원히 가고픈 마음이다.
-신화의 강점, 이민우의 강점을 꼽자면.
▶신화는 각자 가진 힘들이 달라 여섯 명이 모였을 때 엄청난 효과를 낸다. 재미없는 것도 정말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고, 멋없는 것도 멋지게 만든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 홀로 섰을 때는 비록 여섯 명의 일부지만, 마음만은 든든한 것이 강점이다. 신화라는 고향이 있어 혼자 활동할 때도 여섯 명의 느낌이 있다. 내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건 신화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멤버들이 있으면 세상 무서울 게 없다. 사랑하고 고맙다.
이지현 기자starjij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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