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멀게 컴백 가수들이 쏟아지는 요즘. 신곡 발매만으로 음악 팬들의 관심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그런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중독성 있는 음악과 과감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가요계에 '핫 이슈'를 일으킨 이들은 2009년 데뷔 이후 줄곧 쟁쟁한 가수들과 경쟁하며 입지를 다졌고, 덩달아 실력과 인지도가 쌓여 국내외 두루 사랑받는 K팝 걸 그룹으로 성장했다.
데뷔 6년차를 맞은 5인조 걸 그룹 포미닛(허가윤 남지현 현아 권소현 전지윤)의 이야기다.
'4분 안에 각자의 매력으로 사로잡겠다'는 그룹명처럼 그간 무대에서 포미닛은 단 번에 시선을 끌어당기는 퍼포먼스와 비주얼로 음악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몸짓, 빨아들일 것 같은 눈매는 이들의 전매특허였다.
그런 이들의 음악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17일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 '포미닛 월드'(4Minute World)는 일상의 찌든 스트레스를 날리고 파티를 즐기자는 콘셉트를 가진 앨범. 멤버들도 특유의 강렬한 눈빛은 풀고, 어깨에 들어간 힘을 뺐다.
최근 서울 청담동 큐브 카페에서 컴백 무대를 앞둔 포미닛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연애 얘기가 나오자 "뭐든 경험은 필요하다"고 속내를 꺼내는가 하면, 소속사에서 입지를 물으니 "'이름이 뭐예요?'가 잘돼서 회사에 할 말이 많이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행복한 얼굴로 연신 수다를 쏟아내는 이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20대 소녀들이었다.

"6년 만에 재킷 사진이 제일 예쁘게 나왔어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포즈로 찍어야 예쁘게 나오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아니까. 의상, 헤어 메이크업까지 하나하나 의견을 게재하면서 좋은 컷이 나온 것 같아요."(전지윤)
"데뷔시절부터 '너희는 멋있어. 예쁜 그룹이 아니니까 멋있게 자라라'고 주변에서 만드신 게 있는데 그래서 예쁜 것을 많이 못해 한이 맺혔어요.(웃음) 여러 가지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부터 저희 의견을 많이 반영했어요."(현아)
데뷔 이후 가장 멤버들의 참여도가 높았다는 새 음반은 멤버들에게 남다른 애착이 있는 듯 보였다. 대중으로부터 신뢰와 스스로 만족을 얻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기획초기 단계부터 제작 과정까지 곳곳에 멤버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재킷 촬영은 파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소속사를 졸라 서울 롯데월드 회전목마 앞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의상 콘셉트는 평소 스타일링에 관심이 있는 허가윤의 감각에서 비롯됐다.
허가윤은 "화보 촬영도 많이 해보고, 투윤 때 재킷을 해본 경험도 있어서 이번 앨범의 비주얼적인 부분은 직접 해보겠다고 자처했다. 혼자 한 것은 아니고 멤버들의 의견으로 수렴해 시안을 짜고 거기에 조금 보태 의상이나 재킷 콘셉트를 구성했다. 개인적으론 이번 포미닛 앨범이 이전 포미닛 앨범과 소속사 가수 앨범을 통틀어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흐뭇해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앨범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소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달력 형태로 앨범 케이스를 제작한 것. 권소현은 "앨범을 선물하면 바로 책장에 들어가는 게 싫었다"며 "달력이면 좀 더 많이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발표한 미니 4집 '네임 이즈 포미닛(Name Is 4minute)' 타이틀곡 '이름이 뭐예요?'로 대히트를 쳤다. 비슷한 시기 조용필과 싸이, 로이킴 등 굵직굵직한 가수들이 활동했지만, 음원차트에서 롱런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이번 타이틀곡 '오늘 뭐해' 역시 '이름이 뭐예요'에서 호흡을 맞춘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노래다. 경쾌한 리듬에 공감을 이끌어 내는 가사는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동안 여전사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용감한 형제와 작업하면서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개개인의 파트를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잘 써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곡이 일찍 나와서 저희에게 미리 들려주셨는데 너무 좋았어요."(현아)
뮤직비디오에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멤버들의 의견이 십분 반영됐다. 미국 음악매체 빌보드가 다룬 남자 화장실에서 코믹한 춤을 추는 장면도 전지윤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전지윤은 "화장실은 누구나 잘 생각하지 않는 곳"이라며 "'여자인데 너무 그렇지 않은가'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 틀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무대에선 16명에 이르는 대규모 안무 팀과 다양한 소품 활용으로 볼거리를 풍성하게 했다. 쉴 틈 없이 짜인 안무 동선으로 다이내믹한 흐름을 연출해냈다. "그동안 소품을 써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다양한 소품이 등장해요. 멤버마다 안무 구성도 달라서 정해져 있는 구간에서 동작만 하는 게 아니라 무대를 다 쓰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새로운 형태에요."(현아)
타이틀곡 외에도 수록곡 전반적으로 다양한 음악적 변화와 시도가 느껴진다. 힙합, 댄스,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채워졌다. '웨잇 어 미닛(Wait A Minute)'은 요리하는 모습을 독특한 가사로 풀어낸 곡. 현아는 "처음부터 쿠킹 댄스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유닛곡도 수록됐다. 남지현과 전지윤, 권소현이 함께 부른 힙합 장르의 '알려 줄게'와 허가윤과 현아가 호흡을 맞춘 R&B풍의 '들어와'다. 각자 다른 구성으로 색다른 매력을 한껏 살리는 데 치중했다. 마지막 트랙의 '고마워'는 포미닛이 팬송으로 권소현과 현아가 작사에 참여했다.

앨범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의도가 혼재한다. 기존의 아이돌 음악과 댄스 구성에서 탈피해 새로움을 추구하려했고, 동시에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픈 마음도 있었다.
"이번 활동으로 편해졌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요. 노래방이나 수련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어요."(권소현)
'이름이 뭐예요?'에서 보여준 일상의 대화처럼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곡 제목. 마치 유행어처럼 흥얼거리게 만드는 후렴구로 인상을 남긴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비롯된 일이다.
포미닛은 대중과의 소통을 재차 강조했다. 아이돌 그룹에 대한 대중의 편견과 오해를 딛고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평소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 때문에 강하거나 기가 세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속상했어요. 이젠 예능프로그램도 많이 나가서 저희 나이 또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허가윤)
앞으로 기회가 되면 포미닛이란 이름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밝혔다. 지난해 7월 그룹 DJ DOC와 진행한 합동공연 '2013 풀사이드 파티'로 자신감을 쌓는 계기가 됐다.
인터뷰 말미 허가윤은 "예전엔 퍼포먼스형 그룹이라고 소개했는데 이젠 놀 줄 아는 가수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에는 무대에서 노는 것보다 멋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젠 춤은 포인트만 추고 관객과 호흡하며 놀자는 생각으로 변했어요. 작년에 DOC 선배님들과 만나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수록곡들도 콘서트 때 다 쓸 수 있는 곡들로 했어요. 앞으로 관객들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허가윤)
윤성열 기자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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