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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앨범' 삐삐밴드 "요즘 가요계, 빈익빈부익부 심해져"(인터뷰)

'20주년 앨범' 삐삐밴드 "요즘 가요계, 빈익빈부익부 심해져"(인터뷰)

발행 :

길혜성 기자
삐삐밴드의 달파란 이윤정 박현준(왼쪽부터) / 사진제공=팝뮤직
삐삐밴드의 달파란 이윤정 박현준(왼쪽부터) / 사진제공=팝뮤직


여전히 한국 대중음악사의 르네상스 시기로 꼽히는 1990년대. 다양한 개성의 아티스트들과 스타들이 즐비했고 아이돌의 댄스신은 물론 발라드, 록, 트로트 등 여러 장르가 함께 사랑받았다.


이 시기에도 등장부터 특별한 록밴드가 있었다. 1995년 1집 '문화혁명'을 발표, 전위적인 펑크록을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삐삐밴드다. 이전 시나위에도 몸담았던 달파란, H2O 멤버였던 박현준에 프론트우먼이자 보컬 이윤정의 더해진 삐삐밴드는 1집에 이어 1996년 선보인 2집 '불가능한 작전'을 통해서도 가요계와 록신에 신선함을 재차 화두로 던졌다. 무그와 리듬 프로그래밍을 앞세워 뉴 웨이브 사운드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삐삐밴드가 국내 대중음악계 일렉트로닉 1세대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달파란 박현준 이윤정 체제의 삐삐밴드는 이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끝으로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이윤정이 미국행을 결정했고 달파란 박현준은 다른 보컬을 영입, 삐삐롱스타킹이란 새 밴드를 꾸렸다. 삐삐롱스타킹의 활동 역시 1년 남짓 만에 마무리됐고 이후 달파란은 일렉트로닉 뮤지션 및 영화음악 감독으로, 박현준은 원더버드 3호선버터플라이 모노톤즈의 기타리스트로 활약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이윤정 역시 밴드 EE 멤버로 음악 활동을 지속했다.


마침내 정규 2집 이후 19년 만에 삐삐밴드가 원년 멤버로 다시 뭉쳤다.


삐삐밴드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올해, 신곡들은 담은 새 미니앨범 'pppb'을 12일 낮 12시 발매한다. 이번 음반에는 타이틀곡 '오버 앤 오버'(Over and over)를 포함, 선공개 곡이었던 펑크 스타일의 'ㅈㄱㅈㄱ'(지긋지긋), 실험적 사운드가 돋보이는 '로보트 가나다 라마바', 러브(rove)와 러브(love)의 유사발음을 중의적 가사로 표현하며 사랑에 관해 노래한 '아이 필 러브'(I feel rove) 등 신곡 4곡이 담긴다. 이 중 지긋지긋이란 말 자체도 지긋지긋해 곡 제목을 아예 'ㅈㄱㅈㄱ' 정한 'ㅈㄱㅈㄱ' 뮤직비디오에는 이윤정의 귀여운 네 살배기 아들도 등장, 더욱 눈길을 모았다.


"예전에 삐삐밴드 일을 했던 매니저가 지난해 멤버들에 연락해 '2015년이 20주년인데 기념 앨범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다들 재밌겠다고 생각해 그 제안에 응했죠. 그간 서로 각자 음악 활동 때문에 바빠 만나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만나니 더욱 반갑고 즐거웠어요. 그래서인지 서로 겉돌지 않고 예전처럼 빠르고 즐겁게 이번 음반 작업을 했죠. 20년 전보다 더 여유가 생기고 음악적 스펙트럼도 다들 넓어져 편안하게 앨범을 만든 것 같아요."(삐삐밴드)


삐삐밴드는 이번 역시 새 시도에 나섰다. 타이틀곡 '오버 앤 오버'를 힙합 뮤지션 자이언티과 함께 하기로 과감히 결정했다. 자이언티는 이 곡의 피처링을 맡았다. 삐삐밴드가 자신들의 앨범에 피처링 뮤지션을 참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이언티가 함께 한 '오버 앤 오버'는 삐삐밴드가 정규 2집 '불가능한 작전'에서 보여줬던 무그 신디사이저의 일렉트로닉 작법을 현재에 맞게 진화시킨 곡이다. 우리 주변의 소외 계층이 느끼는 공허함 등을 담았다.


"예전에 자이언티가 본인 음악의 보컬 피처링 해달라고 제게 먼저 요청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삐삐밴드 음악이 먼저 나와 자이언티가 우리 것을 먼저 하게 됐죠. 하하. 자이언티는 독특하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라 함께 하면 재밌을 것 같아 저도 부탁을 했죠. 사람들이 생각하는 삐삐밴드는 펑크적이고 센 이미지이지만, 이번 '오버 앤 오버'는 다운 템포의 곡이라 저도 노래를 굉장히 착하게 불렀죠."(이윤정)


"밴드라면 자기 색깔을 확실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삐삐밴드가 처음 나왔을 당시, 우리가 독특한 색깔을 던져 대중음악계가 더 다양해 졌으면 우리도 더욱 재밌게 음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번에도 이런 생각으로 작업을 했어요. 그렇다고 파격 자체를 먼저 목표로 삼는 것은 절대 아니죠. 그건 2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고요."(달파란)


90년대 가요계 르네상스 시절부터 아이돌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까지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온 삐삐밴드 멤버들이기에, 요즘 대중음악계를 냉정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90년대 우리가 1집을 낼 때까지만 해도 록 음반도 어느 정도 나가 다음 앨범을 만들 수 있는 시대였죠. 하지만 음원 시대인 지금은 인디 밴드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어요. 이는 곧 음악 하는 친구들이 계속 음악만 하기엔 현재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죠. 가요계가 예전보다 빈익빈부익부가 더 심해진 셈이죠. 그래도 지금은 음반 시대가 아닌 음원 시대라 이전보다는 적은 제작비로 음악을 만들어 선보일 수 있긴 해요. 주위에 보면 여러 부분에서 조금만 더 받혀주면 음악을 더 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저 역시 이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죠."(달파란)


삐삐밴드는 오랜만에 원년 멤버로 공개석상에 나선 만큼, 90년대 후반 유명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이윤정이 없던 삐삐롱스타킹 시절, 삐삐롱스타킹은 가요 프로그램 생방송 무대 중 멤버들이 카메라를 향해 침을 뱉고 손가락 욕을 해 결국 방송정지를 당했다.


당사자 중 한 명인 박현준은 "정말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그런 것은 아니었고, 그날 기분이 좋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드리려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며 "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례한 짓을 한 것 같고, 그때 이미 다 미안하다고 했다"라며 웃었다.


삐삐밴드는 20주년 기념 앨범을 낸 만큼 이번에 여러 방법을 통해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세션을 더 모아 라이브 세팅이 완성이 되면 큰 공연은 물론 갑작스레 게릴라 공연도 하고 조그맣게 무대도 만들어 서고 싶어요. 공연을 하면 예전 곡들도 다시 편곡해 무대에 설 것 같아요."


여전히 색깔 있는 밴드 삐삐밴드. 이들이 다시 한 번 돌아왔기에, 가요계는 더욱 풍성해 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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