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가요계를 돌이켜보면 음악성과 상업성에서 두 마리 토기를 잡은 음반들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그룹 빅뱅의 '메이드 시리즈(Made Series)'은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는 역량과 개성을 갖춘 음악으로 연이은 히트를 기록했다. '언프리티 랩스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복면가왕' 등 TV프로그램의 노출 효과로 주옥같은 명곡들도 재조명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저런 화제에 밀려 주목받지 못한 음악들이 즐비하다. 소위 '대박'을 치진 못했지만 이대로 흘러 보내긴 아까운 매력적인 음반들을 추려본다.

◆MFBTY '원다랜드(Wondaland)', 3월 19일 발매
'힙합 스타' 타이거JK, 윤미래, 비지의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 무려 16개 트랙과 트리플 타이틀까지, 엄청난 물량만큼이나 다양한 장르의 곡으로 채워졌다. 앨범엔 힙합, 소프트 팝, 일렉트로닉, 프로그레시브 록, 알앤비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한다. 여기에 유희열, 전인권, 랩몬스터, 용준형, 손승연, 도끼 등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헬로 해피(Hello Happy)', 제목만 들어도 흥겨운 '방뛰기방방'. 여기에 공허한 사랑후의 감성을 노래한 '사랑놀이', '록'과 '힙합' 전설들의 만남 '사랑과 평화', 몽환적 사운드와 발랄한 래핑이 재미있게 조화를 이룬 '렛 잇 고(Let It Go)' 등 총천연색의 컬러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타이거JK와 윤미래 부부의 아들 서조단 군이 참여한 '방귀 Dance'도 단연 시선을 끄는 트랙.

◆이문세 정규 15집 '뉴 디렉션(New Direction)', 4월 7일
이문세가 정규음반을 들고 나온 것은 무려 13년 만이다. 지난해 갑상선암을 극복한 그는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제시한다'는 타이틀에 걸맞게 장르와 세대에 구애를 받지 않는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트랙 순으로 들으면 희망차고 밝은 음악으로 시작해 점점 우수에 찬 멜로디와 절절한 가사가 귀에 꽂힌다. 풀 밴드 사운드의 활기찬 분위기가 맴 도는 '러브 투데이(Love Today)'를 1번으로 '봄바람', '그대 내 사람이죠', '그녀가 온다' 등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아날로그 감성이 절묘하게 묻어있는 음악들로 빼곡히 채워 넣었다. 트랙 리스트 후반부엔 체념한 듯 담담히 노래하는 '사랑 그렇게 보내네', 조규찬이 작곡한 재즈 풍의 '무대' 등 깊이가 다른 내공이 느껴지는 음악들도 담겼다. 보컬리스트 나얼과 슈퍼주니어 규현 등 젊음 뮤지션들과 호흡도 인상적이다.

◆옥상달빛 싱글앨범 '희한한 시대', 5월 7일
'힐링 음악'의 대명사인 옥상달빛은 미세하게 노선을 변경했다. 2년 만에 들고 나온 결과물은 희망에 가득 찼던 이전 음악들과 달리 다소 회의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앨범 동명의 타이틀곡 '희한한 시대'는 도시 빈민층 삶의 애환을 다룬 조세희 작가의 연작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모티브를 얻은 곡. 각박한 시대의 단면을 표현한 냉소어린 가사와 산뜻하고 잔잔한 멜로디가 역설적이게도 묘한 조화를 이룬다.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을 담아낸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는 존재에 대한 고민을 자기 고백적 화법으로 풀어냈다. 담담하지만 감성적인 목소리와 공감 어린 가사가 가슴에 애잔함을 남긴다. 배우 유승호와 정은채가 참여한 내레이션 버전은 '덤'.

◆이승철 정규 12집 '시간 참 빠르다', 5월 26일
30년간 쌓은 내공이 어디 갈까. '보컬의 신(神)' 이승철이 데뷔 30주년을 맞아 9개의 신곡을 넣은 12집을 내놓았다. 오랜 시간 음악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의 심경을 잘 대변하는 '시간 참 빠르다'부터 지난해 8월 눈물로 떠나보낸 모친을 떠올리며 부른 '마더', 그리고 애절한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탁성을 그대로 살린 '시련이 와도'까지 허투루 넘길 트랙이 없다. 장인 정신을 담아 한 곡 한곡 심혈을 기울인 음반은 최고 권위의 음악시상식 그래미 어워드 수상에 빛나는 스티브 핫지, 댄 패리, 토니 마세라티 등 세계적인 엔지니어의 손을 거쳐 풍성한 웰메이드 사운드를 완성했다. 전해성, 신사동호랭이 등 국내 인기 작곡가들의 참여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 작곡가들도 대거 포진해 폭넓은 음악적 교감을 시도했다.

◆장재인 '리퀴드(Liquid)', 6월 11일
희귀병인 '근긴장이상증' 투병으로 음악 활동을 쉬는 동안 변화된 심경과 음악적으로 한층 성숙해진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앨범. 포크에서 강점을 보이는 장재인의 목소리에 세련됨이 더해졌고, 남녀 간의 관계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써내려간 가사는 여러 번 의미를 곱씹게 한다. 3년 만에 컴백한 그는 이번 앨범에서 트레이드마크인 기타를 내려놓고 오로지 작사와 보컬에만 집중했다. 앨범은 소속사 대표 윤종신이 진두지휘했으며, 015B 정석원, 조정치, 조규찬, 하림 등이 참여해 힘을 보탰다. 타이틀곡 '밥을 먹어요'를 비롯해 '나의 위성', '리퀴드', '클라이막스', '그댄 너무 알기 쉬운 남자야' 등 남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관통하는 6개의 트랙이 물 흐르듯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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