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선배들께서 정부의 지원 없이 피땀을 흘려 만든 협회다. 협회도 저작권 징수를 할 뿐이지 음악에 대한 가치를 논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는 가치를 매겨 국내 2만여 음악인들을 무시한 채 수십만 개 곡을 보유한 해외 라이브러리 업체와 담합하려 한다."(작곡가 윤일상)
"더 가지려는 것이 아니라 더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저작권료는 어느 창작자에겐 최소한의 생활비용이고 일용할 양식이다. 문체부가 우리에게 단 한 번도 묻지 않고 밀실행정의 오해를 날 수 있는 결정을 했다."(가수 윤형주)
국내 대중음악인들이 배경음악과 일반음악의 구분을 없애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저작권료 분배규정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63빌딩 세쿼이아&파인 홀. 가수 및 작곡가 등 국내 대중음악계를 이끌어온 100여 명의 음악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의 주최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중현 윤형주 윤일상 주영훈 박상민 김형석 윤종신 김현철 윤종신 박학기 최백호 김희갑 추가열 등 국내 대표 음악인들이 참석해 문체부의 저작권 분배규정 개정안에 대한 철회를 요구했다.
신중현은 "선후배 동료들을 기쁜 마음으로 모셔야 하는데 굉장히 처참한 심정"이라며 "우리가 이 자리가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문체부가 업자들과 짜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창작의 유산을 망치는 일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석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며 "국내 음악인에 대한 권리보호가 이뤄져야 K팝 시장이 확대되고 생명력을 가질 텐데 정부가 도와주지 않고 있다. 문체부가 단 한 번의 공청회나 의견 조율 없이 단독으로 결정해 참담하다. 다양한 음악이 일반 대중음악과 공존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문제의 발단은 배경음악에 대한 방송 사용료에서 비롯됐다. 음저협은 그동안 방송에 삽입되는 배경음악이 일반음악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용료를 2분의1에서 10분의1까지 차등 지급해왔다.
그러나 또 다른 신생 음악신탁단체인 '함께하는 음악저작인협회(KOSCAP)'가 1대1로 규정을 바꿨고, 문체부가 지난 4월 배경과 일반음악의 구분을 없애고, 방송에서의 기여도에 따라 사용료를 배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KOSCAP'의 개정안을 승인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자신의 몫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일반음악 저작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

음저협은 방송에서 사용된 배경음악 중 47%는 수입업자를 통해 해외에서 수입된 음원으로 향후 10년간 1163억원이라는 저작권료가 배경음악 수입업자를 통해 해외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학기는 "일반음악과 배경음악의 가치 차이를 부정해 9대1이던 분배를 1대1로 가바뀌는 것이 수습사원이 자고 일어나니 대표이사가 된 격"이라고 지적했다. 또 "규정을 개정할 때 정부는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번 개정은 어떤 절차도 없이 비공개로 승인됐다"고 밝혔다.
윤종신은 음악 방송사용료는 국민의 선호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국에서 1년에 수백억을 저작권자들에게 지불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선호도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1대1로 분배돼 하나의 것으로 인정된다면, 선호도와 다른 분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종신은 이어 "멜로디 하나하나는 동등해야 하지만 현실 상황에 맞는 분배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평등하고 다른 개념이다. 단순히 밥그릇을 빼앗겨서 수입이 줄어들어 이러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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