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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클래식 음악 어렵지만 방대한 게 매력"[인터뷰②]

조성진 "클래식 음악 어렵지만 방대한 게 매력"[인터뷰②]

발행 :

윤상근 기자
/사진제공=Christoph Köstlin, DG
/사진제공=Christoph Köstlin, DG


-인터뷰①에 이어서


-전 세계를 누비는 피아니스트로서 스스로 느끼는 방랑이란 무엇인가요.


▶(웃음) 슈베르트와 저를 비교하기란 무리가 있을 거 같지만. 제가 파리로 유학을 2012년에 갔었는데요. 한국에서 살다가 파리로 갔을 때는 처음 몇 년 동안은 어디가 집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방학이나 연주 때문에 한국을 가면 거기가 또 집 같고 다시 파리로 오면 거기가 또 집 같기도 하고. 어디가 진짜 집인지 잘 못 느꼈어요. 그런데 콩쿠르하고 베를린으로 이사 오고 생각해보니까 제가 베를린에 1년에 넉 달 정도 있더라고요. 그렇게 많이 있는 건 아니라서 항상 돌아다니고 연주를 하는 게 제 직업이니까요. 하지만 베를린에 돌아오면 집인 것 같기도 하고 호텔에 오면 또 편해서 집인 거 같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있는 곳이 집이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가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원래 외동아들이고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혼자 있는 것이) 힘들거나 외롭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까 연주를 하러 다니면서 저는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직접 "너무 어려워 칠 수 없다"고 밝혔던 '방랑자 환상곡'를 익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이 곡의 가장 어려운 점은 테크닉이 어렵지만, 테크닉이 어려운 걸 감추는 게 제일 어려운 거 같아요. 사람들이 이 곡을 들으면서 이 곡이 어렵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이 곡이 아름답구나, 드라마틱하구나, 서정적이구나 이렇게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연주한 슈베르트 곡 중에서는 가장 기술적으로 어려운 곡이라는 점은 사실이기도 하고요. 근데 그런 어려움의 티를 내지 않으면서 음악이 먼저 들리게 하려면 일단 테크닉적으로 우선 편해야 하는 거 같아요. 제가 2018년 말부터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무대에 오르면 오를수록 더 편해지는 게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 곡은 또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곡인데, 악장마다 캐릭터도 다르고. 그런 것도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환상곡의 구조성과 진보성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보통 소나타 같은 경우는 1악장과 2악장 간에 쉬잖아요? 그런데 악장 간의 쉼 없이 한 악장처럼 만들었다는 그 진보적인 마인드죠. 그리고 저는 그게 또 하나의 상상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것에 영향을 받아서 리스트가 자신의 소나타도 그렇게 작곡을 했다고 생각해요. 방랑자 환상곡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믿고 있고 리스트가 실제로 방랑자 환상곡 작품을 좋아해서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을 만들기도 했죠. 리스트가 방랑자 환상곡을 좋아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슈베르트 시대에는 흔히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점이라는 거. 이게 1882년에 작곡이 됐는데 그 당시에는 많이 찾아볼 수 없었던 거 같아요. 베토벤도 물론 아이디어도 많고 진보적인 작곡가였고 슈베르트는 그런 그를 존경했기 때문에 둘이 통하는 무언가도 있었던 거 같아요.


/사진제공=Christoph Köstlin, DG
/사진제공=Christoph Köstlin, DG


-'방랑자 환상곡'을 본인만의 유니크함으로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이 있나요.


▶(웃음) 저는 이런 거는 평상시에는 생각을 많이 안 하는 편이에요. 어떻게 하면 더 특별해질까 라는 생각을 하면 더 부자연스럽게 되는 거 같아요. 억지스럽고. 그래서 제가 생각하고 제가 생각한 대로 치고 이런 게 오히려 제일 개성 있는 연주가 되지 않을까요? 사람 목소리가 다 다르듯이 치는 것도 다 다르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다르게 칠까 이런 생각 말고 그냥 자연스러운 게 가장 개성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현재 머무르고 있는 베를린의 분위기나 기운이 본인의 연주나 라이프 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베를린은 굉장히 기회가 많다고 생각을 해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아티스트가 자신의 예술적인 것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고요. 외국인도 많고요. 다른 독일 도시와 다르게 활기찬 느낌도 있고요. 제 음악적인 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여기 오면 편한 느낌은 있어요.


- '생각을 많이 하지 말자'가 인생의 모토라고 했는데 어떨 때 생각을 하고 어떨 때는 머리를 쉬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죠. 제가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결론이 나온 거 같아요. "그게 좋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아요. 특히 사람은 살면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 많잖아요. 선택이나 결정을 할 때는 너무 많이 생각하면 자신이 믿고 있는 것들이 헷갈릴 때가 있고 의구심이 들 때가 있고 그런 거 같아요. 항상 제일 중요한 결정일 때 더 머리를 비우는 게 좋은 거 같고. 음악을 할 때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해요. 조금 위험할 때도 있는데,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해보는 게 좋은 거 같죠. 하지만 무대에 올라갈 때는 생각을 많이 비워요. 생각이 너무 많으면 음악이 주저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자신감 있게 하려면 생각과 마음을 많이 비우고 자신과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결정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나요?


▶콩쿠르 우승하고 선택을 많이 했는데요. 음반회사, 매니지먼트, 어떤 연주를 해야 하나, 몇 번 연주를 해야 하나, 어디 가서 살아야 하나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대중의 클래식화'는 어떤 모습인가요.


▶클래식 음악, 고전 음악을 팝이나 K팝처럼 즐긴다는 것이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클래식 음악가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연주회를 찾아주고 음반을 들어주고, 음악을 더 알게 되면 저는 그것만큼 더 기쁜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물론 클래식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익숙한 곡들로 먼저 시작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되고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하는데 쇼팽, 녹턴 등으로 시작을 하면 정말 좋지만 클래식 음악은 굉장히 방대한 게 또 매력이거든요. 바로크 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그런 것들을 다 들어보고 취향대로 사람들이 음반도 사고 연주회를 가고 그런 게 대중이 클래식화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크로스오버를 하는 분들 존중하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말러, 스트라빈스키, 모차르트, 베토벤, 스트링 콰르텟 이런 거에 대해서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의견을 나누고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의미였어요.


-인터뷰③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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