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②에 이어서
-지난 5년을 돌이켜봤을 때 피아니스트로서, 청년으로서 조성진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일단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 것 같아요. 2015년을 생각을 해보면, 2010년에서 2015년은 그렇게 빨리 간 것 같지 않은데 2015년에서 2020년은 빠르게 지난 것 같아요. 저도 벌써 한국 나이로는 27살이고요. 제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받침에 'ㅂ'이 들어가면 20대 후반이라고. 여덟, 아홉… 그래서 책임감도 더 느껴요. 어떤 작곡가는 25살에 그런 작품을 썼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지? 브람스 20대 초반에 피아노 콘체르토를 작곡했는데…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변화라고 하면 이 생활에 조금 더 적응이 된 거 같은 느낌이 들고요. 연주하러 다니고 이런 생활이요. 성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어요.
-코로나19로 떠오른 온라인 콘서트에 동참해서 3월 28일 세계 피아노의 날을 맞아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 가곡을 연주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마티아스 괴르네가 슈베르트 가곡 라이브 아이디어를 줬었어요. 저도 5년 만에 처음 이렇게 오래 쉬고 있어요. 마티아스 괴르네는 커리어가 30년이 넘었는데 30년 만에 처음이래요. 그러니까 얼마나 이 상황이 어색하겠어요. 그래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음악가들 중에 워커홀릭이 많거든요. 저도 약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할지는 모르니까요. 마침 베를린에 살아서 좋은 기회가 왔죠. 저도 관객 없이 이렇게 라이브 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처음엔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정말 콘서트하는 거처럼 에너지를 느꼈어요. 도이치 그라모폰 세계 피아노의 날 라이브 스트리밍에도 참여했는데, 이것도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 걸 보여주는 건 처음이었어요. 피아노를 조율한 지 오래돼서 피아노 소리가 조금 아쉬웠어요.
-이렇게 힘든 시기에 음악이 갖고 있는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저도 다른 때보다 요즘에 음악을 더 많이 듣게 된 거 같아요. 영화도 많이 보고. 사실 집에 하루종일 있으니까 그런 게 사람들의 여가생활이 될 수 있는 거죠. 음악은 우리 삶에 필요한 존재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꼭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이럴 때 음악을 많이 듣잖아요. 마땅히 할 게 없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나, 즐기려고 할 때나 우리가 살아가는 데 음악이 꼭 필요하죠. 마찬가지로 영화에도 음악이 없으면 조금 이상할 거 같기도 하고. 물론 BGM이 없는 영화도 있지만 대다수의 영화나 프로그램은 다 음악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번 사태 때문에 음악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됐어요. 그리고 일상 생활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느꼈죠. 레스토랑 가서 평범하게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소중했는 지 많이 느꼈어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요.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른 거 같아요(웃음).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피아노 음악 오랜만에 많이 듣고 있고. 특정 곡을 많이 듣고 있지는 않고 연주자 위주로 듣고 있어요. 에밀 길렐스도 있고, 브론프만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작년 말에 처음 만나서 그 사람 앞에서 피아노도 치고 그랬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예요. 연주자이자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됐죠. 그래서 그분 연주도 많이 듣고 있어요. 그 분 라이브를 작년 말에 처음 들었거든요. 뉴욕필과 베토벤 4번을 했는데 그때 너무 좋아서요.
-쇼팽 콩쿠르가 9월로 연기됐는데 선배이자 우승자로서 조언을 해준다면요.
▶ 제가 참가했을 때 바르샤바의 10월은 정말 추웠는데, 점점 더 추워지니까 따뜻하게 입고 가는 걸 추천드려요. 그리고 저 때는 모든 참가자가 같은 호텔에 있었어요. 거기 쇼팽 콩쿠르 보러오는 관광객이 많아요. 일본인이 많고 프랑스 사람들도 있고 한국인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그 호텔수용 인원이 2000명~3000명 정도예요. 그래서 아침 먹기가 힘들어요. 왜냐면 다들 사진 찍어 달라고 하니까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참가자들 한테요. 시간이 오래 걸려요. 2, 3차 때는 커피숍에서 아침을 먹는 게 좋을 거예요. 시간 절약을 위해서요.(웃음)
-예술가로서 반드시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 어려운 질문이에요. 저는 사실 특별한 취미가 없어요. 왜냐면 시간이 없어요. 여행을 하다 보면 특정한 취미를 갖기가 힘들어서요. 제 주변 친구들이나 제가 본 아티스트들도 취미가 와인을 마시거나 와인 컬렉팅, 맛있는 것을 먹는 정도예요. 저도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시간 이런 것들을 포기를 못 하는 것 같아요. 음악을 하려면 음악과의 거리감이 필요해요. 그래야 프레시한 느낌이 드니까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되겠네요.
-자신이 녹음한 앨범을 실물로 받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 앨범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건 지인들을 나눠주는 거예요. 사실 집에 많이 (10장 넘게) 있는데 다 포장지가 안 뜯어져 있어요(웃음). 선물하기 좋아요.
-조성진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무대에서 만족스러운 연주를 하면 행복하고요. 앞서 말했듯이 휴식 시간도 행복해요. 사람들 편하게 얘기하고 맛있는 거 먹으면 행복해요. 여행 다니는 것도 재밌고 새로운 거 보고 경험하고 다 행복해요. (지금은 다 못하고 있는데 괜찮은가요?) 사실 안 괜찮아요(웃음).
-하루 피아노 연습시간 5시간을 넘기지 않는다는 습관은 여전한가요.
▶피아노는 5시간을 하면 정말 녹초가 돼요. 손, 어깨에도 안 좋은 거 같고요. 꾸준히 4시간은 하려고 해요. 할 곡이 많으면 넘어갈 때도 있지만 최대한 4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하려고 하고요. 그리고 원래는 추울 때 장갑 끼는 버릇이 없었는데 이제는 장갑을 끼려고 해요. 그리고 스트레칭 정도 하고요. 원래도 많이 자는 편이어서 잠을 많이 자면서 건강을 챙기는 거 같아요(웃음).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아티스트로서의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다음 앨범은 쇼팽이 될 것 같고, 지휘는 한 번 해봤지만 지휘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아직 해본 적은 없어요. 그래도 유럽에서 제안이 들어와서 만약 성사된다면 2~3년 안에 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지휘자로서는 아직 자신이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레파토리(피아노 콘체르토)는 할 가능성이 조금은 있을 거 같아요.
공연은 계속 해야죠. 저는 이 커리어를 유지하는 게 큰 도전일 거 같아요. 좋은 오케스트라, 뮤지션과 함께 해봤으니까 앞으로도 오케스트라, 홀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재초청을 받고 이런 게 도전이라고 볼 수 있겠죠.
-40대 이후 먼 미래의 조성진의 모습을 그려본다면요.
▶일단 살아있었으면 좋겠고(웃음) 건강하게. 그리고 피아노를 계속 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뜻대로 안 되는 게 많은 거 같아요. 미쉘 베로프 같은 경우도 부상을 당하면서 연주를 쉰 적이 있었는데요. 운도 필요하고 좋게 되기를 바라면서 노력을 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항상 많은 관심을 보여줘서 감사드려요. 7월 한국 공연이 성사되길 바랍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곧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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