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천 두촌면 용소계곡에서 가을 달을 보았다. 홍천 두촌면 용소계곡에서 가을빛을 만났다. 곳간 가득 이 가을을 쟁여놓은 양 마음이 흔연하다.
용소계곡은 홍천 9경중 하나다. 찾아들기가 만만치않다. 깜깜한 밤길일땐 더욱 그렇다. 금요일 퇴근길이 겹쳐 광화문을 출발하여 목적지인 홍천 두촌면 개암벌 용소 관광농원에 도착하기까지 4시간이 걸렸다.
남자가 꼭 귀기울여야될 세번째 여자 네비양의 안내를 열심히 좇았는데도 밤의 산길은 녹녹치 않았다.
푸근한 주인 내외가 고생해 올 객들을 위하여 상을 마련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삼겹살 구어먹겠단 소리를 용케 잊지않고 불도 지펴놨다.

시장기에 정신없이 고기를 구어 지역 특산주 한계령 막걸리 곁들여 몇점 하고 보니 그제야 청솔 너머로 휘영청 떠오른 가을달이 보인다. 보름이 이삼일 지난 모양새지만 그 작은 일지러짐이 오히려 정겹다. 훤한 달빛조차 깊은 골을 헤집진 못한다. 그저 저아래 연하게 반짝이는 물빛과 은은한 물소리로만 계곡을 가늠해 본다.
순하게 귀를 간질이는 물소리와 이따금씩 타닥이는 모닥불 소리, 아직은 남쪽 바다 저멀리 있을 태풍 봉퐁의 곁바람이 시원한 속에서 산에 달 걸어놓고 마시는 탁배기 한잔은 그 운치가 각별했다.
여독과 취기가 어우러져 달게 한잠 자고나니 그야말로 양광이 남쪽으로 난 펜션 창 가득 쏟아져 들어온다.

공기가 맑아서렷다. 일행 모두 숙취없이 깨성한채로 산책에 나선다. 전날밤 달빛이 감추었던 농원 전경이 아침 햇살엔 낯낯이 드러난다. 주인장 말을 들어보니 본래는 오토캠핑장만을 만들려다 펜션 2동을 지었다는데 8천평규모 너른 공간 여기저기 독립된 사이트 사이트 마다 정성들여 쌓아놓은 돌들이 예술이다. 어쩐지 범상치않더라니 이 돌작업에는 주인장과 오랜 인연이 있는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의 돌쟁이들도 한팔을 거들었다 한다.
돌담길을 따라 계곡에 이르러 돌 들 밟아 개울건너 산길로 접어든다. 멀리서 뭉뚱그려 볼 때는 아직 푸르던 산이 속살을 접하자 곳곳에 단풍이 즐비하다. 가을은 이미 예 와있었다.
촌 동네 개들은 사교성도 좋다. 언제 봤다고 작은 누렁이 한마리가 앞장을 선다. 제딴엔 여행객이 구경거리인 모양이다. 동네 강아지 한마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미음완보를 하다보니 넓게 펼쳐진 암반계곡이 나선다. 너래바위란 지명이 말해주듯 너른 바위위를 계곡물이 구슬처럼 반짝이며 얇게 흐른다.
그늘에서 쉬다가 아무 바위나 골라 대자로 누워도 본다. 사람 들볶던 여름 햇살과는 다른 부드러움이 온몸을 간질인다. 이 나뭇잎 저 나뭇잎 계곡전체가 하늘하늘 반짝인다.

동행한 강아지가 심심해 안달날 쯤에서야 바위사랑 햇빛사랑을 끝낸다. 돌아와보니 예약한 송어회가 준비돼있다. 갖은 야채에 콩가루 깻가루 고추장을 버무려 회와 함께 한입하는 맛이 또 예술이다.
그렇게 별짓 안한 가을 홍천 용소 나들이가 흥겨워 겨울 용소, 봄 용소까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개암벌 용소 관광농원. (033)435-9720, 010-6341-4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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