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만히 있으라 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구하러 온다 해서 정말 구하러 와줄 줄 알았습니다"
세월호 생존자가 세월호 참사 당시 아픈 기억을 회상하며, 먼저 떠난 친구들에게 그리움을 전했다.
지난 7일 오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 행동(퇴진행동)'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는 내려가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11차 촛불집회 본 집회를 열었다.
new1에 따르면 오후 6시41분쯤 세월호 생존 학생 9명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 학생 대표 장애진씨(20·여)는 "시민 여러분 앞에서 온전히 저희 입장을 말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며 "용기를 주시고 챙겨주신 많은 시민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장씨는 "3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못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민 여러분 덕분에 제대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모두 '구조'된 것이 아니다. 스스로 탈출한 것"이라면서 "(당시) 배가 기울고 물이 머리끝까지 물에 잠겨 공포에 떨었을 때 우리는 '많은 친구가 (이 안에) 있다, 구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들은 저희 요구를 무시하고 지나쳤다"며 참사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가만히 있으라 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구하러 온다 해서 정말 구하러 와줄 줄 알았습니다. 헬기가 왔다기에 해경이 왔다기에 별일 아닌 줄 알았는데 저희는 지금 사랑하는 친구들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됐다"며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잘못한 게 있다면 그것은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처음엔 유가족들을 뵙기조차 쉽지 않았다. 고개조차 들 수 없었고 어떤 원망도 각오했다"며 "하지만 유가족들은 저희에게 '너희는 잘못이 없다. 힘내야 한다'며 우리를 응원하고 걱정해주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더 죄송했다. 어찌 저희가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라고 덧붙였다.
장씨는 "3년이 지난 지금쯤이라면 그래도 무뎌지지 않을까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싶으실 겁니다. 단호히 말씀드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글이 아직도 잔뜩 올라온다.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문자도 보내고, 꺼져있을 걸 알면서도 전화도 해봅니다"며 희생자들을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너무 보고 싶어서 (친구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며 "꿈에 나와달라 간절히 빌면서 잠이 들기도 합니다"라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장씨는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장씨는 "박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다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 대신 '당장 나오라'고 말을 해줬다면 지금 같은 희생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 국가는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장씨는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에게 "우리는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라며 "우리가 너희들을 만나는 날 우리를 잊지 말고 열여덟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란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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