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축구의 '얼굴' 박지성(33)이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아직 은퇴하기에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박지성은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꾸준히 자신을 괴롭혀온 무릎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박지성은 분데스리가에서 외국인 선수 최다골 기록을 보유했던 차범근(61) 이후 한국이 낳은 최고의 축구스타다. 국가대표로 100경기에 출전해 13골을 넣었다. 하지만 수치 이상으로 박지성의 존재는 대표팀에 중요했다. 한국 대표팀의 극적이고 중요한 순간마다 박지성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지성은 지난 2000년 4월 5일 라오스와의 아시안컵 1차 예선을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이어 6월 7일 마케도니아와의 LG컵 4개국 친선대회에서 A매치 첫 골을 기록했다. 이후 2011년 아시안컵 준결승 일본전에 개인 통산 100번째 A매치에 출장했고, 이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박지성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잉글랜드-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당시만 하더라도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한국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강팀들이었다. 하지만 잉글랜드와 1-1 무승부, 프랑스에 2-3으로 아쉽게 패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때 박지성은 두 경기 모두에서 골을 기록했다. 대표팀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의 활약은 본선에서도 이어졌다. 포르투갈과의 조별 예선 3차전. 이 경기에서 박지성은 '영혼의 파트너' 이영표의 크로스을 기막힌 오른발 트래핑으로 상대 수비를 제친 후, 왼발로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뚫는 슛을 성공시켰다. 이 골로 한국은 포르투갈을 격침함과 동시에 사상 첫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결국 한국은 '4강 신화'를 창조해냈다.
이후 박지성은 꾸준히 한국 대표팀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2008년부터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뛰며 '캡틴 박'으로 불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스스로 골도 기록하며 대표팀에게 사상 첫 원정 16강 이라는 성과를 안겼다. 또한 박지성은 아시아 유일의 기록도 갖고 있다. 박지성은 2002 한일 월드컵-2006 독일 월드컵-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모두 골을 기록하며 아시아 유일의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골' 기록 보유자가 됐다.

박지성이 연출한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이른바 '산책 세리모니'도 있다. 박지성은 지난 2010년 5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열광하던 일본 관중을 침묵으로 빠뜨린 골이었다. 그리고 박지성은 일본 관중들을 바라보며 산책하듯 그라운드를 돌았다. "아직 우리가 위다"라고 말하는 듯 했다.
박지성이 국가대표를 은퇴한 후에도 한국 축구는 꾸준히 박지성을 원했다. 완벽한 '포스트 박지성'을 끝내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도 박지성을 다시 국가대표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그 정도로 박지성이 국가대표로 갖는 가치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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