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컵스의 좌완투수 존 레스터(32)도 강정호(29,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활약에 혀를 내둘렀다. 첫 두 타석에서 강정호를 잘 잡아냈던 레스터였지만, 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며 끝내 마운드를 내려왔고 패전의 멍에까지 짊어져야 했다.
레스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위치한 리글리 필드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2016 메이저리그' 홈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2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이날 레스터는 강정호와의 첫 번째 맞대결에서 삼진을 솎아낸데 이어,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판정승을 거두는 듯 했다.
이후 6회까지 볼넷 2개만 내주고 노히트노런 행진을 펼친 레스터는 7회초 선두타자 데이빗 프리즈를 투수 땅볼로 처리했으나, 스탈링 마르테에게 우전 안타와 2루 도루를 허용했다.
그래도 레스터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후속타자 프란시스코 서벨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날 경기 9번째 탈삼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강정호에게 당한 일격이 뼈아팠다.

레스터는 2사 이후 맞이한 강정호와의 세 번째 승부에서 2구째까지 1스트라이크 1볼의 볼카운트를 만든 뒤, 3구째에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92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하지만 공은 다소 높게 제구가 됐고, 이를 놓치지 않은 강정호는 우중간을 가르는 깔끔한 1타점 적시 2루타로 연결시켰다. 호투를 펼치던 레스터도 강정호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결국 마운드를 내려오고 말았다.
이후 강정호는 1-0으로 앞선 9회초 솔로 홈런(시즌 4호)까지 터뜨렸고, 팀의 2-1 승리를 이끈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레스터는 "강정호는 직구 공략에 능한 타자다. 그를 상대로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고자 했는데, 제구가 정확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반적으로 이날 경기에서 좋은 공을 많이 던졌는데, 높게 형성된 직구를 강정호가 놓치지 않고 받아 쳐 2루타로 만들어냈다. 힘든 승부였다"고 평가했다.
결과가 아쉬웠지만 레스터는 이날 피칭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레스터는 "그래도 커브를 제대로 구사했고, 전반적인 투구내용이 좋았던 만큼 앞으로도 좀 더 경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레스터는 지난 2006년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베테랑 투수로, 보스턴(2006-2014), 오클랜드 어슬레틱스(2014)를 거쳐 2015시즌을 앞두고 6년 1억 55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컵스에 합류했다.
레스터는 올 시즌을 포함해 빅 리그 11시즌 간 131승 81패 평균자책점 3.51의 성적을 거뒀으며, 지난해 컵스에서는 11승 12패 평균자책점 3.34로 7번째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올 시즌에는 7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1.88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는 2006년 혈액암을 극복하고 돌아와 보스턴에서 2차례 월드시리즈 우승(2007, 2013년)을 경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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