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하(카타르)=김명석 기자]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는 돼지고기 섭취는 물론 반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종교와 무관하게 카타르 내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비롯해 월드컵 출전을 위해 카타르에 입국한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적용된다.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술도 엄격하게 제한되다 보니, 대표팀 전담 조리사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2010년 남아공 대회부터 12년째, 4개 대회 연속 월드컵 대표팀의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김형채 조리장과 신동일 조리사도 마찬가지다. 여러 제한 탓에 카타르 월드컵은 앞선 여러 대회 중에서도 가장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대회다. 신동일 조리사는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요리에 술도 쓸 수 없기 때문에 잡내를 잡는 게 어렵다"며 "또 코로나19 이후로 채소나 고기 수급도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고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 선수들의 식단을 부실하게 마련할 수는 없다. 조리팀은 돼지고기를 쓰지 못하는 대신 닭이나 소, 오리고기를 메인으로 한 메뉴로 선수들의 영양을 책임지고 있다. 돼지고기를 쓰지 못하고, 요리에 술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도 '핵심'은 결국 선수들의 건강이다.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식단에 따르면 점심에는 주로 닭고기, 저녁에는 소고기나 오리고기가 식탁에 오른다. 여기에 참치김치찌개나 떡볶이, 잡채 등 다양한 메뉴가 더해진다. 건강한 음식을 통해 월드컵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더해주고 싶은 게 조리사들의 마음이다.
신 조리사는 "보양식보다는 건강한 음식, 슈퍼푸드를 준비한다. 설탕을 써도 정제되지 않은 설탕을 쓰고, 밀가루나 튀긴 음식은 되도록 제공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형채 조리장도 "전체적으로 식단을 짤 때 전반적으로 골고루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고 있어 영양적으로 문제는 없다"면서 "음식이 차려지고 비워지는 양을 보면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골고루 섭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을 이어가는 건 결국 대표팀 성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혹시 모를 식중독에 예방하기 위해 위생이나 식자재 관리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 조리장은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면 좋겠지만, 건강하게 좋은 추억과 평생 잊지 못할 성취를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선수들을 응원했고, 신 조리사도 "다른 대회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건강하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목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