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기복이 없이 활약하는 선수를 두고 감독들은 '계산이 선다'고 한다. 아리엘 후라도(29·삼성 라이온즈)만큼 계산이 잘 서는 투수가 또 있을까.
후라도는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101구를 던져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선도 일찌감치 폭발한 덕에 무난히 6-1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로써 후라도는 2023년(11승), 2024년(10승)에 이어 다시 한 번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아직 40경기나 더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뤄낼 게 더 많은 후라도다.
2023년 키움 히어로즈에서 처음 KBO리그를 경험한 후라도는 대표적인 이닝이터로서 존재감을 굳혔다. 2023년 183⅔이닝, 지난해엔 190⅓이닝을 책임졌고 올 시즌에도 놀라운 페이스로 22경기에서 벌써 143⅓이닝을 책임졌다.
이날까지 최근 3년 동안 무려 60차례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517⅓이닝 소화하며 압도적 1위에 올라 있고 지난 두 시즌 이닝 부문에서 3위, 2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1위로 뛰어올랐다.
이날도 후라도는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적극적으로 존에 공을 넣었고 SSG 타자들이 빠른 승부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최고 시속 150㎞의 포심 패스트볼을 29구, 149㎞의 투심 패스트볼을 22구 뿌렸고 커터(15구)와 커브(14구), 체인지업(19구), 슬라이더(2구) 등 다양한 구종을 통해 SSG 타자들의 범타를 유도했다. 결정적인 순간엔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로 탐삼진까지 솎아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많은 변화구를 던지면서도 스트라이크 비율이 69.3%(70/101)에 달했다. 특히나 패스트볼은 76.5%(39/51)를 찍었고 그렇기에 더욱 유인구에 SSG 타자드이 잘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4회까지 12타자만 상대하며 38구로 막아낸 후라도는 5회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이후에도 흔들림 없는 완벽투를 펼쳤다.
특히 7회 1안타 1볼넷을 내주고도 범타를 유도해내 위기를 벗어난 후라도는 91구를 던지고도 8회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100구에 가까운 투구수에도 패스트볼은 150㎞를 육박했고 1사에서 조형우에게 4구 연속 커트를 당했지만 5구 허를 찌르는 한복판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더니 김성현을 초구 만에 3루수 땅볼로 잡아내 이날 임무를 마쳤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후라도가 다 한 경기라고 봐도 될 것 같다"며 "직전 등판에서는 5이닝에 그쳤지만 오늘은 8이닝을 던지면서 후라도 본연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함께 배터리 호흡을 맞춘 베테랑 포수 강민호는 "ABS존이 있다고 하면 상하좌우를 다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본인이 네모 박스를 그려놓고 다닌다는 느낌이 든다"며 "피치컴을 누를 때도 맹목적으로 몸쪽, 바깥쪽이 아니고 몸쪽 높게, 바깥쪽 낮게 자기가 원하는 걸 누른다. 저도 위기 상황 때는 생각도 전달하면서 서로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꾸준한 투구를 펼치는 투수지만 지난 6월 14일 KT전 4⅓이닝 7실점으로 부진한 뒤 열흘의 휴식기를 가진 후 더욱 강해졌다. 7경기에서 4승 2패, ERA 1.91로 압도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 이 기간 평균 소화 이닝도 6⅔이닝에 달한다. 매 경기 7회 2사까지 책임지는 셈이다.

강민호는 그 비결을 후라도의 영리함에서 꼽았다. "확실히 공격적인 팀을 만났을 때는 수월하게 잘 풀어나가는 것 같다. LG 같이 파울을 많이 치는 팀을 만나면 조금 고전하기도 하는데 워낙 KBO에서 인정 받는 선수"라며 "정말 여우 같다고 해야 되나. 타자의 타이밍을 보면서 그때 그때, 그리고 앞 타석에 어떻게 승부했는지도 다 기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 투수들이 그렇게 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후라도는 "새로운 타자들이 생겨나긴 해도 계속 경기를 보면서 분석을 하고 있다. 안타를 맞아도 그 다음에는 계속 바꿔가고, 나만의 플랜을 짜나간다"며 "타자들이 그것에 맞춰서 바꿔가면 저도 맞춰서 계속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후라도는 "사실 늘 모두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어쨌든 저는 삼진보다는 범타를 더 많이 잡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팀 전체가 수비를 너무 잘 도와주고 있다. 그 덕분에 계속 이닝을 오래 끌고 갈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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