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A매치 15경기 10골·5도움 홍명보호선 10경기 '1골·2도움'

'국가대표'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의 존재감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한때 골과 어시스트를 가리지 않으며 축구대표팀 공격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시기와는 거리가 먼 흐름이다. 흐름이 많이 꺾인 건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다. 결국엔 대표팀 핵심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이강인 활용법'을 찾는 건 홍명보 감독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 시절 태극마크와 인연이 깊지 않았던 이강인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 부임 이후 빠르게 대표팀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23년 10월~11월에 걸쳐 A매치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4골 3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적이 있을 정도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도 3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단숨에 대표팀 에이스로 올라섰다.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의 공격 비중을 분산시켰다는 점에서 대표팀으로서도 반가운 일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뿐만이 아니었다. 황선홍 임시 감독,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에서도 그는 4경기 3골 1도움을 쌓았다.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A매치 15경기에서 이강인이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무려 10골 5도움. 손흥민이 왼쪽과 최전방을 넘나들며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면, 이강인은 반대편에 서서 대표팀 공격 비중을 높여갔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A매치 10경기에서 1골 2도움. 그야말로 '급격하게' 줄어든 공격포인트 수는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유일한 골마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월드컵 3차 예선 쿠웨이트전에서야 나왔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월드컵 3차 예선 상대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이강인은 이미 부담이 더 큰 아시안컵 본선이나 3차 예선보다 더 밀집수비를 펼친 팀들을 상대로도 존재감을 발휘한 바 있다.
물론 공격 포인트가 전부는 아니고, 공격 전개 등 보이지 않는 영향력도 간과할 수 없다. 다만 임시 감독들을 포함해 전임 감독들 체제에서는 공격 포인트 등 이강인이 두드러진 경기가 많았다는 점을 돌아보면, 결국 홍명보 감독이 이강인의 재능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격 포인트가 조금 줄어든 게 아니라 완전히 흐름이 꺾였다는 점, 과거와 달리 이강인이 대표팀 승리의 중심이 된 경기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손흥민의 존재감이 여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표팀 공격의 무게 중심은 전성기를 앞둔 이강인에게 서서히 옮겨갈 필요가 있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다시 대표팀 내 공격 비중이 커진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도 이강인의 재능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이강인 활용법을 찾기 위한 홍명보 감독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스리백 전술로의 변화는 이강인의 공격 비중을 더 키울 묘책이 될 수도 있다. 소집 훈련 도중 발목 부상을 당했던 이강인은 이 여파로 지난 미국전에선 교체로만 나섰다. 그러나 10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리는 멕시코전을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스리백 전형이 유지된다면, 이강인은 측면 공격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멕시코전은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이재성(마인츠05)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다. 경기를 풀어줄 수 있는 이강인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간 홍명보호 전술 속 이강인은 풀백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측면을 공략하고, 측면에서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리는 비중이 컸다. 다만 보다 전방에 배치되면 직접 슈팅이나 동료들을 향한 직접적인 패스를 시도할 수 있는 장면이 더 많아질 수 있다. 거리를 가리지 않는 슈팅 능력은 물론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와 개인기 등 이강인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강인이 다시금 대표팀 에이스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다면, 본격적으로 월드컵 모드로 돌입한 홍명보호엔 더할 나위 없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손흥민 부담을 덜어주는 건 물론 손흥민과 강력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전임 감독들 체제에서 대표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임이 증명된 만큼, 그 활용법을 다시 찾는 건 오롯이 홍명보 감독의 고민과 전술적인 역량에 달렸다.
한편 멕시코는 FIFA 랭킹 13위로 한국(23위)보다 10계단 높은 상대다. 역대 전적에서는 4승 2무 8패로 한국이 열세고, 최근엔 3연패 중이다. 이강인은 지난 2020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친선경기(2-3 패)에 교체로 나선 게 멕시코전 유일한 출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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