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웠던 지난 7월 뜻하지 않은 '부정투구 누명'을 가장 완벽한 방식으로 깨끗이 씻어냈다. 상무 피닉스 소속 좌완 투수 김기중(24)이 퓨처스리그 챔피언결정전 마운드를 완벽히 지배하며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고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상무는 28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메디힐 퓨처스리그 챔피언 결정전' 단판 승부에서 울산 웨일즈를 8-3으로 제압했다. 지난 시즌 KT 위즈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1년 만에 털어내며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이날 상무 승리의 주역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기중이었다. 상무는 1회초 선발 김대호가 2실점하며 끌려갔으나 타선이 곧바로 동점을 만든 뒤 주도권을 잡았다. 이어 등판한 김기중은 5이닝 동안 단 1실점(비자책)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으며 울산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이번 우승과 MVP 수상은 김기중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7월 25일 고양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선발로 등판했던 김기중은 4회말 투구를 마친 뒤 심판진의 불시 이물질 검사에서 글러브에 묻은 물질이 지적되며 즉시 퇴장 조치됐고, KBO 규정에 따라 10경기 출장정지 징계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KBO가 이후 해당 글러브를 회수해 정밀 조사를 벌인 결과, 유출된 물질은 선수가 고의로 바른 것이 아니라 '폭염으로 인해 글러브 내부 접착제(컴파운드)가 녹아 끈 구멍 사이로 흘러나온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부정투구가 아니었음이 공식적으로 밝혀지며 추가 제재 없이 징계가 철회됐지만, 젊은 투수로서는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아찔한 악재였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김기중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그날 고양 날씨가 정말 더웠다. 1~2회 던질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글러브 안쪽 컴파운드가 녹아 새어 나오는 줄도 전혀 몰랐다. 선발로 던지다 보면 글러브를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볼 일이 없지 않나"라며 "규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그렇게 나와 억울한 부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기중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래도 박치왕 감독님께서 많이 도와주셨고,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내 스스로 떳떳했기 때문에 그런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령탑 역시 김기중의 단단해진 내면에 아낌없는 신뢰를 보냈다. 박치왕 상무 감독은 "김기중이 여름에 본의 아니게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을 겪으며 많이 당혹스러웠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도 큰 교훈을 얻은 것 같다. 그 일 이후 행동과 말이 한층 차분해졌다. 오늘도 마운드에 올리면 분명히 차분하게 자기 공을 던져줄 것이라 믿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의 믿음대로 김기중은 최고의 무대에서 제 몫을 120% 해냈다. 김기중은 "코칭스태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간다는 이야기를 미리 해주셔서 준비를 잘하고 있었다. 앞서 (김)대호 형이 잘 던져줬고, 포수 (이)율예를 비롯해 야수 형들도 수비에서 정말 많이 도와줘 뒤에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이번 시즌 볼넷은 많지 않았지만 안타를 많이 맞아 고민이 깊었는데, 포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이정식 배터리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후반기로 갈수록 페이스가 올라왔다. 오늘 호투와 MVP 수상으로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을 크게 얻었다"고 힘줘 말했다.
누명을 벗고 실력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완벽히 증명해 낸 김기중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그는 "시즌이 끝났으니 겨울 비시즌 트레이닝을 착실히 소화해 좋은 흐름을 이어가겠다"며 "다음 시즌 도중 원소속팀(한화)에 복귀해서도 곧바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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