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죽 답답하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울먹였을까. 한국 축구대표팀 중원 사령관 황인범(30)이 한국 축구에 무력감을 호소했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2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9~10월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4연전 중 3번째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모레노 감독이 예고한 '전원 공격'은 온데간데없었다. 전반전은 상대의 압박에 막혀 패스 길조차 찾지 못했고, 전반 종료 직전에야 간신히 첫 슈팅을 기록했다. 후반전 손흥민과 이강인이 고군분투하며 반격에 나섰으나 득점포는 침묵했다.
종아리 문제로 에콰도르(3-0 승)·우루과이(1-4 패)전에 결장했던 황인범이 이날 첫 출전 기회를 잡았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황인범은 후반 35분 교체될 때까지 80분간 활약했지만 승리를 만들지 못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어두운 표정으로 나타난 황인범은 "이기고 싶었던 경기였는데 그러지 못해 많이 아쉽다"며 "운동량이 부족해 경기를 뛰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근육이 잘 버텨주어 예상보다 많이 뛸 수 있었다"며 "마지막 남은 한 경기 잘 준비해서 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 후 수비수 김민재는 중계방송 인터뷰를 통해 "다 같이 수비하고 경합하지 않아 수비수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개인이 아닌 원팀으로 머리 처박고 뛰어야 한다"며 작심 발언을 했다.
황인범은 동료의 이 같은 쓴소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황인범은 "당연히 잘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오늘 수비수들이 정말 잘해줬기 때문에 (김)민재 입장에서는 많이 답답했을 것"이라며 "저를 포함해 앞쪽에 있는 선수들이 조금 더 분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황인범이 느낀 진짜 위기는 그라운드 밖에 있었다. 국가대표 9년 차인 그는 "축구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밖으로 변화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 몸도 마음도 힘들다"며 "한국 축구가 발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특히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공백을 지적했다. '현재 대표팀에 필요한 도움이 뭐냐'는 질문에 "일단 도움을 주실 분이 안 계신다. 회장님이 안 계시고 감독님도 임시 체제라 미래를 모르는 상황이 선수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눈에 보이는 문제점들이 분명히 많은데 나설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운동장 안에서는 당연히 해야 할 몫을 다하겠지만, 외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도 답을 찾지 못했다"고 무력감을 호소했다. 이어 "이런 말씀드리면 또 여러 말이 나오겠지만, 답답한 게 사실"이라고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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