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공교로운 맞대결이 펼쳐진다. '우완 투수' 프레디 페랄타(30·탬파베이 레이스)가 정 들었던 친정팀 밀워키 브루어스를 만나기 때문이다.
탬파베이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 위치한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7전 4승제)' 6차전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7-3으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기록한 탬파베이는 클리블랜드를 제치고 대망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었다. 구단 역사상 2008년과 2020년에 이은 통산 3번째 WS 진출이다. 앞선 두 차례 도전에서 각각 필라델피아 필리스(2008년)와 LA 다저스(2020년)의 벽에 막혀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던 탬파베이는 이제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정조준한다.
창단 첫 반지를 노리는 탬파베이의 마지막 맞대결 상대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호화 군단' 다저스를 4전 전승으로 완벽히 스윕하고 올라온 밀워키 브루어스다. 빅마켓 구단들의 천문학적인 돈잔치를 비웃듯 가을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두 대표 '스몰 마켓'의 맞대결만으로도 화제성은 충분하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저비용 고효율 군단인 두 팀의 매치업은 그 자체로 거대한 이변이다. 미국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26시즌 개막일 기준 밀워키의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은 고작 2.1%에 불과했다. 탬파베이는 이보다 더 희박한 1.1%였다. 두 팀의 확률을 모두 합쳐도 고작 3.2% 수준이었다. 이런 팀들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는 야구 팬들의 심장을 뒤흔들 더 거대한 서사가 숨어 있다. 바로 탬파베이 마운드의 새로운 심장이자 ALCS MVP를 거머쥔 페랄타와 친정팀 밀워키의 운명적인 재회다.
이날 WS 진출을 결정짓는 운명의 6차전 선발로 나선 페랄타는 5⅓이닝 5피안타 3탈삼진 1실점 쾌투를 펼치며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이번 시리즈 3경기(선발 2차례)에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75로 압도적인 투구로 ALCS MVP 트로피까지 품에 안은 그는 '가을의 사나이'로 완벽히 우뚝 섰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스몰 마켓 구단의 숙명은 잔혹하다.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라 해도 몸값이 치솟고 FA 시점이 다가오면 결국 눈물을 머금고 떠나보내야 한다. 밀워키 역시 지난겨울 그 뼈아픈 현실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1월 밀워키는 오랜 시간 팀 마운드를 든든히 지탱했던 페랄타를 트레이드로 처분해야 했다. 2018시즌부터 2025시즌까지 밀워키에서만 70승을 거둔 페랄타는 '윈나우' 버튼을 누른 뉴욕 메츠로 향했다. 밀워키 입장에서 꽤나 고통스러운 출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밀워키는 무너지지 않았다. 탄탄한 시스템과 지독한 불펜 야구로 다저스를 잠재우며 먼저 WS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밀워키를 기다리고 있는 상대는 또 다른 스몰 마켓의 강자인 탬파베이였고, 그 선봉에는 다름 아닌 눈물로 보냈던 페랄타가 서 있다. 가을 야구 레이스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메츠에서 트레이드를 거쳐 탬파베이의 에이스로 완벽히 변신한 페랄타는 커리어 최고의 가을을 보내며 친정팀을 정조준하고 있다.
밀워키 타자들은 불과 몇 달 전까지 불펜 뒤에서 응원하던 옛 동료의 폭포수 같은 강속구를 공략해야만 우승 반지를 낄 수 있다. 페랄타 역시 한때 피땀을 함께 흘리며 가을을 꿈꿨던 친정팀을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려야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재정적 한계 때문에 헤어져야 했던 옛 에이스와 친정팀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가장 빛나는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적으로 마주한 두 언더독의 승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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