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야구의 가파른 인프라 확장과 흥행 돌풍이 아시아 야구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일본 대표팀이 오는 2027년 3월 대만을 방문해 교류전을 추진하는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소속 구단의 구단주까지 직접 대만을 찾아 정부 차원의 교류 협약을 맺고 대만시리즈를 관람했다. 고척스카이돔에 머물며 인프라 확충에 난항을 겪는 한국 야구가 국제무대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어지고 있다.
자유시보(LTN) 등 대만 복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짐 크레인 구단주가 팀 내 대만 출신 투수 덩카이웨이와 함께 20일 타이베이에서 진행된 '2026 대만 글로벌 투자유치 포럼'에 전격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대만 경제부, 신설된 체육 주무 부처 그리고 휴스턴 애스트로스 간의 삼자 협력을 바탕으로 한 '대만-미국 야구 산업 및 인재 육성 MOU(업무협약)' 체결식이 열렸다. 미국 현역 빅리그 구단주가 직접 대만을 찾아 정부 부처와 유소년 및 프로 선수 육성, 야구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상호 협력 협약을 맺은 것으로 다소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공식 포럼 일정을 마친 짐 크레인 구단주는 대만 경제부의 초청을 받아 대만 야구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타이베이 돔'으로 향했다. 크레인 구단주는 덩카이웨이 등과 함께 4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둘러본 뒤 이날 저녁 열리는 중신 브라더스와 퉁이 라이온즈의 대만시리즈 3차전을 직접 관전했다.
대만 언론들은 이날 중신 브라더스의 선발 투수로 등판한 니발도 로드리게스가 2016년 휴스턴과 계약해 2020시즌과 2021시즌 휴스턴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던 인연까지 조명하며 구단주의 방문을 대대적으로 타전했다.
타이베이 돔의 압도적인 시설 수준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이미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를 위해 타이베이 돔을 직접 찾았던키움 히어로즈 선수단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타이베이 돔 그라운드를 밟았던 한 선수는 "천장이 매우 높았고 시설도 최신식이었다. 심지어 도쿄돔보다도 좋은 느낌을 받았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대만 언론들은 메이저리그 핵심 구단주의 이번 방문과 대규모 MOU 체결을 두고, 타이베이 돔 개장 이후 완전히 달라진 대만 야구의 국제적 위상을 증명하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일제히 평가했다.
2023년 완공된 4만 석 규모의 타이베이 돔은 2024년 프리미어12 예선 유치와 대만 대표팀의 우승을 견인했을 뿐 아니라, 2026년 정규시즌 58경기가 편성될 정도로 폭발적인 관중 동원력을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만은 제3의 도시 타이중에 4만 5000석 규모의 두 번째 대형 돔구장(타이중 슈퍼돔)까지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착공에 돌입한 상태다.
인프라가 갖춰지자 글로벌 야구계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일본 야구계가 내년 봄 대표팀 평가전 후보지로 타이베이 돔을 낙점하고 교류전 추진에 나선 데 이어, 이제는 MLB 유력 구단주까지 직접 날아와 대만 야구 시장과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은 수용 인원 1만 6000여 석의 고척돔 외에는 이렇다 할 대형 실내 인프라가 없어 아시아 교류의 허브 역할을 완전히 내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청라 돔(2028년 예정)과 잠실 돔(2032년 예정)이 계획되어 있으나 여전히 수년의 공백이 남아있고, 완성되더라도 2만~3만 석 안팎 규모에 머무른다.
날씨와 무관하게 수만 명의 관중을 동원할 수 있는 돔 인프라와 정부 차원의 공격적인 유치 전략을 등에 업은 대만이 급부상하면서, 한국 야구가 아시아 야구 외교 무대에서 '찬밥 신세'로 밀려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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