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남' 임정은 "부모님도 악독함에 놀랐대요"(인터뷰)

배우 임정은(31)은 지난달 24일 종영한 '적도의 남자'(극본 김인영 연출 김용수 한상우)에서 내면의 욕망이 가득한 최수미 역으로 그동안 청순가련했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악녀 중에 악녀로 변신했다.

다만 악녀라고 해서 악에 받쳐 소리 질러대고 못살게 할 궁리를 하는 캐릭터가 아닌 심리적인 상처를 갖고 있는 여인으로 안방극장에 찾아왔다. 그는 한층 성숙된 연기력과 함께 긴 생머리에서 단발머리로 '반전'을 선보였고 데뷔 10년 만에 '대세'로 떠올랐다. 8일 서울 신사동 모처에서 진행된 임정은과의 인터뷰.

촬영 전 불안감 → 뿌듯함을 남긴 '적도의 남자'

먼저 '적도의 남자' 종영한 소감과 결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하다.

"마지막 회 촬영 끝나고 화보를 시작으로 영화, 시구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온 거 같아요. 결말에 대해서는 수미도 나름 장일(이준혁 분)과의 관계를 상상을 통해 만족했고, 아버지와도 사이가 좋아졌잖아요. 그 전에 충분히 저의 캐릭터를 보여줬기에 만족해요."

'적도의 남자'는 배우 임정은에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한 작품이다. 그동안 청순가련의 아이콘이었기에 악녀변신은 주위를 비롯해 스스로에게도 불안감이 컸을 것 같다.

"처음부터 수미 역은 아니었기에 오로지 이미지 변화와 연기 몰입만 생각했어요. 시놉시스 보고 수미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그동안 이미지가 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누를 끼치면 안된다고 생각했죠. 만약 제가 연기를 잘못했다면 분명 기사가 났을 거고 '그럴 줄 알았다'는 얘기를 듣기 싫었어요."

판타지 로맨스가 대세인 요즘 '적도의 남자'는 오히려 정통멜로 복수극으로 승부했다. 첫 방송역시 동시간대 꼴찌로 출발했지만 이내 작품성만으로 입소문이 나 역전했다.

"제가 시청률 욕심내는 배우가 아니라서 거기 까지는 생각 못했어요. 그래도 워낙 탄탄해서 나중에는 탄력 받지 않을까 싶었어요. 요즘 시청률의 힘이 큰지 새삼 느끼고 있어요. 가족들도 너무 좋아하는데 부모님은 30년 넘게 저를 키우셨는데 '얘가 이렇게 악독했나' 싶으셨대요."

매 회마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선보였다. 20회 동안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궁금하다. 수미가 아닌 시청자로서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첫 등장하고 엔딩화면이 인상에 남아요. 와인을 마시면서 장일이에게 살인미수 현장에 있었다고 말하는 부분은 저 역시 소름끼쳤어요. 장일이와 러브신 경우는 초반에 서로 친하지도 않을 때 촬영했던 터라 어색했어요. 그러고 보니 장일 역을 맡은 (이)준혁이와 말도 많이 못했는데 아쉬워요."

지난달 23일 방송된 19회 경우는 갑자기 후반부 10분정도 송출되지 못하는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심정이 어땠을까.

"저도 19회 보고 있는데 깜짝 놀랐어요. 집 TV가 잘 못된 줄 알고 채널도 돌려보고 이것저것 다 해봤죠. 알고 보니 엄청 큰일이었어요. 분명 잘 해결 될 거라고 믿고 불안해하진 않았어요. 이보영 언니는 울었다던데 전 성격이 덤덤해서 그런지 평정심을 가졌어요."

'섬세한 연출'+ '필력' + '연기' = 최수미

'적도의 남자'는 김용수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김인영 작가의 탄탄한 필력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여기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수작이 됐다. 제작진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어땠나.

"김용수 감독님은 대본 리딩 할 때나 촬영장에서 크게 요구하는 건 없으시지만 분명 생각은 뚜렷하신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 미술 공부하셔서 그런지 감각도 있으시고 영상미가 남달랐죠. "

수미 역에 캐스팅될 당시 순탄치 않은 상황이었고 김인영 작가가 많이 지지해줬다고 알려졌다.

"김인영 작가님 경우는 작품 출연할 때도 작가님께서 많이 격려해주셨죠. 카카오톡으로 격려메시지도 보내주셨어요. 당시 모두가 저의 출연에 대해 의문스러워 할 때라 응원 해주신 게 눈물 나게 고마웠어요. 작가님과는 아직도 연락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차기작 하신다면 꼭 같이 하고 싶어요."

'잇 아이템'을 탄생시키며 스타일링 大변신

극중 수미는 극 사실주의 아티스트답게 의상 또한 화려했다. 방송 후에는 '임정은 립스틱', '수미 의상' 등 검색어들이 화제가 됐다. 작품 준비하면서 패션 스타일링에 대해 중점적으로 준비한 부분이 있을까.

"어차피 변신하는 거 과감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스태프들과 회의를 엄청나게 했고 화려한데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옷들로 준비했어요. 염색머리에 아이메이크업까지 그동안 못해본 거 다 해봤죠. 김인영 작가님은 더 화려하게 하라고 하셨어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면은 불쌍한 인물이니까 더 부각됐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이 잘 어울리는데 평소에는 패션 스타일이 어떤지 궁금하다.

"평소에는 수수한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매 장면마다 다르게 보여야 하니까 차에 립스틱 10개와 매니큐어 30개를 색깔별로 준비해 놨어요. 촬영 중간에 차에서 직접 손에 매니큐어를 지웠다가 발랐죠."

30대 여배우 임정은, 일이 즐겁지만 결혼도 하고파

어느덧 연기자가 된 지 10년이 됐다. 20대 초반이던 임정은은 어느덧 30대 여배우가 됐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20대 초반에는 배우직업이 엄청 힘들었고 즐겁지 않았어요. 꿈이 배우가 아니었고 연예계는 나와 별세계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걱정도 많았죠. 예쁘다는 말도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30대가 되니 시야도 넓어지고 일도 즐거워요. 이제는 결혼도 빨리 하고 싶어요."

'적도의 남자'가 끝난 뒤 영화 '음치클리닉'을 촬영 중이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져 가고 있는 요즘,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수미 역을 맡기 전에는 아프고 청순한 역만 했는데, 엉뚱하고 밝은 역할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또 다른 싸늘함이 전해지는 캐릭터도 욕심나요. 최근 영화 '내 아내 모든 것'을 봤는데 임수정씨 역할이 매력적으로 다가 온 것 같아요."

그동안 '적도의 남자'를 사랑해준 시청자들과 극중 인물의 애칭인 '수미냔'을 지지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면.

"전 팬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에 크게 마음을 담아두지 않으려고 해요. 그렇기에 반응을 보고 듣는 걸 자제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반응에 민감하고 익숙해지면 상처받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 많이 알아봐주시고 지지해주는 팬들도 많이 생겨서 좋아요. 지금의 감사함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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