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가 대대적인 봄 개편을 단행했다. 무려 36년간 MBC 메인 뉴스프로그램 '뉴스데스크'가 방송되던 평일 오후 9시대의 대대적 편성 변경이 핵심이다. MBC는 23년만에 처음 일일사극을 신설하고, 각종 현안과 이슈를 다루는 독특한 일일 교양 프로그램도 새로 만들었다. 과연 MBC의 노림수는 통할까.
이번 대개편은 지난해 11월 평일 뉴스데스크가 1시간 앞당긴 오후 8시에 방송을 시작한 이후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8시 뉴스-9시 드라마 체제를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이뤄졌고, 18일 개편과 동시에 그간 임시 편성돼 전파를 타던 9시대 프로그램들이 대대적으로 시간을 옮겼다. 주말 뉴스데스크는 이미 2010년 11월부터 오후 8시대 방송이 이뤄졌다. 이번 개편은 '일주일 내내 오후 8시 뉴스' 체제를 마무리짓는 단계인 셈이다.
가장 공을 들인 것은 18일 첫 방송을 앞둔 특별기획 일일사극 '구암 허준'(극본 최완규·연출 김근홍)이다. 정확히는 오후 8시50분부터 35분물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차례 방송된다. MBC에서 '허준' 드라마가 방송되는 것은 이번이 무려 5번째. 1999년 큰 인기를 모았던 전광렬 주연의 '허준' 이후 14년만의 귀환이다. 원작자 최완규 작가와 여러 사극으로 이름을 날린 김근홍 PD가 손을 잡았다. 주인공 허준 역 김주혁은 1975년 첫 허준 드라마 '집념'에서 허준 역을 맡았던 고 김무생의 아들이다.
등장 인물은 주연부터 조연까지 14년 전 드라마에서 고스란히 따 왔지만 제작진은 현재 상황에 걸맞게 인물의 캐릭터를 바꿔 재미를 주겠다는 각오다. 김주혁이 맡은 허준은 한없이 의로웠던 과거와 달리 보다 인간적이고 거칠기도 한 인물로 태어났다. 순종적인 여성상으로 대표되던 예진아씨 역시 박진희를 만나 보다 강단있는 캐릭터가 될 전망이다. 남궁민이 맡은 유도지 캐릭터의 멜로도 강화된다.
리메이크의 끝판왕 '구암 허준'과 달리 그에 이어 오후 평일 오후 9시25분 주5회로 방송되는 '컬투의 베란다쇼'(연출 김새별)는 전에 없던 기획이다. 재담꾼 컬투와 배우 김정난,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기생충학 박사이자 칼럼니스트인 서민 단국대 교수가 참여해 사회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촬영한 영상을 보며 유쾌한 스튜디오 토크를 더해 보다 가볍고 진솔하게 다양한 이슈를 짚어낼 계획이다.
'베란다쇼'라는 작명은 세상과 집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공간이라는 뜻에서 나왔다. 탁월한 재담꾼이자 친숙한 진행자인 컬투는 방송 활동을 처음 시작한 친정 MBC에서 처음으로 교양 프로그램 MC에 도전한다. 이미 라디오 '컬투쇼'나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 등에서 익히 알려진 말솜씨지만 교양 프로그램에 입성한 컬투가 어떤 입담으로 세상 이야기를 풀어낼 지 관심이 쏠린다.
MBC 평일 오후 9시대 띠편성 단행에 따라 연쇄 시간 이동도 이뤄졌다. 특히 기존 오후 9시대 프로그램이 들쭉날쭉 자리를 옮겼다. 월요일 방송되던 '이야기 속 이야기 사사현'은 폐지됐고,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는 일요일 오전 9시15분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밖에 'MBC 다큐스페셜'은 월요일 오후 11시5분으로, '불만제로 UP'은 수요일 오후 5시20분으로, '섹션TV 연예통신'은 일요일 오후 3시55분으로 방송 시간이 바뀌었다.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에 빠지다'는 일요일 오후 11시50분으로 옮겼다.
신설된 프로그램으로는 금요일 오후 11시15분 방송되는 '나 혼자 산다'가 눈길을 끈다. 혼자사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도 유쾌하게 조명해 내 설 특집 파일럿 방송 이후 호평 속에 정규 편성됐다. 파얼럿의 신선함을 정규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이어갈 지 궁금한 대목이다.
MBC의 이번 개편은 김재철 사장이 주도해 단행한 대대적 편성 변경을 마무리하는 차원인 만큼 내부적으로도 관심이 남다르다. 1주일 내내 편성이 바뀌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을 만큼 대규모 개편이라 성패를 점치기 어렵다. 특히 요즘 시청자들에게 생소한 일일사극 '구암허준'이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있다.
한 MBC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8시 뉴스에 이은 오후 9시 프로그램이 어떤 성과를 보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며 "특히 사활을 걸고 있는 '구암허준'의 경우 기존 일일드라마에 또다른 일일 특별기획 사극이 추가되는 실험이라 내부에서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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