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적자' 제작진이 뭉쳤지만, '황금의 제국'은 아쉽게도 전작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 제작 드라마하우스)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경제계의 모습을 묵직한 톤으로 그려내 관심을 끌었다.
'황금의 제국'은 또한 시청률 20%(닐슨코리아 전국 일일기준, 이하 동일)을 넘으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의 제작진이 재결합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았다. 손현주, 장신영, 박근형, 류승수 등 '추적자'에서 만났던 배우들도 다시 합류했다.
'황금의 제국'이 물론 '추적자' 시즌2는 전혀 아니었다. 고수, 이요원 등 청춘스타로서 이름을 알린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 변신과 손현주, 장신영, 류승수 등 주요 배우들의 색다른 호흡, 박근형, 김미숙, 전한용 등 중견 및 원로 배우들의 존재감도 탄탄했다.
'황금의 제국'이 '추적자'와 유사한 부분은 바로 복수극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마저도 복수극의 느낌은 달랐다. '추적자'는 평범한 소시민이 거대 권력을 가진 인물을 상대로 처절하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렸다. 하지만 '황금의 제국'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마치 카드 게임을 하듯 치열하게 심리게임을 하며 이전의 패배에 대한 앙갚음을 하는 과정들을 그렸다.
성진그룹 내 갈등의 두 축인 최서윤(이요원 분)과 최민재(손현주 분)를 중심으로 한 권력 다툼, 회장의 재혼녀 한정희(김미숙 분)의 새로운 등장, 자본력을 바탕으로 캐스팅 보트를 쥔 장태주(고수 분)의 심리전 등은 '황금의 제국'을 보는 가장 극적인 재미였다.
'황금의 제국'의 배경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무한 경쟁 그 자체였다는 점에선 현대인으로서 공감할 만 했다. 성공하는 자에 의해 도태된 자가 앙심을 품고 재대결을 펼치는 이 패턴은 계속 반복됐고 긴장감을 더했다.
'황금의 제국'은 최종 목표인 성진그룹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과정을 마치 중계하듯 그렸다. 중계를 본 시청자들은 승리에 가까워질 것만 같다가 갑작스레 미끄러지고 예상치 못한 카드로 게임의 흐름이 순식간에 휘둘리는 순간을 만끽했다.
이렇듯 완성도 높은 드라마였지만, '황금의 제국'은 시청률 면에서는 '추적자'의 인기를 재현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월화드라마에 편성된 '황금의 제국'은 동시간대 KBS 2TV '굿 닥터'와 경쟁에서 밀리며 줄곧 10% 초반 시청률에 머물렀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매회 등장한 반전이 문제였다. 말 그대로 과유불급이었다. 큰 틀에서 '황금의 제국'은 '성진그룹의 주인이 누가 될까'라는 질문의 해답을 드라마의 결말로 잡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해답을 찾는 길을 너무 멀리 있었다. 굵직한 주변 에피소드들도 적지 않았다.
등장인물 역시 이 질문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면서 풀어나가야 할 실타래가 많았다. 스토리 전개의 강약 조절을 적절하게 해나갔다면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담고 있는 포인트가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전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외에도 "대기업 일가가 벌이는 갈등이 다소 비현실적인 것 같다", "재벌가 사람들이 벌이는 다툼이어서인지 재벌이 아닌 입장에선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대체적으로 많았다. 즉, '황금의 제국' 속 인물들 중엔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황금의 제국'은 결국 작품성과 흥행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못한 채 배우들의 열연과 긴장감 높은 스토리의 완성도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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