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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그맨이라 불리는 사나이..넌 정체가 뭐니(인터뷰)

뼈그맨이라 불리는 사나이..넌 정체가 뭐니(인터뷰)

발행 :

김현록 기자

개그맨 겸 가수 겸 가수 유세윤 인터뷰

유세윤 /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유세윤 /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유세윤(32)은 "지금이 딱 좋다"고 했다. 지상파에서 자취를 감춘 그는 현재 tvN의 'SNL코리아'와 '퍼펙트싱어 VS',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 중이다. 얼마 전엔 솔로가수 유세윤으로 신곡 '까똑'을 발표했다. 뮤직비디오도 안 찍고, 홍보 활동도 따로 안했다. 음원은 온라인으로만 유통 중이다. 있는 듯 없는 듯 신나게 활동하며 이따금 '왜 방송 안 나오세요?' 하는 질문을 받는 게 "너무나 짜릿하다"는 유세윤이다.


"날 안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아요. 그래도 전 일을 하고 있잖아요. 지상파며 막 방송을 할 때 좀 무섭기도 했어요. 고층아파트를 계속 올라만 가는 기분이어서. 지금은 나아진 것 같아요. 욕심이 너무 크면 안돼요. 웃어야죠. 일부러라도 웃으면 진짜 웃게 된다잖아요."


신곡 '까똑'은 눈도 안 마주치고 스마트폰 SNS에 열을 올리는 요즘의 세태를 풍자한 곡이다. UV의 쿵짝거리는 복고 댄스 대신 편안한 힙합 발라드에 공감 가득한 가사를 얹었다. 가사도 직접 썼다. '코미디빅리그'의 모던패밀리 코너에선 늘상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버르장머리없는 고교생으로 나온다. 스마트폰이 싫으냐는 질문에 "별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구형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 이제 1년쯤 됐을까. 폴더폰을 사려고 했는데 점원이 너무 막 대하는 거예요. 화가 나서 나오고는 홧김에 랄까 그냥 스마트폰을 샀어요. 쓰긴 하는데 다시 폴더폰으로 바꿀까봐요. 모두 이거만 들여다보고 있는 게 별로예요. 요즘 SNS 때문에 벌어지는 일은 또 얼마나 많아요. 뉴스도 많고. 예전 트위터요?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어요. 그렇게 남아있는 게 민망하긴 한데…"


지난 5월 31일 올린 그의 마지막 트위터 글은 음주운전 자수 사건에 대한 해명을 담고 있다. 그 이야기를 안 물어볼 수가 없다. 만취한 그가 경찰서로 직접 차를 몰고 가 "양심에 찔렸다"며 음주운전을 고백한 한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담당 교통 경찰관이 "경찰 인생에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껄껄 웃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잘 나가던 개그맨이 음주운전을 했다며 자수를 하고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하차한 희대의 사건. 누구는 뼈그맨의 초대형 퍼포먼스라 했고, 누구는 빡빡한 활동에 지친 그가 일부러 그랬다고도 했다. 소속사의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벌어진 일이라고 수군대는 사람까지 있었으니 말 다 했다.


"그럴 리가요." 곰곰 생각하던 유세윤이 딱 한 마디 했다. "정답은 아주 심한 주사가 아닐까요. 어중간하게 술을 먹었으면 못 갔을 거예요."


유세윤 /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유세윤 /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뼈그맨' 유세윤. 그러니까 그는 뼛속까지 개그로 무장한 타고난 개그맨이란 찬사를 받는 유일한 한 사람이다. "뼈그맨 뼈그맨" 했더니 본인은 못 견디겠다는 표정이다.


"싫다기보다는 부담이죠. 그렇게 수식어가 붙어버리면 어디 가서도 잘 해야 할 것 같잖아요. 무덤 같아요. 그나마 인터넷에 그런 말이 있는 건 괜찮은데 그렇게 저를 소개하면 도망가고 싶어요. 언젠가 방송을 하는데 제 소개멘트를 '안녕하세요, 뼈그맨 유세윤입니다'라고 적어줬어요. 못 읽겠더라고요."


그런데 유세윤을 설명하려면 개그맨이란 수식어만으로는 충분치가 않다. 토크, 연기, 슬랩스틱을 오가는 개그 연기도 출중하지만 순발력, 관찰력, 기억력까지 뛰어난 그는 MC로서도 발군이다. 특히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다 웃음거리를 찾아내 콕 집어가는 능력이 수준급.


유세윤은 "어렸을 적부터 놀리려고 늘 준비를 하다 보니 트레이닝이 됐나보다" 너스레를 떤다. 지인들 전화번호 등등을 다 외운다는 그는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다 기억한다"고. 학창 시절엔 국영수 대신 암기과목을 잘 했단다.


그런데 어디 개그맨, MC 뿐이랴. '유세윤의 아트비디오'에선 단편영화를 찍었고, 가수 UV로서도 맹활약을 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도 성큼성큼 걸었다. 'UV신드롬'은 예능과 다큐를 오가는 이종 리얼리티쇼였다. '아트비디오' 시절엔 스스로도 '중2병 원조'라며 웃음짓는 내면의 불안을 그대로 대중에게 노출시켰다. 이것이 리얼인지 개그인지 아트인지 종잡을 수 없었던 색다른 유세윤 표 작업들은 마니아 팬들에게 슬금슬금 그러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다른 분야를 한다는 거, 그런 거 잘 모르겠어요. 그냥 벽이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쟨 저거도 하네' 이런 게 아니라 '쟤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하는 게 좋아요."


유세윤은 "한 때 스스로가 정말 대중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대세'라든지 보편적인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개그콘서트' 시절 히트한 복학생 개그만 해도 지나간 옛 이야기를 꺼낸다고 사람들이 좋아할 줄은 몰랐단다. 한 발 더 나가 첫 녹화 당시 방청석을 비워놓고 팬 한 사람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닥터피쉬' 코너도 마찬가지였다고.


"100명이 보며 100명이 다 웃는 건 별로예요. 제가 대중에게 맞추려고 노력해서 저를 좋아해주신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웃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사람들이 긴가 민가 하는 것이 좋아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것을 대중들도 좋아해 주실 때, 그 둘이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아주 짜릿해요."


문득 궁금해 언제부터 개그맨이 꿈이었냐 물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개그맨 하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놀랍게도 어렸을 적 장래희망은 '오로지 개그맨'이 아니었다. "영화 감독도 꿈꾸고, 공연하는 사람도, 시나리오 작가도 되고 싶었다"는 유세윤은 "물론 개그맨도 되고 싶었지만 어떤 열망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금 같았으면 '종합예술인'이라고 했겠다 하니 돌아온 답이 이랬다. "맞아요. '예술'을 하고 싶었다는 게 맞겠네요." 그리고 유세윤은 덧붙였다. "그리고 그걸 다 지금 하고 있어요. 저는 꿈을 이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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