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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상속자들' 유라헬의 무게 견뎌야했다"(인터뷰)

김지원 "'상속자들' 유라헬의 무게 견뎌야했다"(인터뷰)

발행 :

윤상근 기자
배우 김지원 /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김지원 / 사진=임성균 기자


지난 20일 만난 배우 김지원(21)에게서 '유라헬'의 여운은 이제 남아 있지 않았다. 단지 환한 미소와 웃음으로 답하는 모습이 조금 낯설 뿐이었다.


유라헬. 이름 자체만으로도 독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이 여고생은 SBS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극본 김은숙 연출 강신효 제작 화앤담픽쳐스, 이하 '상속자들')의 공식 악녀였다. 시종일관 가난한 여고생 차은상(박신혜 분)을 괴롭히고, 약혼했던 김탄(이민호 분)을 향해 강한 질투심을 보이며 존재감을 선사했다.


비속어가 섞인 말투는 기본이었고 간간히 은상을 향해 손찌검까지 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슴 아픈 과거에 쓰라린 눈물을 흘린 여린 감성도 가진 여고생이었다.


유라헬의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는 시작됐다. 실제 성격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었기에 극 초반 몰입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지원은 스스로 "유라헬이 가진 '무게'를 견뎌야 했다"며 센스 있게 운을 뗐다.


"대사의 톤이나 말투도 워낙 세서 어떻게 감당해내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초반에는 감독님과 자주 얘기 나누면서 악녀로서 가져야 할 톤을 맞추는 데 많이 고민했죠. 다행히 3, 4부 정도부터 어느 정도 그 모습이 자리를 잡아간 것 같아요."


김지원은 특히 상대방을 멸시하고, 무시하는 연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성격상 잘 안 되더라고요. 평소에도 화를 잘 안 내는 성격인데 '닥쳐'라는 말도 자주하고 삐딱한 말투에다가 뺨도 때리고 머리채도 잡아채기도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원래는 화가 나도 스스로 참고 걸러서 내는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연기가 점차 적응이 되고 나서부터는 대사로 감정을 쏟아내고 털어버리니까 속은 다 시원하더라고요.(웃음)"


김지원은 "촬영 전에는 동료들이랑 편하게 웃으면서 수다를 떨다가도 슛이 들어갈 때 즈음에는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감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역시, 유라헬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견뎌야 할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배우 김지원 /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김지원 / 사진=임성균 기자

하물며 김지원도 이 정도인데, 이를 받아줘야 하는 박신혜는 오죽했을까. 유라헬은 차은상(박신혜 분)을 처음 본 순간부터 깔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촬영장에서는 어색했을 법도 했다.


"이번 작품 들어가면서 제가 다니던 미용실을 옮기게 됐는데 그 곳이 (박)신혜 언니가 다닌 미용실이더라고요. 물론 연기할 때는 전혀 문제없었는데 이후에 미용실에서 마주치게 되면 순간적으로 인사를 못하겠더라고요.(웃음) 수고하셨다는 말조차도 입에서 잘 안 떨어졌고요. 센(!) 신을 찍고 나면 너무 미안한 느낌 당연히 들죠. 그래도 신혜 언니가 상대역으로서 '한 번에 끝나는 게 좋으니 걱정하지 말고 잘 하자'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렇다면, 연기하면서 공감이 되지 않았던 장면은 없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약간 의외였다.


"이효신(강하늘 분)과의 키스신 장면이 적힌 대본을 보며 처음에는 좀 당황했었어요. 이 장면이 김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질투를 유발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게 선뜻 공감이 되지 않았거든요. 이후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이 키스신이 그간 탄에 대해 쌓였던 질투어린 감정을 표현한 것이었더라고요."


유라헬의 캐릭터는 100% 악으로 존재하는 여고생만은 아니었다. 초반부터 비쳐진 까칠하고 날카로운 성격의 배경에는 유라헬만의 아픈 상처가 깔려 있었다. 단지 그 거침없는 행동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원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어요. 악한 모습으로만 일관하다 갑자기 감정이 급격하게 변한 게 아니었죠. 내가 약혼할 사람의 집에 갔는데 낯선 사람이 캐리어를 끌고 등장하고 있고, 이를 본 약혼자는 신경을 끄라며 화를 내고 아픈 말들을 내뱉는데 당연히 상처를 받게 되는 거죠. 유라헬은 그 상황에서 겉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대신 더 화를 내는 것으로 반응했던 거고요."


배우 김지원 /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김지원 / 사진=임성균 기자

악역 김지원. 전작에서 비쳐지지 않았던 모습이었기에 그 인상은 더욱 강하게 남았다. 스스로도 이번 역할에 대해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전보다 연기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시청자 입장에서도 뭔가 '아, 이 배우가 이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고요."


쉽지 않았을 악역 연기를 준비하기 위해 그녀는 김은숙 작가의 전작에서 그려진 몇몇 인물들을 떠올리며 유라헬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시크릿 가든'의 윤슬(김사랑 분)이 주변의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며 복수심을 그리면서 표현하는 악한 모습을 여러 번 보면서 연구했어요. '신사의 품격'의 박민숙(김정난 분)의 경우는 겉으로 위풍당당한 모습을 눈여겨 본 것 같아요. 아마 유라헬의 미래 모습은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볼 정도였고요."


정말 많은 캐릭터의 인물들이 등장해 볼거리도 풍성했던 '상속자들'. 김지원 역시 '상속자들'에 빠져있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극중 가장 매력적인 남자 캐릭터는 역시나, 최영도(김우빈 분)였다. 정말 대세이긴 한 모양이다.


"한 여자에 사랑에 빠진 이후 자신의 모든 걸 바꾸고, 한 여자에 집중해서 서투르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죠."


하지만, 이상형은 아직 바뀌지 않은 듯 했다. 김지원은 여전히 '하이킥'의 윤계상(윤계상 분) 캐릭터와 같은 어른스러운 남자가 좋단다.


이제 연기자로서 4년차가 되는 김지원의 향후 목표는 무엇일까.


"여러 작품 출연하면서 항상 색다른 이미지를 꺼내서 나름대로 뿌듯하다고도 생각하고 있지만 더 노력해야죠. 언제나 기회가 된다면 색다른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제 실제 모습이 묻어나는 연기도 하고 싶고요."


윤상근 기자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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