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가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에서 공동수상을 남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30일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하지원이 '기황후'로 예상대로 대상을 탔다. 한해 열심히 한 배우보다는 앞으로 열심히 해달라는 의미다. MBC는 지난해에도 안재욱 대신 한창 방영 중인 '마의' 조승우에게 대상을 안겼다.
상이야 주는 사람 마음이라지만 올해 MBC는 수상결과만 놓고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MBC연기대상은 대상후보가 무려 20명에 달했지만 절반도 채 참석하지 않았다. 권상우와 송승헌 등 한류스타들이 불참했고, 고현정과 문근영도 대상후보였지만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참석한 배우들은 여지없이 상을 탔고, 수상하지 못하는 배우들은 불참했다. 개근상이란 소리가 나올 만하다.
MBC는 많은 배우들에게 상을 나눠주기 위해 미니시리즈, 특별기획,연속극으로 세분화해서 상을 줬다. 그런데도 공동수상를 피해가지 못했다. 신인상은 이상엽과 오창석, 백진희와 전소민이 나눠가졌으며, 황금연기상은 총 6명이 받았다.
오죽하면 황금연기상 수상자로 김상중과 정보석과 함께 수상한 조재현은 "세명이 서 있으니깐 가수인 줄 알았다. 노래해도 되겠다"고 비꼬는 듯한 수상소감을 남겼다. 김재원과 특별기획 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공동수상한 주진모는 김재원의 수상 소감이 길어지자 양해를 구하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아역상은 김새론, 김향기, 서신애, 이영유, 천보근 등 '여왕의 교실'에 출연했던 아역배우들이 다 받았고, 심지어 작가상까지 '기황후'와 '백년의 유산'이 나눠가졌다.
MBC는 29일 열린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도 공동수상자를 쏟아냈다.
올해 MBC는 예능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연예대상 시상식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수상결과는 그런 관심이 무색할 정도였다. 26개 부문에서 무려 61명이 상을 받았다.
신인상은 코미디부문과 쇼 버라이어티 부문으로 나눠서 7명에게 줬다. 인기상도 쇼버라이어티,MC,가수로 나눠서 7명이 받았다. 올해의 스타상은 무려 10명이 받았다. 우수상은 남녀가 각각 2명씩 4명의 공동수상자를 배출했고, 남자 최우수상은 정형돈과 김수로가 같이 받았다. 대상도 '아빠 어디가' 단체수상이었다.
이쯤되면 공동수상이 MBC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지상파 방송사 시상식 공동수상은 MBC 뿐 아니라 KBS나 SBS도 마찬가지다. 다만 KBS와 SBS는 상의 종류를 늘려서 공동수상 남발을 교묘히 피했다. SBS는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버라이어티,코미디,MC 부문으로 나눴다. 우수상과 최우수상이 있는데 베스트엔터테이너상과 베스트챌린지상도 줬다.KBS도 연예대상에서 우수상과 최우수상과는 별도로 최고엔터테이너상 정보쇼오락부문과 버라이어티부문으로 상을 또 줬다.
유달리 MBC가 두드러진 건 상의 종류를 늘렸으면서도 공동수상까지 남발했기 때문이다.
공동수상을 해도 정말 의미가 있는 경우는 박수갈채를 받는 법이다. 그러나 공동수상을 남발해 시상식 권위가 이렇게 떨어진다면 전파를 낭비해가면서 굳이 할 이유는 없다. 방송사에서는 집안잔치인데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고 하지만 집안잔치를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해서 할 이유도 없다.
통합시상식이나 가요대전처럼 시상식 폐지 이야기도 늘 나오지만 현실성은 없다. 지상파들이 광고수입을 포기하고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통합시상식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요시상식은 가수 기획사가 힘이 세져서 보이콧을 했기에 가능했다.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은 경우가 다르다. 결국 지상파 연말 시상식 권위는 방송사 스스로가 다시 세울 수밖에 없다.
올해 MBC 연기대상에는 고현정,송승헌,권상우, 문근영 등이 불참했고, SBS 연기대상에는 수애, 공효진, 송혜교가 불참한다.
바닥에 떨어진 시상식 권위를 다시 주워 담을 수 있을지, 이도저도 안되면 시상식 시간이나 앞당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객 상당수를 차지하는 십대들이 너무 늦은 시간에 귀가하지 않도록 말이다.
전형화 기자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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