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배우 데뷔 3년차. 배우 박건형이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고(故) 김광석 5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디셈버 : 끝나지 않은 노래'(이하 '디셈버')에서 연기했다. 순수청년 지욱을 연기한 그는 지난달 29일 무사히 끝마쳤다. 이제 부산, 대구 공연이 남아 있다. 드라마, 뮤지컬에 이어 예능에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박건형은 진중하고도 유쾌한 배우였다.

박건형의 '디셈버' 키워드: 장진감독
박건형은 뮤지컬과 TV를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때로는 관객과 소통했고 때로는 시청자와 호흡했다. 그는 다수의 드라마를 하면서도 뮤지컬의 인연은 계속 이어왔다. 그가 '디셈버'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고 김광석과 장진으로 압축됐다.
"장진 감독과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라이센스 작품들은 해왔지만 창작 뮤지컬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에 기회가 오면 해보고 싶었어요. 장진 감독의 연출과 대본,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를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점, 세종문화회관이라는 거대함도 매력적이었어요. 배우는 큰 무대에서 연기하면 압도될 수 있는 순간이 오는데 그걸 넘어서야 해요. 세종문화회관은 저에게 그걸 느끼게 해줬어요."
박건형과 장진은 서울예대 선 후배 사이다. 장진감독과 같이 작업하면서 놀면서 연습했던 재밌던 순간도 있었고 연습량도 엄청났다. 작품 특성상 노래보다 연기가 더 강조됐기 때문. 1주일 동안 오전10시부터 오후10시까지 이어진 강행군 속에서 팀워크도 다졌고 팀의 강점이 됐다.
"장진 감독은 어느 날은 '야 니들 연습 안 하면 공연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라고 화를 낼 때가 있었어요. 순간 정적이 흐르고 후배들은 멈칫해요. 그때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감이 와요, 우리끼리 있을 때 후배들에게 '우리가 죄 지었어? 왜들 그래?"라고 다독였어요. 후배들에게 어떤 작품가도 이렇게 연습 할 수 없다고 말 할 정도였어요. 언젠간 그 때가 행복했음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에요."

박건형의 '디셈버' 키워드: 국수배우
'디셈버' 팀에게 지난해 12월 방송된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도 빠질 수 없다. 당시 장진감독, 박건형, 박슬기, 김연우가 출연했다. 이때 박건형은 국수배우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국수배우는 그가 MBC '아이두 아이두', '불의여신 정이'에 출연했지만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국수처럼 말아 먹었다는 의미다. 그는 배우로서 시청률에 대한 것과 당시의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방송 후 시청률에 의해 크게 분위기가 나뉘어져요. 잘되면 인정받겠지만 안 되어도 그 팀은 더 열심히 해요. 혹시나 사기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시청률이 설령 몇 프로가 된대도 배우라면 그 분들을 위해 더 힘내서 연기해야 해요.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장진 형이 저에게 뭐라도 해도 악감정 없어요. 녹화 후에 형에게 '그 부분 편집 안되면 욕먹을 거야'라고 했으니까요."
박건형은 '디셈버'를 어떻게 해석, 표현했을까. 그는 지욱이로 살았던 기간 동안 그 감정에 온전히 녹으려 했다.
"드라마적인 부분에서 노래로 갈 때 좀 더 뮤지컬 적인 방향으로 콘셉트를 잡았어요. 뮤지컬 특성이 인물 감정의 최고조가 노래로 나와요. 우리 작품은 드라마가 강하다 보니 제가 노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울컥한 순간들이 많았어요."

박건형의 '디셈버' 키워드3. 故 김광석
'디셈버'에서 고 김광석은 핵심이자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젊은 관객들은 아날로그 적인 감성을 배웠고 중년 관객은 과거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박건형에게 고인은 어떤 존재일까. 박건형은 '디셈버'를 통해 고 김광석과 고인의 음악이 갖는 힘을 알게 됐다.
"저는 고 김광석 노래를 잘 몰랐고 '아 이 노래'라고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제대로 알게 됐어요. 제가 불러야 하는 곡을 마스터해야 했는데 원곡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편곡을 접했으니 연습을 많이 했어요. 원곡을 들으면서 정말 자기 느낌을 갖고 부르는 것과 목소리가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아직도 추억하고 좋아하는 구나를 느꼈어요."
박건형은 '디셈버'를 통해 내면에 신경을 썼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큰 무대에서 자칫 감정이 오버될 수 있기 때문. 이제 '디셈버'는 부산, 대구 공연이 남아 있다. 박건형은 지방공연을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했다.
"큰 곳에서 공연할 때 배우들이 자칫 잘못하면 겉으로만 표현할 수 있어요. 제가 '디셈버'를 하면서 경계했던 부분들이었고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하려고 늘 다짐했어요. 가끔 몇몇 공연을 보면 내면보다 대극장용 겉 표현적인 테크닉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그래서 지방공연도 기대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배우들이 관객과 가까워지고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디셈버'에는 주옥같은 고 김광석의 곡들이 등장한다. 박건형에게 가장 와 닿은 김광석의 노래는 '서른 즈음에'였다. 그는 관객에게 앞으로 생각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서른 즈음에'를 꼽고 싶어요. 이 노래는 공연 부제인 '끝나지 않는 노래'와 연관 있어요. 공연에서 무대는 어떤 걸로도 남지 않아요.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에요. 관객들이 공연을 느낄 때 생각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관객들이 날 생각하려면 날 느끼게 제가 해야 하는 거니까. 이 메시지가 관객에게 전달됐다면 이번 작품은 무사히 끝낸 것 같아요."
김성희 기자shinvi7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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