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규가 MBC에 돌아왔다. '명랑히어로' 이후 무려 7년 만의 친정 컴백이다.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목요일 오후 11시15분 방송되는 '경찰청사람들 2015'(기획 박정규·연출 김유곤 김인수). 1990년대 당시 범죄 예방과 범죄자 검거에 힘썼던 MBC의 대표 프로그램 '경찰청 사람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한때 양심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이경규가 단독 MC로 프로그램을 이끈다. MC 이경규는 현직 경찰관들의 리얼한 후토크를 통해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유익한 정보까지 전달할 예정이다. 사건과 사고, 정보 전달과 의미부여,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조화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자리다.
30일 첫 방송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이경규는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 "한 달은 해봐야 한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첫 술에 배부르고 싶다", "오래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MBC에 7년 만에 컴백했다.
▶몇 차례 돌아오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에 도전했는데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돌아오지 못했다. 꾸준히 끊임없이 만나 대화를 많이 나눴다. 어느 날 갑자기 돌아온 것은 아니다. 그걸 미워하거나 하면 돌아올 수가 없다. 계속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일밤'으로 갔어야 하는데.(웃음) 어떤 프로그램으로 복귀하더라도 어려운 색깔있는 프로그램을 맡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경찰청사람들'이라는 포맷이 낯설지 않나
▶예전 '양심가게'라고 해서 청소년에게 술 담배를 팔지 않는 가게를 찾아다녔다. 강지원 당시 검사와 방송을 했는데, 당시 경찰청 홍보대사를 했다. '경찰청사람들'이라는 방송이 낯설지는 않았다.
-목요일 11시 쉽지 않은 시간대다. 각오도 남다를 텐데.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하기 전에 시행착오를 PD 작가 연기자가 많이 회의해서 시해악오를 줄여 놓고 시작해야 한다. 예전에는 방송을 해 놓고 나중에 다른 프로그램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 '전파견문록'이 어린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는데 하다보니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바뀌더라. 지금은 처음 콘셉트가 대개 그대로 가더라.
바둑 한 수 잘못 두면 그냥 떠내려간다. 나의 삶도 위태위태하다.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 프로그램이 잘 되고 있을 때는 '내가 참 잘하는구나' 하고 있다가 프로그램이 막을 내린 뒤 생각해보면 '아 PD가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PD의 역할이 중요하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연출력에 따라서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PD와 CP가 좋으니까 아마 잘 되지 않을까.
-녹화 소감은?
▶쉽게생각하고 시작했다가 녹화를 하며 정말 어려운 걸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힘들었다. 담당 PD에게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살인사건은 아픔인데 이걸 놓고 내가 웃기려고 하거나 희화화 시켜서는 안되고, 너무 무겁게 가져가서도 안된다. 그런 중간의 수위조절이 나를 많이 힘들게 했다.
-느낌은 어떤가.
▶녹화를 하면 대박이냐 대박이 아니냐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오래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나라에 사건이 많지 않나. 해가 뜨면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모르는 나라다. 이렇게 많은 소재가 있다니,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웃음)

-왜 지금 '경찰청사람들'일까. 공권력에 대한 불신도 상당하다.
▶공권력 남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사실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고 있는 경찰이 있다는 걸 간과하고 있다. 뉴스에 많이 보도되는 것도 있지만 현장에서 뛰고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녹화 하면서도, 끝나고 술 한 잔 하면서도 느꼈다.
확실히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다른 오락프로그램 같으면 기자들이 캐릭터, 재미를 물을텐데 모방범죄나 공권력 남용 같은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나. 피해가고 싶지만 피해갈 순 없다. 계속 피해다니면 시청자들이 나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늘 고민이다.
-'경찰청사람들'도 돌아오는데 리메이크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 있다면?
▶예전 '경찰청사람들'을 생각하고 녹화했는데 당시 그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경찰분들이 다 스튜디오에 나와 계시고 포맷이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만들었다.
리메이크라기보다 다시 해보고 싶은 것은 '이경규의 다큐멘터리 보고서'다. 양재천의 너구리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인데 다시 해보고 싶다. 당시 양재천에 텐트를 치고 자고 했다. '1박2일'처럼 내가 제일 먼저 잤는데, 당시엔 자는 장면을 찍지 않았다. 요즘과 달리 시청자들이 그걸 못 받아들였다. 다시 '다큐멘터리 보고서'를 찍는다면 '정글의 법칙'과는 다르게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예전에 시베리아 호랑이를 찍으러 가자고 했는데 아무도 안 들어주더라.
-과거 공익 프로그램을 하면서 '양심 아이콘'으로 사는 게 힘들었다고 했는데 또다시 그런 생활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아이들 프로그램을 오래 하다보니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교통질서 프로그램을 하다보니 교통질서를 더 엄격히 지키게 되고, 자연을 하다보니 자연을 훼손하면 안되고, 너무 힘들다.(웃음)
-이러다 '성자' 되는 거 아니냐.
▶성자냐 개냐 둘 중의 하나다.(웃음) 프로그램 녹화가 끝나면 힘들어서 술을 엄청 먹곤 한다. 보통 연예인 동료들이랑 이야기를 하면 똑같지 않나. 그런데 형사들과 술을 먹는데 '이게 뭔가' 싶더라. 형사분들도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다가 연예인이 하나 앉아있으니까 당혹스러워 하더라.(웃음)
-오랜만에 단독 MC를 맡았는데
▶요즘 MC가 없다. 다 같이 진행을 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이건 MC가 혼자지 않나. 색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십자가를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단점이 있다. 진실은 혼자 하는 게 낫다. 여럿이서 하면 밸런스도 맞춰야 하고 힘든 부분이 많다.
-딸 예림 양은 뭐라고 하나.
▶얘기 잘 안한다.(웃음)
-각오 한 말씀.
▶'MBC 오랜만에 돌아와서 프로그램을 한다'라기보다 내 자리로 다시 돌아온 같다. 큰 부담은 없다. '경찰청 사람들'이 잘 론칭돼 시청자 분들이 저녁에 볼 만한 프로그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첫 술에 배부르고 싶다.(웃음) 그게 제일 좋지만 배부를 순 없다. 빠른 시간 안에 좋은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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