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속 '찌질남'(찌질한 남자)들이 저마다 다른 반응을 얻고 있다.
요즘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작품 속 남자주인공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찌질'이다. '찌질하다'는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어이없고 못난 행동을 한다'라는 말로 사용된다.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드라마 속 '찌질남'들은 여자주인공에 대한 사랑을 숨기려 더 까칠하게 굴거나 그녀들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달으며 후회하곤 한다. 하지만 늘 같은 호응만 이끌어 내는 것만은 아니다. 드라마 속 찌질남들을 유형별로 나누고 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비교해봤다.
◆여주인공도 괴롭히는 '유치찬란' 형
여주인공에 대한 마음 혹은 질투심을 숨기려 엉뚱한 행동을 하는 남자들이 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서 하노라(최지우 분)를 좋아하는 차현석(이상윤 분)과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에서 이영애(김현숙 분)를 좋아하는 이승준(이승준 분)이다.
차현석은 하노라를 첫사랑으로 간직한 고교동창이다. 차현석은 하노라가 불륜 중인 남편에 미련이 있다고 오해하고 유치한 행동을 벌였다. 자신이 쓰라고 준 사물함에서 갑자기 짐을 빼라고 했고, 휴대전화를 달라는 하노라와 입씨름을 했다. 차현석은 하노라를 겉으로는 쌀쌀맞게 대했지만 뒤에서는 살뜰히 챙겼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차현석이라는 인물은 자칫 찌질한 캐릭터에 그칠 수도 있었다. 이상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부드러운 이미지와 차현석이라는 캐릭터가 만나 찌질함이 옅어졌다. 이상윤의 소속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와 다르지만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다"며 "(이상윤의) 실제 성격과 약간 비슷한 면이 있는 캐릭터다"라고 설명했다.
차현석과 달리 이승준의 반응은 좋지 않다. 이승준은 이영애가 다니던 회사의 전 사장이다. 차현석이 하노라를 오해했음을 깨닫고 그녀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과 달리 이승준은 자신의 마음만 앞세웠다. 이승준은 이영애와 김산호(김산호 분)의 사이를 오해해 이영애를 괴롭혔다. 이영애를 못살게 구는 낙원사 사장 조덕제(조덕제 분)를 거들기도 했다.
이영애와 오해가 풀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준은 이영애에게 시간에 쫓기듯 고백을 건넸다. 이영애에 대한 사랑이 아닌 질투심만 드러낸 이승준은 결국 거절당했다. 과한 찌질함은 역효과를 불러왔다. 시청자들도 이제 이승준이 아닌 김산호와 이영애의 러브라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워해야 하는데 미워할 수가 없네' 형
잘못을 저지르는 캐릭터임에도 미워하지 못하는 매력의 소유자가 있다. '두번째 스무살' 속 하노라의 남편 김우철(최원영 분)이 그 주인공이다.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르는 그이지만, 시청자들은 그를 미워하기보다는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가부장적인 김우철이 당당해진 아내 하노라 앞에 점점 작아지는 모습은 드라마의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최원영은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의 김철규 역을 맡아 한 차례 미워할 수 없는 찌질남을 연기한 적 있다. 최원영은 그때의 경험을 살려 김우철이라는 캐릭터에 자신만의 개성을 불어넣었다. 최원영은 아들 김민수(김민재 분)에는 진중한 아버지, 불륜녀 김이진(박효주 분) 앞에선 자격지심을 드러내는 인물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연기 폭을 선보이고 있다.
◆'전형적인 불륜남' 형
시청자들의 욕을 실컷 먹고 있는 이도 있다. MBC 일일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 속 윤일현 역을 맡은 안재모다. 극 중 안재모는 불륜을 저지르는 와중에도 뻔뻔함을 잃지 않는다. 기존의 수많은 드라마에서 나온 불륜남 캐릭터의 답습이다. 자신의 불륜녀 조수정(진예솔 분)에 아파트를 넘겨주고도 아내 유지연(강성연 분)에 "당신은 손에 물 한 번 안 묻힐 동안 난 돈 벌었다"며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반성의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 윤일현은 주부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여기에 무려 20년 가까운 연기 경력을 가진 안재모가 윤일현이라는 인물을 완벽히 연기해 더욱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반전을 노린다' 형
배우 지진희는 아직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반전의 한 방을 준비 중이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에 출연 중인 그는 강설리(박한별 분)와 불륜을 저지르는 최진언 역을 맡았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아내 도해강(김현주 분)에 이혼을 요구했던 그가 달라질 예정이다.
기억을 잃은 도해강과 다시 사랑에 빠지면서 부드러운 매력을 펼칠 전망이다. 아내를 버렸던 그가 가족을 지키려는 남자로 변신해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주로 듬직하고 부드러운 역할을 맡았던 지진희에겐 안성맞춤이다.
지진희의 소속사 관계자는 '불륜남' 캐릭터에 대해 "당장 보면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드라마 내용상 다시 가정을 찾아가고 원래 아내에게 돌아가는 설정이다"라며 "불륜 쪽보다는 부성애와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과 아버지와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관계자는 "초반 내용보다 4년 후의 이야기가 주로 펼쳐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도해강과 다시 사랑에 빠지며) 기존에 지진희가 보여줬던 따뜻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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