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언가를 정리하는 일은 일상적인 행동으로 보여도 생각보다 큰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를 알고 있던 김상아 PD는 '신박한 정리'를 통해 큰 울림을 선사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의 연출을 맡은 김상아PD는 최근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박한 정리'는 나만의 공간인 집의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에 행복을 더하는 노하우를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6월 첫 방송을 시작했으며 지난 5일 종영을 맞이했다.
지난 1년간 쉼없이 달려온 김상아 PD는 "종영이 아쉽고 섭섭하다. 우리가 1년간 할 수 있었던 건 출연진분들과 스태프분들 때문이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신박한 정리'는 배우 신애라, 윤균상, 코미디언 박나래가 의뢰인의 집을 방문한다. 세 사람은 처음보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랜 시간 알았던 것처럼 환상의 호흡을 보였다. 이에 김PD는 "세 분 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우리가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내 집의 작은 서랍까지 열어 방송에 공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아무리 방송 출연을 응했다하더라도 경계심 혹은 긴장감을 갖기 마련이다. 이들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한 건 다름아닌 세 사람의 에너지 덕분이었다. 김 PD는 "세 MC분들이 좋게 바꿔드릴 거라고 안심시켜줬다. 그러니 의뢰인분들도 마음 놓고 공개하시더라"라고 덧붙였다.
호흡 좋은 세 사람의 중심은 신애라가 잡고 있었다. '신박한 정리' 자체가 신애라로부터 출발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출연 의지를 가장 먼저 보인 신애라는 프로그램 소재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 때문에 의뢰인들도 '신박한 정리'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신애라와 박나래의 반대되는 매력도 또 하나의 포인트였다. 박나래는 널리 알려진 '맥시멀리스트'였고 신애라는 미니멀리스트다. 그들의 대비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말들이나 행동에서 웃음이 유발됐다.
"박나래 씨와 신애라 씨는 확실히 대비된다. 그러니 더 재미있는 거 같다. 박나래 씨가 집,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제안했을 때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해주셔서 빠르게 섭외가 됐다. 그러다 보니 제목도 '신박한 정리'였다. 가제처럼 부르는 이름이었는데 프로그램명이 돼 버렸다. 이 상황에서 윤균상 씨는 박나래 씨가 추천해 오게 됐다. 이분은 배우지만 소탈하다. 의뢰인들 찾아가고 했을 때 살갑게 다가가야 한다. 윤균상 씨는 배우지만 자연스럽게 융화된 모습을 보여주셨다. 본인도 배우며 많이 느꼈는지 나중에는 비움 전도사가 됐더라."
'신박한 정리'는 방송 초반 단순히 '아빠의 공간을 만들어준다'라는 부분에서 시작했으나 회차가 거듭할수록 다양한 게스트가 출연, 뜻깊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가수 신동, 은혁이 출연했을 땐 '미니멀리즘'에 대한 정신을 전달하기도 하고 가수 이하늘이 출연할 땐 슬픔을 정리하는 일을 도맡아하기도 했다. 특히 이하늘의 경우 지난 6월 방송분보다 일찍 방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하늘의 동생 故(고) 이현배의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지며 방영 일정이 연기됐다. 두달 후, 이하늘은 이전과 다르게 밝아진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추가 촬영을 진행했다. 해당 방송분은 '신박한 정리'의 마지막 회차가 됐다.

"처음에 이하늘 씨가 혼자 사는 집을 물건 비우는 작업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 비보가 전해졌다. 우리는 이미 촬영했기 때문에 그 집에 동생 방이 있는 걸 알았고 걱정이 많았다. 당시 우리가 이하늘 씨 집에 놓고 간 박스를 회수하기 위해 매니저랑 연락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러던 중 이하늘 씨가 추가 촬영을 진행해도 좋다고 했다더라. 많이 조심스러웠다. 그런 정리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하늘 씨가 우리에게 고맙다고 하니 뿌듯하고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다."
또 김상아 PD는 기억나는 게스트에 대해 "최근에 했던 민우혁 씨도 기억난다. 엄청난 대가족이어서 정리팀이 챌린지였다고 하더라"라며 "우리는 대가족부터 1인 가구까지 남녀노소 모두 겪었다. 이번을 기회로 정리 업체 측에도 감사함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신박한 정리'는 다양한 가구를 선보이며 고퀄리티 프로그램으로 변했다. 이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연출자였던 김상아PD도 확실하게 느낀 부분이었다고. 그는 특히 정주리 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정주리 씨가 '신박한 정리'의 터닝포인트였다. 출연자가 우는 모습을 처음봤다. 이렇게 감동받을 줄 몰랐고, 편집하면서 (나도) 울었다. '이 감정이 뭘까' 하면서 더 깊이 생각했다. 본인이 애 셋을 키우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버텼던 정주리 씨를 알아주니 위로를 받은 것 같다. 나와 비슷한 나이이시다 보니 내 친구같고, 더욱 공감이 가더라."
울고 웃었던 '신박한 정리'. 이제 1주년을 맞이하고 모두가 박수칠 때 떠난다. 이 점에서 크게 뿌듯함을 느끼는 김상아 PD는 '신박한 정리'를 진행하며 '스토리의 힘'을 가장 크게 느꼈다고 전했다. 이는 김유곤 CP에게 배운 점이었다고.
"지난해 6월 29일에 시작해 얼마 전에 1주년이었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거 같다. 김유곤 CP님이 예능의 대가이지 않나. 이분과 함께 할 때 정말 많이 배웠다. 가장 큰 건 스토리의 힘이었다. 방송을 만드는 입장에서 스토리가 가진 힘이 크더라. (김) 유곤 선배님은 연차가 높은 데도 어린 PD에게 배우려는 자세가 있다. 나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고 (김유곤 CP의 태도 때문에) 좋은 시너지가 생긴 거 같다."

모두가 원하는 시즌2에 대해선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끝내는 이유는 새로운 스토리가 나오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는데 이제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라며 "또 예능은 박수 치면서 끝내기가 싶지 않다. 그냥 폐지되는 수순 아닌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김상아 PD는 "우리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정리를 통해 삶의 변화를 보여드리고 이를 적용이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도움이 됐길 바란다. 우리가 정리에서 중요하게 말하는 게 '비우기'다. 자기가 가진 것중에 소중한 걸 깨닫는 방법이다. 그 의미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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