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가수·배우 그리고 연출까지..34년 차 만능엔터테이너 조혜련

개그우먼 조혜련(56)은 여전히 바쁘다. 좀처럼 쉬는 날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연극 무대에 서고,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음악을 만들고, 심지어 결혼식 축가까지 부른다. 최근에는 선배 개그우먼 이경실과 함께 웹예능 '신여성'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연극 '사랑해 엄마'의 흥행도 이끌고 있다. 신앙생활에도 열정적이다. 꾸준히 기독교 서적을 출간해온 그는 현재 기독교 채널 CGN이 제작한 CCM 오디션 프로그램 '힐링보이스'에서 힐링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조혜련은 이른 아침 홈쇼핑 스케줄을 소화한 뒤였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일정에도 표정에는 지친 기색보다 활기가 넘쳤다. 자신의 바쁜 일상을 묻자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쉬는 날이 없어요. 방송도 있지만 제가 공연 일을 하잖아요. '사랑해 엄마'가 지금 너무 잘되고 있어서 서울을 시작으로 지방 공연도 하고, 해외에도 나가고 있어요. 또 '사랑해 엄마'의 다음 작품인 '미안해 아빠'도 준비하고 있고요."
조혜련의 바쁜 일상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사랑해 엄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홀로 시장에서 억척스럽게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삶과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2019년 4월 초연 이후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조혜련에게 단순한 출연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직접 연출을 맡는 동시에 작품 속 '엄마'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이경실, 김지선, 김효진 등 희극 배우들이 주요 출연진으로 함께하고 있다. 조혜련은 "희극 배우들이 눈물 연기도 참 잘 한다"며 "앞으로 만들 뮤지컬이나 연극도 희극 배우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하고 싶다"고 전했다.

방송과 공연을 오가는 사이 활동 영역도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이경실과 함께하는 '신여성'은 또 다른 활동의 계기가 됐다. 웹예능에서 시작한 인연이 공연과 유튜브, 홈쇼핑, 라이브 커머스 등으로 이어졌다.
조혜련은 "(이)경실 언니도 '신여성'을 같이 하면서 개인적으로 유튜브도 하게 되고, 홈쇼핑도 하고, 라이브 커머스도 하면서 더 바빠졌다"며 "'사랑해 엄마' 홍보를 하면서 '핑계고', '아는 형님', '동치미', 라디오까지 정말 안 나간 데가 없었다. 덕분에 김지선도, 김효진도 다 바빠졌다"고 뿌듯해했다.
1993년 KBS '청춘스케치'를 통해 연예계에 발을 들인 조혜련은 올해 데뷔 34년 차를 맞았다. 긴 세월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그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조혜련은 "원래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시작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어떻게 보면 나쁘게 빠졌죠. 앞뒤 안 보고 앞으로만 달려가다 보니 몸도 많이 상했고, 주변 사람들도 늘 바쁘고 정신없는 조혜련을 바라보게 됐어요."
변화의 계기는 신앙이었다. 조혜련은 2015년 본격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 2살 연하 공연 제작자 고요셉 대표와 결혼한 조혜련은 남편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이후 성경을 깊이 공부했다. 그는 성경을 100번 넘게 읽었다고 했다.
"믿음을 가지면서 성경부터 읽었어요. 그전엔 다른 종교 책들도 많이 봤죠. 진리를 몰랐으니까요. 험한 광야길을 돌다가 마지막에 성경을 발견하게 된 거죠. 45년을 방황하다 남편을 통해 교회를 가게 되고, 진리를 알게 된 뒤로는 그 진리에 집중했어요."
그가 말하는 '변화'는 바쁜 삶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도 누구보다 바쁘다. 다만 삶을 대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그는 "옛날에는 내가 뭘 해서 결과가 안 좋으면 속상하고 짜증 나고 힘들었다. 지금은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결과가 안 좋으면 이유가 있겠지, 또 좋은 결과가 생기기도 하겠지 생각한다. 돈이나 인기를 보고 가기보다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과정, 그리고 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주위에 사람들도 더 늘어나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무리 돈이 되는 일이라도, 자신의 신앙적 기준과 맞지 않는다면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돈이 되는 일인데 술을 마셔야 한다거나 점을 봐야 하는 일이라면 내 기준에서는 벗어난다"며 "그러면 안 한다. 화가 나서 막말을 하고 싶거나 댓글을 쓰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과거의 조혜련과 지금의 조혜련을 가르는 지점이다. 그는 과거에는 힘들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고, 화가 나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감정과 행동 사이에 한 번 더 멈춰 생각하는 시간이 생겼다.
그 변화에는 남편의 역할도 컸다. 조혜련은 "방송 매니저도 있지만, 나를 돌봐주는 '인생 매니저'는 남편"이라며 "내가 SNS에 뭘 올리려고 하거나 무슨 말을 하거나 옷을 입을 때도 '그건 아닌 것 같다', '그건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코멘트를 해준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하나 정리가 돼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혜련의 열정은 공연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조혜련에게 음악은 삶을 움직이게 하는 또 하나의 활력소다. 지난해에는 그룹 페퍼톤스와 함께 프로젝트 팀 '메카니즘'을 결성하고 첫 싱글 '고장난 타임머신'을 발표했다.
대표곡 '아나까나'는 어느덧 발표 21년이 됐다. 팝송의 영어 가사를 한국어 발음과 유사하게 조합해 만든 이 곡은 발표 당시 KBS 심의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으며,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아나까나'가 이렇게까지 쓰일 줄은 몰랐어요. 당시에는 수준 미달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영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냥 그렇게 묻히나 보다 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경규의 딸 예림 양의 결혼식 축가를 시작으로 '아나까나'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제는 여러 연예인의 결혼식에서 축가 피날레를 장식하는 대표적인 곡 중 하나가 됐다. 방송 심의도 20년 만에 통과했다. 조혜련은 '제2의 아나까나'도 준비 중이다. 1980년대 인기 팝송 '미키'(Mickey)를 번안한 새로운 곡이다.
조혜련은 "예전에는 심의도 안 되고 20년 동안 거의 사장돼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사람들이 불러달라고 한다"며 "최근에는 입원하신 분을 위해 불러달라는 요청도 있고, 장례식에서 불러달라는 제안도 온다. 그런 건 조금 조심스러워서 DM(다이렉트 메시지)은 안 읽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경실 언니의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는 제가 해드리고 싶다"며 "언니가 이미 오케이(OK)를 했다. 지금 98세이신데, 너무 건강하시다. 아마 천국 가실 때 내가 축복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최근 조혜련의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이경실이다. 두 사람은 '신여성'에 이어 '사랑해 엄마'에서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가까웠던 사이다. "경실 언니는 저한테 부담스러운 존재였어요. 워낙 지적을 많이 하시고 선배이기도 해서 둘이 하는 걸 두려워했죠."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진 결정적인 순간은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었다. 함께 출연한 자리에서 이경실이 조혜련에게 "후배가 나와 같이 일해줘서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조혜련은 그때 처음으로 선배의 진심을 알게 됐다고 했다. 조혜련은 "너무 당황했다"며 "그때 이 언니가 나랑 같이 일하는 걸 정말 즐거워하고 고마워하는구나 싶었다. 그 뒤로 언니를 다시 가깝게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후 조혜련은 이경실에게 연극 '스페셜 보잉보잉'을 추천했고, '사랑해 엄마'를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이경실의 딸 손수아도 '사랑해 엄마'에 출연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한때 어려웠던 선배와 이제는 서로의 작품을 함께 고민하는 동료가 됐다.
"저는 늘 지적당하는 사람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지적받는 걸 싫어해서 청개구리처럼 더 하기 싫어했죠. 그런데 지금은 언니의 진심을 알아요. 그래서 언니가 뭐라고 해도 '알았어, 알았어' 하고 고치기도 해요. 진심을 아니까 이해할 수 있게 된 거죠."
34년간 활동하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로는 단연 '골룸'을 꼽았다. 2000년대 초 MBC '코미디 하우스'에서 선보인 캐릭터 골룸은 조혜련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조혜련은 "골룸을 하고 나서는 두려운 게 없어졌다"며 "그전에는 새로운 코너나 게스트, 노래를 할 때도 떨림이 있었는데 골룸 이후에는 일본 활동을 하든 음반을 내든 수만 명 앞에 혼자 서든 안 떨린다. 골룸보다 더한 건 없으니까"라고 웃었다.
물론 후회되는 일도 있다. 일본 활동이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개그우먼 1호인 그는 2005년 전성기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신인으로 다시 시작해 자리 잡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값진 경험을 얻었지만 만일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말 개고생이었다"며 "언어를 배운 것도, 외국에서 경험한 것도 돈으로 바꿀 수 없지만 몸이 너무 힘들었고, 겪어야 했던 아픔도 많았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 일을 하겠냐고 하면 안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조혜련은 "하나도 헛된 건 없었다"고 했다. 당시 일본 활동을 담기 위해 KBS 다큐멘터리 '수요기획' 제작진이 두 달 반 동안 그를 따라다녔고, 이후 방송을 통해 다큐멘터리를 본 지금의 남편이 조혜련에게 매력을 느꼈다는 것. "남편이 그걸 보면서 '저 사람 대단하다,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대요. 결국 그렇게 또 연결이 됐잖아요. 그러니까 돌아보면 인생에 헛된 건 없는 것 같아요."

남편이 그의 인생 매니저라면, 유재석은 그의 인생 롤모델이다. 조혜련은 자신을 '유라인'이라 칭하며, 명절이면 한우를 주고받는 사이임을 밝혔다. 그는 "재석이는 정말 자기 사람을 챙기는 사람이다"며 "심하게 들어오지는 않는다. 녹화가 끝나면 바로 문자가 오는데 '누나 오늘 너무 좋았어. 누나 때문에 빛났다' 이런 식으로 온다. 그러다 이야기를 끝내고 싶으면 경례하는 이모티콘을 딱 보낸다. 나도 이제 눈치를 보니까 더 길게 들어가면 점수 깎일 수 있으니까 '아, 이제 그만해야 하는구나' 한다"고 웃었다.
조혜련은 '국민 MC'인 유재석의 방송 속 태도를 세심하게 관찰한다고 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웹예능 '핑계고' 등 유재석이 이끄는 프로그램에서 그가 다른 출연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유심히 지켜본다. "하하, 허경환한테 어떻게 하는지, 주우재를 어떻게 놀리는지 다 봐요. 그래야 저도 경실 언니랑 할 때 써먹을 수 있죠. 재석이가 하는 걸 따라 했을 때는 틀림이 없어요. 정말 배울 게 많아요."
조혜련에게 또 한 명의 중요한 선배는 이성미다. 존경하는 코미디언으로 이성미를 꼽은 그는 후배를 대하는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성미 언니는 자기의 정도를 안다. 자기 나이에 맞게,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본을 보이면서 어려운 후배들도 도와준다. 항상 밥 먹자고 하고 챙겨주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또 그 사람들에게 맞춰준다. 믿음의 선배로서 잘 이끌어주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다"고 치켜세웠다.
눈여겨보는 후배로는 개그맨 이선민을 꼽았다. '신여성'을 통해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선민의 가능성이 남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처음에는 아무도 이선민을 몰랐어요. '신여성' 한다고 할 때도 배우 이성민인 줄 알고, 그 배우가 왜 이걸 하나 싶었을 정도예요. 그런데 같이하면서 승승장구하는 거예요. 끼가 정말 많아요. 중후한 면도 있고, '오늘은 좋은 날'의 '울엄마' 김쌤 같은 느낌도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감각도 있어요. 앞으로 더 잘될 거예요."

34년 차 조혜련은 계속 달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을 대하는 마음이다.
과거의 조혜련이 인정받기 위해 쉼 없이 달렸다면, 지금의 조혜련은 과정에서 의미를 찾으며 달린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돌아온 길도 헛됨이 없다"고 했다. 일본에서의 고생도, 심의 불가 판정을 받은 '아나까나'도, 자신을 힘들게 했던 관계도 결국 지금의 조혜련을 만든 시간이었다.
조혜련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옛날처럼 바쁘기는 해요. 그런데 훨씬 덜 피곤해요. 예전에는 내가 뭘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결과가 안 좋으면 이유가 있겠지 생각해요. 그냥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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