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비 워드 감독님께 제 첫 공연을 바치고 싶었어요. 편지에 이렇게 적었더니 귀국길에 오른 감독님이 공항에 가다가 차를 돌려 공연을 봐주셨어요. 원래는 스케줄상 어렵겠다고 하셨거든요.”
17일 저녁 뮤지컬 ‘크레이지포유’ 무대에서 막 내려온 탤런트 최정윤은 성심으로 자신을 이끌어 준 커비 워드 감독에게 제일 먼저 감사를 올렸다. 생애 첫 공연치고는 비교적 담담하고 침착해 보이는 듯했지만 전날까지 가슴이 뛰어 잠을 못 이뤘고 공연 전 시각을 공지할 때마다 숨이 멎는 듯했다고 속내를 전했다.
막이 오르기 직전 그녀와 함께 더블 캐스팅된 배우 김선경이 옆에서 손을 꽉 쥐어주고 지나가는 선배들이 한 차례씩 꼭 안아줬지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킬 방법이 없었다고.
평소 막연히 꿈꿨던 뮤지컬 무대. 지인을 통해 제의가 들어와 밤을 밝히며 고민 끝에 ‘욕을 먹더라도 부딪혀 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습 기간은 불과 한 달. 실수를 하면 ‘죄송합니다’ 한 번 하고 다시 찍으면 그만인 촬영과 달리, 뮤지컬은 관객들에게 바로 노출된다는 점이 짐으로 다가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절제된 느낌이 표현되는 갇혀 있는 연기라면, 뮤지컬은 온몸으로 감정을 드러내야 하거든요. 제 연기 폭이 넓어지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솔직히 연기적인 부분보다 노래와 춤을 걱정했었어요. 음악감독님과 따로 노래연습을 했고 선배님들이 많이 봐주셔서 보완을 했답니다.”
토니상 수상작인 ‘크레이지…’는 1930년대 대공황 속에서 극장 재건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경쾌한 탭댄스가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10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계속되는 이번 한국 공연 연출은 커비 워드가 맡았다.
최정윤은 섹시하고 강한 이미지의 ‘로스’ 역이 마치 안 맞는 옷을 입은 듯해 어색하기도 했지만 ‘자꾸 하다보면 괜찮을 거야…’라고 속으로 최면을 걸면서 자신과 섞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고교 때 본 잊을 수 없는 뮤지컬 ‘그리스’의 남경주와 엄마가 두 번이나 관람한 뮤지컬 ‘맘마미아’의 배해선과 한 무대에 서는 게 너무 기뻤습니다."
20세 때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로 데뷔한 최정윤은 드라마 ‘미스터Q' ‘비단향꽃무’ ‘옥탑방 고양이’,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영화 ‘가위’ ‘폰’ ‘써클’ ‘분신사바’ 등에 출연했다.
중앙대 대학원에서 영상예술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녀는 “공부 욕심이 많다”며, 친구들이 연기 과외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면 ‘애들 망칠 일이 있냐’라고 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있다. 일단 석사학위를 따고 좀더 연륜을 쌓았을 때 연이 닿는다면 강단에 서고 싶다는 소망도 있단다.
“제가 좋아서 하는 연기를 즐기려고요.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친근한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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