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시여'는 임성한 작가의 '생활백서'

이규창 기자 / 입력 : 2006.02.2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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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극장 '하늘이시여'(극본 임성한ㆍ연출 이영희)가 시청률 30%를 육박하는 등 인기를 얻고있는 가운데, 극중 심심찮게 등장하는 임성한 작가의 개인 취향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본에 자신의 취향과 생활상을 녹여내기를 즐기는 임성한 작가는 '하늘이시여'에서도 자신의 단골집과 좋아하는 음식들을 잇따라 등장시키며 '임성한 생활백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 '미식가' 임성한, 드라마속 요리도 각양각색

우선 아침뉴스 앵커인 왕모(이태곤 분)가 일하는 방송사가 서울 목동의 SBS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시청자들도 짐작하고 있을 터. 극 초반 왕모와 자경의 대화에서 종종 등장하던 매생이 해장국집은 실제로 방송사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소재를 따왔다.

이영희 PD는 "임성한 작가가 방송 전에 드라마국장과 함께 갔던 음식점에서 매생이 해장국을 먹었는데, 무척 맛있어 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도 소재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는 각종 요리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특히 여성들끼리 만나 시간을 보낼 때는 '맛집 순례'가 필수 코스처럼 등장한다. 매생이 해장국을 비롯해 탕탕 낙지, 굴 짬뽕, 고추조림, 비빔국수, 간장게장, 꼬리곰탕을 비롯해 최근에는 '빈혈에 좋다'며 슬아(이수경 분)가 소의 생간을 먹는 장면도 방송됐다.

이에 대해 이영희 PD는 "임성한 작가는 소문난 미식가다. 스스로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며 먹는 것을 좋아하는 식도락가여서, 드라마에서도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음식들을 자주 등장시킨다"고 설명했다.

△ 단골 노래방, 와인, 영화.. 이름 '살짝' 바꿔 등장

비단 음식 뿐만 아니다. 드라마에는 최근 유행하거나 임성한 작가가 즐겨찾는 단골집을 비롯해 좋아하는 영화, 와인, 명품 브랜드까지 이름만 살짝 바꿔가며 등장한다.

강남에 유명한 한 노래방은 PPL이 아닌가 싶을 만큼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다. 영선과 왕모 자경이 함께 산에 올라 '세상을 떠난 배우 이름 대기' 게임을 하다 왕모가 진다. 벌칙으로 노래를 부르라며 함께 노래방으로 가는 장면에서 "기왕 갈려면 좋은 곳으로 가자"는 식의 대사와 함께 이 노래방의 이름이 음절 순서만 바꿔서 등장한다.

이후에도 서너 차례 노래방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어김없이 이 노래방의 이름이 거론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라며 한 와인의 이름이 가운데 한 글자만 바꿔 자주 등장하는가 하면, 명품 브랜드를 비롯한 각종 상표와 제품들이 이름 한 글자만 바꿔 등장한다.

또한 영화관 장면에서는 임성한 작가의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듯 주인공들이 "'나막신'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등의 코멘트를 한다. 물론 '나막신'은 당시 개봉했던 한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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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배는 운동에 최고, 빈혈에는 생간.. 주입식 교육

'임성한식 생활백서'가 때로는 재미와 공감도 주지만,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다. 마치 주입식 교육을 하듯 비슷한 상황을 반복해서 등장시키며 무언가를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도 들어, 종종 거부감을 나타내는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전작 '왕꽃선녀님'에서 무속을 소재로 삼으면서 특정 종교에 민감해 하는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하늘이시여'에서는 극중 왕마리아가 모란실에게 '절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며 소위 '절운동'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장면이 반복해 등장했다.

왕마리아가 "굳이 종교적인 목적이 아니라 운동 삼아 하면 좋다"며 '절운동'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을 비롯해, 란실이 땀을 흘리며 수시로 절운동을 하는 장면이나 며느리가 이를 탐탁치 않아 하는 장면까지 시청자들에게는 '절운동'이 각인되기에 충분할 만큼 자주 등장했다.

또한 늘씬한 키에 활달한 성격으로 건강할 것만 같은 슬아가 빈혈기가 있어 종종 소의 생간을 먹는다는 설정에도 "이게(간) 빈혈에는 즉효다" "빈혈기가 느껴질 때는 얼른 이 것(간)을 먹어야 한다" 등의 대사가 곁들여지고, 왕모가 빈혈기가 있는 연인 자경을 그 음식점으로 데려가 생간을 먹이는 장면으로까지 이어진다.

한 동안 극중에서 자주 노출됐던 '말 타는 운동기구'는 지난 1월4일 방송위원회로부터 간접광고라는 지적을 받아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기도 했다. 굳이 PPL이 아니더라도 반복적인 노출은 흥미로운 '생활백서'를 '주입식 교육'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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