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파업 150일, '방송 정상화'의 씁쓸한 이면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2.06.28 11:57 / 조회 : 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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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지난 27일로 MBC노조 파업이 150일을 맞은 가운데 MBC는 방송 정상화를 홍보하는 데 여념없다. 편성표를 훑어보면 표면적인 정상화는 이룬 것 같다. 그런데 이제 MBC 방송이 정상화됐다고 하기엔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 눈에 띈다.


김재철 MBC사장은 지난 27일 방송이 정상화 됐다고 자평했다.

김재철 사장은 이날 사내게시판에 '조합원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를 올렸다. 이 글에서 김 사장은 "이제 우리 MBC의 방송은 사실상 정상화 됐습니다"라며 "드라마, 예능, 교양, 뉴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그램이 제자리를 잡았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MBC 홍보국은 '무한도전'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프로그램이 정상화됐다는 홍보를 계속해왔다. 축소, 결방, 스페셜 방송 등 편성변경 비율이 파업초기 24.8%에서 5월 넷째 주에는 9.4%로 현저히 낮아졌고, 재방비율은 10.5%에서 3.0%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25일부터는 MBC '뉴스데스크'가 1시간으로 확대 편성됐다. 파업 초기 '뉴스데스크'는 단 15분 방송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노조 측은 "기존 취재진이 대부분 빠진 상황에서 기사 꼭지수를 늘린다고 뉴스가 정상화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MBC뉴스는 파업 전부터 '편파보도' 논란을 일으키며 시청자의 비난을 받았다. 뉴스를 제작하던 기자들까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상황이다. 이후에도 시용기자 채용, 권재홍 앵커 사건 톱뉴스 보도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뉴스의 신뢰도 추락은 시청률로 나타나는 중이다. 파업 전 10%대였던 평일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5%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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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프로그램은 사실상 전멸했다. MBC의 시사교양의 상징인 'PD수첩'은 결방되고 있고, 제작진이 똘똘 뭉쳐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등의 시리즈로 시청자를 찾았던 'MBC스페셜'은 외주 제작되고 있다. 또 '시사매거진2580'도 노조 파업 후 계속 결방하고 있으며 '불만제로' 역시 파업 중반 제작에 어려움을 겪어 방송이 잠정적으로 중단 됐다.

앞서 MBC는 시사교양프로그램 제작의 핵심부서인 시사교양국을 전격 해체하고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개편해 PD들의 반발을 샀다.

예능은 MBC의 위기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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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이 21주 연속으로 결방한 가운데 MBC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파업 초기 줄줄이 결방하던 예능프로그램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궤도를 찾았지만 시청률은 굴욕을 겪었다. MBC는 자구책으로 외주 예능프로그램을 편성, 방송하며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MBC가 새로 선보인 '무한걸스' '주얼리하우스' '무작정패밀리'등은 시청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며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케이블 방송에서 5년 동안 인기리에 방송 되다가 지상파로 옮겨온 '무한걸스'는 1회 시청률 3.0%(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안타까운 출발을 했다. MBC는 각종 토크쇼 등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무한걸스' 밀어주기에 나섰지만 2회 시청률은 1회보다 더 하락한 2.2%를 기록하며 암담한 앞날을 예고했다. 동시에 선보인 '무작정패밀리' '주얼리하우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지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일밤-나는가수다'도 새 단장을 하고 '나가수2'로 야심차게 시청자를 찾았지만 5%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26일 시청률조사회사 TNmS가 지난 1월 1일부터 6월 24일까지 방송된 지상파 TV 프로그램의 상반기 시청률을 조사한 결과 MBC는 시청률 1위부터 10위 가운데 2개 프로그램을 순위에 진입시켰다. KBS가 톱10 가운데 6개 프로그램을 독식했다.

뜨거운 신드롬 속에 최고 시청률이 40%를 돌파했던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이 30.0%로 3위에 올랐고 다음 주 종영을 앞둔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가 16.9%로 10위를 기록했다. 이 두 편의 드라마는 파업 전부터 기획, 제작된 드라마로, 파업 이후 이렇다할 히트작이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총 인력 1600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800명 가까운 인력이 파업으로 방송제작에 손을 놓은 상태에서 편성표를 메꿔야 하는 MBC의 입장도 녹록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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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MBC는 부족한 인력으로도 방송이 파행, 결방되지 않게 하기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또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방송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MBC는 부족한 인력을 채우고 제대로 된 방송을 하기위해 김성주 허정무 현정화 김수녕 등 호화 해설진을 투입, 올림픽 방송에 대한 열의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지금의 MBC는 '방송 정상화'를 이룬 것일까? 그건 '방송 정상화'가 과연 무엇을 뜻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를 것이다. 사람마다도 크게 다르다. 시청자들은 편성표를 빈자리 없이 채웠다는 MBC의 '방송 정상화'에 손을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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