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정겨운이 말하는 우대리의 과거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2.09.21 13:46 / 조회 : 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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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오랜 만에 하늘이 맑았던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정겨운과 인터뷰를 가졌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입에서 나는 요상한 냄새'때문에 커피는 마시지 않는 다며 우유를 주문하고,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자에게 뜬금없이 "B형이시죠?"하고 물으며 '혈액형론'의 신봉자라고 말하는 정겨운. 인터뷰 내내 그가 보여준 허를 찌르는 모습들에 기자는 정겨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재정립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정겨운이 영화 '간첩'으로 처음으로 스크린에 도전했다. 지난 18일 열린 '간첩'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본 정겨운은 시사회가 끝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꽤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기분이 참 애매했어요. 저도 지금 막 봤는데 영화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무대인사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유해진형도 첫 무대 인사니까 뜻 깊겠다고 하더라고요."

충청도로 무대 인사를 가면 재미있겠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충청도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로 무대 인사를 해야겠네요"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충청도에서는 무대인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관계자의 말에 그는 "뭐야? 충청도는 당연히 가야하는 거 아냐?"라고 발끈했다.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우대리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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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김명민, 염정아, 유해진, 변희봉. 함께 한 배우들의 면면이 보통이 아니다. 첫 영화에서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정겨운. 혹여나 주눅 들지는 않았을까.

"긴장되거나 하는 건 없었어요. 오히려 선배들이 워낙 누나, 형들처럼 잘 해주셔서 제가 좀 연기를 편하게 했죠. 선배들이 쟁쟁하시니까 '나는 편하게 놀고 가면 되겠구나' 했어요."

그가 연기한 우대리는 13년차 남파 고정간첩의 신분을 잊은 듯 충청도에서 소를 키우며 살고 있는 우직한 남자다.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내뱉고, 미국산 소 얘기만 나오면 '버럭'하는 우대리는 영화에서 웃음 축을 담당한다.

"영화 자체가 그렇게 웃기는 코믹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서로 웃기려고 노력하는 건 없었어요. 그나마 제가 웃긴 부분이 많은 건 감독님의 총애를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감독님이 캐릭터를 웃기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려고 한 덕이죠."

영화에서 충청도 사투리와 어색한 표준어, 북한말까지 써야했던 정겨운. 경기도 부천 출신인 정겨운에게 두 가지 사투리 모두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두 가지 사투리를 쓰는데 둘 다 어설퍼요. 충청도 말은 제가 원래 말이 느려서 연기 수업 할 때도 충청도 사람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받고 해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북한말이 진짜 어려웠죠. 선생님을 두고 했는데도 평소 접하던 것이 아니니까 진짜 쉽지가 않았어요."

우대리가 앞장서서 한미FTA 반대시위를 벌이는 장면은 실은 충청도가 아닌 경상남도 창원의 한 시골에서 촬영됐다. 이 때문에 정겨운은 충청도사투리를, 현장에서 섭외한 동네 어르신들은 그의 뒤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저는 앞에서 충청도 사투리로 막 소리를 지르는데 뒤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뭐라카노' 하시면서 경상도 사투리를 하시고 그랬어요. 여차하면 옥에 티가 될 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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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지난 기자간담회에서는 삭제된 정겨운과 염정아의 키스신이 화제였다. 영화에서 티격태격하며 묘한 애정의 기운이 흐르는 우대리와 강대리(염정아 분)의 숨겨진 사연이 궁금해졌다.

"과거에 마지막 작전을 끝내고 간첩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는데 그 때 강대리와 우대리도 헤어진거죠. 과거에도 우대리가 강대리를 훨씬 좋아했을 거예요. 우대리는 계속 강대리를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강대리는 다 잊고 완전히 남한 사람처럼 생계에 매달리는 사람이 됐어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삭제된 것은 키스신 만이 아니었다. 정말 힘들게 찍은, 그의 말을 빌리면 '날아 다녔던' 액션신들도 편집 과정에서 날아가 버렸다. 관객들은 볼 수 없는 우대리의 과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원래는 액션신도 있었어요. 간첩으로 활동하던 모습도 있는데 잘렸어요. 속으로는 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우대리의 과거는 여느 간첩이나 마찬가지로 빠르고 파워도 있고 액션도 있고 그랬어요. 과거 신이 나왔으면 그런 간첩이 남한에 와서는 소를 키우면서 확 변하는 느낌이 나올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영화 속 우대리는 강대리를 잊지 못하는 순애보를 가진 남자다. 그러면서도 강대리에게 괜스레 떽떽 거리는 소심한 면도 가지고 있다. 실제 정겨운의 연애스타일도 한 사람에게 충실하다는 점에서 우대리와 닮아있다.

"연애 할 때는 한 사람에게 충실해요. 잘해주지는 못하지만. 원래 여자친구한테 잘 못하는 편이예요. 여자들이 뭘 원하는지를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MBC 월화드라마 '마의' 특별출연을 제외하고 정겨운은 드라마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한 동안은 영화에 집중하고 싶다는 그는 차기작으로 독립영화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역할들이 요즘에는 그나마 다양해졌지만 사실 좀 비슷하잖아요. 영화는 캐릭터가 정말 다양해서 그게 좋은 거 같아요. 연극은 나중에 정말 '멘붕'(멘탈붕괴를 뜻하는 유행어)이 오면 도전하고 싶어요. 뭔가 되게 큰 자극이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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