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올 여름 한국영화 시대 관통한 흥행 ④

[夏극장 결산]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6.08.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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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행' 스틸 컷


영화는 시대의 산물이자 세상을 보는 거울이다.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느냐에 따라 영화를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올 여름 성수기 극장가를 휩쓴 한국 영화 빅4('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개봉날짜 순) 역시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힘이 있는 작품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분석하고 이해하게 하고, 재난을 소재로 한 '부산행'과 '터널'은 현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담아내, 나아 가야 할 미래를 곱씹게 했다.

◆'부산행' 재난 속 사회 이면과 이기심이란 괴물


올해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하며 가장 좋은 성적표를 손에 든 '부산행'(감독 연상호)은 의문의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부산행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의 치열한 사투를 그린 영화다. 오락성 좀비 영화 색깔이 짙지만 한편으론 현실 사회의 이면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 속 정부는 의문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세상을 파괴하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단순한 '폭력 시위'로 간주하며 사건을 축소하기 급급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재난관리 체계는 삽시간에 무너지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알량한 이기심은 공동체를 파괴로 몰고 간다. 좀비들이 들이닥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 '자리에 가만히 있어라'는 기차 안내방송은 2년 전 겪었던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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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터널' 스틸 컷


◆'터널' 안전불감증+생명 경시..망각에 빠진 사회의 민낯


53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 중인 '터널'(감독 김성훈)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재난 영화라는 점에서 '부산행'과 비교 선상에 있다. 무너진 터널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 이야기를 그린 '터널'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보다 노골적이다. '부산행'이 참혹한 현실을 교묘하게 비틀어놓았다면, '터널'은 사회상을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부실 공사, 미흡한 사고 대처, 과잉 의전, 생명 경시 등 재난구조 과정에서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망각에 빠진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곳곳에 풍자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우왕좌왕하고, 관료들은 사진찍기에 바쁘고, 기자들은 취재 경쟁에 열을 올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고의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 논쟁만 요란한 우리네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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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상륙작전' 스틸 컷


◆'인천상륙작전' 시대착오적 반공영화? 애국주의 광풍?

680만 관객을 동원한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한국전쟁의 전황을 바꾼 인천상륙작전의 이야기. 상륙작전 전 감행된 특수 첩보 활동인 '엑스 레이'에 투입된 숨은 영웅들을 재조명했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작전에 투입된 해군 첩보요원과 연합군 소속 특수첩보부대로 용맹을 떨친 켈로(KLO) 부대원의 활약상을 다뤘다. 영화는 동족 간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북한을 '절대 악'으로 비춘다. 개봉 전부터 흑백논리에 빠진 시대착오적인 반공영화라는 혹평에 시달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운 애국주의 코드가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이재한 감독은 "전쟁영화 속에서 긍정의 힘과 인간애, 따뜻함을 꼭 가져가고 싶었다"며 "가족애, 동지애, 희생정신 등 긍정적인 가치를 이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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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덕혜옹주' 스틸 컷


◆'덕혜옹주'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 속 기구한 삶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는 일제강점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상륙작전'이 광복 이후 발발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다면 '덕혜옹주'는 일제 시대 치욕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만 13세 때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올라 평생 고국을 그리워했던 덕혜옹주의 기구한 삶을 통해 격동의 시대와 민족의 아픔을 조명한다. 항일 독립운동과 친일 매국 행각의 대립으로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광복 이후에도 고국 땅을 밟지 못하자 미쳐버리고 마는 덕혜옹주의 모습은 당시 혼란한 과도기적 사회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실과 허구가 적절히 섞은 영화는 조선 왕족 후예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등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올 여름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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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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