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韓영화 10대 뉴스..여성영화 약진·홍상수 김민희 外 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2.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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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2016년 한국영화계.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올해처럼 걸맞은 해도 드물다. 영화계도 마찬가지. 영화계는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많은 일들과 사건이 있었던 2016년 영화계 10대 뉴스를 꼽았다.

1. '아가씨' '비밀은 없다' 등 여성영화 급부상


올 한해 대중문화의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여성이다. 여성주의 혹은 여혐은 대중문화에서 발화해 한국사회 곳곳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올해 한국영화는 유달리 많은 여성주의, 또는 여성 감독들의 영화가 빛을 발했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한국 대중문화에 보기 드문 퀴어영화였다. 여성 간의 사랑과 연대를 조명한 이 영화는 올해 한국 대중문화의 상징으로 기억될 만하다.

올 초부터 한국영화에는 유난히 여성 문제 혹은 여성을 앞세운 작품들이 많았다. 위안부 문제를 조명한 ‘귀향’부터, 정신병원 강제 입원 문제를 그린 ‘날, 보러와요’, 소녀들의 마음을 냉정하게 풀어낸 '우리들', 싱글맘 문제를 코믹하게 다룬 ‘굿바이 싱글’, 당찬 엄마의 추리극 ‘범죄의 여왕’, 조선 마지막 황녀를 그린 ‘덕혜옹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의 딸이 납치되자 찾아 나선 엄마의 이야기인 ‘비밀은 없다’, 납치된 딸을 찾아 나선 싱글맘을 그린 ‘미씽’ 등등 다양한 영화들이 여성을 앞세웠다.

대중문화 주요 소비층인 2030 여성이 여성주의에 눈을 뜨면서 앞으로도 여성은 주요 테마가 될 전망이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여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콘텐츠, 혹은 연예인은 설 자리를 점점 잃는 반면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콘텐츠와 균형잡힌 시각을 갖춘 연예인은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2. 한류스타 잇단 성추문

한류스타들의 성추문이 올 연예계를 뒤흔들었다. 이 성추문도 큰 틀에서 올해의 화두인 여성과 맞닿아 있다. 박유천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돼 충격을 안긴 데 이어 이진욱, 엄태웅, 유상무 등 여러 연예인들이 올해 성추문에 연루됐다. 상당수 무무혐의로 인정되거나 무고로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이미지 추락은 피할 수 없었다.

어찌 됐든 연예인들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으로 고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성추행과 성폭행이 화두로 떠올랐다. 더 이상 성폭행, 성추행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우려해 참는 일들이 줄어든 것. 이는 영화계와 문단, 미술계 등 문화계 곳곳에서 성폭행, 성추행 피해자들이 잇따라 목소리를 내는 일로 이어졌다. SNS를 활용해 피해 사례를 모으고, 피해를 입힌 당사자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일들로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과 쉬쉬했던 문단 내 성추행 사례가 공론화됐으며, 성추행 당사자들이 퇴출되는 일들이 여러 곳에서 벌어졌다. 갈 길은 멀지만 바야흐로 여성의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다.

3. 칸국제영화제발 폭풍 그리고 패자부활전

올해 한국영화는 극도로 침체기를 겪었다. 성수기인 1월 관객수가 반토막나다시피 했다. 그 탓에 극장들이 손해를 만회하려 2월 개봉작인 '검사외전'에 스크린을 몰아져 독과점 논란이 크게 일었다. '내부자들' 감독 버전은 극장과 배급사가 9 대 1 계약을 맺어 대거 스크린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랬던 한국영화에 새 바람을 일으킨 건,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초청작들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나홍진 감독의 '곡성',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올해 한국영화에 흥행과 비평으로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작들에서 흥행에 쓴 맛을 봤던 박찬욱 감독, 나홍진 감독, 그리고 김지운 감독의 패자부활전도 눈여겨볼 만 하다. 박찬욱 감독의 전작인 '스토커'는 38만명,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는 6만 6000여명에 불과했다. 나홍진 감독의 '황해'도 216만명으로 손익분기점에 크게 못 미쳤다. 세 감독은 올해 '아가씨'와 '밀정', '곡성'으로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손에 쥐었다.

4. 홍상수 김민희 불륜 스캔들

지난해 말부터 영화계에 알음알음 퍼졌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 스캔들이

6월 말 세상에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지난해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를 촬영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뒤 관계를 지속해오면서 여러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김민희와 '아가씨' 측의 관계도 크게 틀어졌다. '아가씨' 측에선 홍상수-김민희 관계가 외부에 알려지면 영화에 큰 타격을 받을까 노심초사했다. 결국 불륜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잠행에 들어갔다. 홍상수 감독은 해외 일정은 소화하지만 한국 일정에는 영화 개봉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민희는 '아가씨'로 여우주연상을 잇따라 수상했지만 역시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홍상수 감독이 부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부추겼다.

5. '부산행' '터널' '판도라' 재난 영화 흥행..그리고 세월호

올해 유일한 천만영화인 '부산행'을 비롯해 '터널', '판도라' 등 재난 영화들이 관객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재난이 벌어지지만 정부는 무능력하고 시민들이 각자 살아날 길을 찾는다는 점이다. 이들 재난 영화들이 직,간접적으로 세월호 사건을 떠오르게 만든다는 점도 비슷하다. 세월호라는 깊은 트라우마, 그리고 그 후 벌어진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영화에 큰 공감대가 형성됐다.

'부산행'은 한국 최초 좀비 블록버스터라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국에서 흥행기록을 세웠다. '부산행' 개봉 당시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실시한 건 옥에 티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에 '부산행'과 '터널',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등 한국영화 빅4가 모두 흥행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네 편의 영화들은 각기 다른 색깔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 중 '인천상륙작전'은 '국제시장' '연평해전' 등의 흥행과 궤를 같이 한다. 중장년층 관객이 흥행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장르 영화 제작의 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덕혜옹주'는 비록 민족주의를 자극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여성 주인공 영화가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덕혜옹주' 흥행은 위안부 문제를 조명한 '귀향', 독립운동을 담은 '밀정', 윤동주 시인을 그린 '동주'와 함께 일제시대를 조명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위안부 한일 협정, 국정교과서 문제 등 여러 현안들이 찬반이 엇갈린 가운데, 이런 영화들에 관객이 뜨겁게 반응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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