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부터 ‘달빛조각사’까지, 한국 판타지 소설의 게임 도전사!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8.12.3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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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웹소설 열풍이 뜨겁습니다. 가장 많은 작품과 독자 수를 보유한 카카오페이지, 로맨스 장르에 독보적인 네이버를 비롯, 전통의 서점 브랜드들도 이쪽에 뛰어들어 독자 확보에 나서고 있지요. 무협 장르로는 문피아, 조아라 등이 전통의 강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핫한 장르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쪽은 역시 게이머에게도 아주 친숙한 분야입니다. 마침, 국내 판타지 작품 중에서 소설과 게임, 양쪽의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이미 등장했거나 슬슬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이들 중 몇 작품을 선정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작품 소개 순서는 작품의 장르, 성격, 재미 및 인기와는 전혀 무관하게 필자 임의로 정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웹소설을 가장 뜨겁게 만든 베스트셀러, ‘달빛조각사’

남희성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달빛조각사’는 2007년부터 무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절찬리에 연재되고 있는 초 장기 작품이자 슈퍼 울트라 베스트셀러입니다. 권수로 따지면 자그마치 55권째이지요.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 이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며 인기를 끄는 경우는 거의 전례가 없을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현재 5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종이책 누적 판매 부수도 600만 이상, 대여시장에서도 부동의 No.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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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웹소설하면 생각나는 그 소설
넘쳐나는 장르소설 중에서도 ‘게임 판타지’라는 카테고리를 가장 핫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독보적인 달빛조각사의 10년 롱런 비결은 매우 간략한 묘사와 쉬운 문체로 이루어진 스피디한 전개일 겁니다. 여기에, 주인공 ‘이 현’이 가상현실 게임인 ‘로열 로드’에서 겪는 게임 플레이의 모든 경험이 게임에 너무나도 익숙한 주 독자층에게 확실한 몰입감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에서는 아무 희망이 없었던 밑바닥 인생을 겪는 주인공, 잘 하는 것이라고는 게임 속의 ‘극악의 노가다 플레이’ 정도 하나뿐입니다. 하지만 그 미친 노가다를 능히 해내는 끈기와 근성, 그리고 ‘미친’ 생존본능 덕에 가상현실 게임 로열 로드 안에서는 찬란한 빛을 발하게 되는 전개이죠.

‘아니, 설정과 전개가 뭐 이래?’ 하며 허술한 묘사에 헛웃음을 짓다가도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우리가 MMORPG의 첫 뉴비(Newbie) 시절부터 숱하게 겪었던 기억들이 오버랩 되면서 저 자신도 모르게 다음 화를 클릭하게 됩니다. 분위기도 묘사도 무겁지 않고 밝고 유쾌합니다. 그러기에 읽어나가는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훅 지나 있고 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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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 나오지 않았을 리는 없겠죠?
이런 인기 소설이자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지금의 온라인 RPG와 가장 닮은 달빛조각사를 곧 ‘진짜’ RPG로 만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개발은 ‘리니지’ 등으로 유명한 송재경 대표의 XL게임즈에서 맡고 있고 카카오페이지의 성공에 가장 지대한 역할을 한 것에 대한 화답인지는 몰라도 게임 서비스는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가 맡게 됩니다(서비스 포맷은 모바일).

원래 연내 CBT 목표였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내년도에나 직접 즐겨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직 게임의 본격적인 모습에 대한 인터뷰 기사나 게임 화면 등이 전무한 관계로 어떻게 로열 로드가 재현될지 알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달빛조각사를 10년 전부터 읽어온 독자들, 지금 현재도 연재분을 클릭하는 독자들이 몇 백만 명이나 있으니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의 수위도 어느 정도일지 짐작 가능한데요.

달빛조각사의 매력을 아직도 접하지 못한 게이머들이 있다면 게임이 서비스되기 전에 먼저 즐겨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게임과 소설 콜라보레이션의 대표 명작, ‘룬의 아이들’



아마도 판타지 소설의 배경 설정과 세계관, 캐릭터들을 게임과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바로 전민희 작가의 ‘룬의 아이들’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룬의 아이들은 1999년,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개발사 소프트맥스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임 ‘4LEAF’에 배경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을 제공하고 역시 같은 회사의 RPG인 ‘테일즈위버’(2003)의 원작이 되었습니다.

소설의 정식 출간은 2001년 1부 윈터러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출간 완료된 2부 데모닉을 끝으로 한동안 룬의 아이들 시리즈는 볼 수가 없었죠. 그러다가 올해 여름, 갑작스러운 3부 블러디드의 발표에 수많은 전민희 작가의 팬들과 테일즈 위버의 팬들이 모두 어리둥절+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에피소드가 들려올 정도로 핫 한 뉴스였습니다. 3부 블러디드는 1, 2부인 윈터러, 데모닉과 함께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선 연재되었고 최근 블러디드 1권이 종이책으로 출간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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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블러디드의 등장으로 장르 소설계가 들썩였습니다
룬의 아이들은 등장 초기부터 게임 유저들에게 다가간 행보 덕분에 장르소설 애호가뿐 아니라 게임 유저들과의 접점이 아주 많은 소설입니다. 또 룬의 아이들이 대단한 점은 한국 시장을 넘어서 콘텐츠 천국인 일본뿐 아니라 대만, 태국에도 정식으로 출간, 아시아 독자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겠죠. 국내외 누적 판매 300만 부 이상의 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윈터러, 데모닉, 블러디드까지 공통점은 비상한 능력을 가진 어린 주인공이 역경을 헤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고 할 수 있는데, 세계관이 치밀하고 문체는 유려해 매끄럽게 읽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묘사도 자세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그럼에도 사건 전개의 속도감은 꽤 빠릅니다.

3부까지의 각 파트가 세계관을 모두 공유하지만 별개의 시간과 공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겹치는 부분도 있어 각 파트의 주인공과 등장인물이 교차하기도 하여 이야기의 독립성과 일관성을 모두 가진다는 특징이 있죠.

룬의 아이들을 다룬 게임으로서는 4LEAF가 이미 서비스가 종료되었고, 소프트맥스에서 넥슨으로 서비스 주체가 넘어간 테일즈 위버는 세계관은 동일하지만 소설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어서 게이머들에게는 아쉬운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설의 설정이 온전히 묘사된 신작 게임을 보고 싶다는 욕심은 룬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바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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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진네만, 이스핀 샤를, 루시안 칼츠 등… 룬의 아이들의 매력 덩어리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그 게임!
그런 바람이 언젠가는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전민희 작가의 대표작을 한번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게임 유저에게 더 친숙한, 정통 판타지 소설 ‘거울전쟁-신성부활’

앞선 룬의 아이들보다 조금 더 게임 쪽에 가까운 작품이 있습니다. 거울전쟁은 엘엔케이로직코리아라는 개발사에서 2001년도에 PC용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으로 출시한 작품인데(거울전쟁-악령군), 당시의 지존 RTS였던 스타크래프트 아류작이 아닌, 참신한 기획력과 시스템 그리고 정통 판타지 스토리로 초기 PC 게이머들에게 ‘숨겨진 명작’으로 각인되었던 작품이었죠.

이후 악령군의 후속작이자 같은 RTS 장르로 거울전쟁 어드밴스드-은의 여인, 새로운 슈팅 RPG라는 장르의 거울전쟁-신성부활까지 총 세 개의 작품이 나왔던 꽤 오랜 전통을 가진 게임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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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류에서 벗어난 RTS, 독창적인 세계관 기반의 스토리 등 모든 부분에서 고른 호평을 받았습니다(사진은 거울전쟁 어드밴스드)
시리즈의 첫 작품인 악령군은 소설화되어 게임 출시와 비슷한 시기에 종이책으로 출간된 전력이 있지요. 이 거울전쟁의 모든 세계관과 스토리를 구상하고 게임의 기획, 그리고 소설까지 한 번에 만들어낸 건 개발사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의 남택원 대표입니다. 비록 전업작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남택원 작가와 그의 개발사가 걸어온 행보를 보면 정통 판타지 장르에 대한 깊은 애정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게임 거울전쟁의 소설판인 거울전쟁 the Novel은 게임 악령군의 대립구도를 만들었던 악령군, 흑마술파, 해방부대의 세 세력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각 세력을 대표하는 다양한 영웅들이 어떻게 각자의 정의를 위해 행동에 나서는가 하는 내용입니다. 연작으로 등장하는 신성부활부터는 이전 사건으로부터 150여 년이 흐른 뒤, 해방부대 진영의 어리숙한 한 시골 소년이 시련을 겪으며 마침내 당당한 해방부대의 전사로 성장하는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소설 거울전쟁은 작가가 설정해 놓은 세계관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가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한 것이 특징인데요, 확실히 요즘의 스피디한 전개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미흡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거울전쟁 전체를 아우르는 설정은 실제 게임으로 구현되었을 정도로 치밀하고 디테일하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력을 매우 강하게 자극하는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죠.

그렇게 기본 전개의 흐름은 아주 잔잔하고 느린 것처럼 보이다가 순간 터지는 사건과 전투 등의 묘사는 아주 긴박감 넘치기도 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도 성별과 성격, 직업(전사나 마법사, 또는 소환사 등 다양합니다) 별로 묘사가 매우 디테일하기 때문에 텍스트를 읽는 재미가 나름 쏠쏠합니다.

소설 거울전쟁의 게임 버전인 거울전쟁-신성부활은, 과거 80년대를 수놓았던 명작 슈팅 게임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플레이에 MMORPG를 결합한 가히 독보적인 장르이므로 한 번쯤 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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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선 RPG, 전투는 정통 슈팅이라는 장르는 정말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소설은, 게임에 등장하는 세력과 지역, 인물들이 총출동하여 게임과는 또 다른 전개를 보여주며 신선함을 주고 있으니 요즘 너무나 많이 넘쳐나는 게임 판타지와 환생물 소설에 지쳐있었던 독자라면 소설 거울전쟁으로 정통 판타지의 맛을 다시금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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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는 다른 전개, 텍스트 고유의 테이스트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판타지 명작,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와 ‘눈물을 마시는 새’

한국의 장르문학을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의 이름은 아마 '이영도'일 것입니다. 이영도 작가의 데뷔작이자 최고 베스트셀러인, ‘드래곤 라자’는 너무나도 유명하지요. 이 작품도 한국 외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누적 판매 부수 200만 부 이상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베스트셀러입니다.

판타지 장르의 RPG가 대세였던 초창기 한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이런 좋은 작품을 그대로 놔둘(?) 리는 없었겠지요? PC 온라인 게임의 초창기인 2001년, 대망의 MMORPG로 드래곤 라자가 등장했습니다. 천방지축 초장이 모험가 ‘후치 네드발’과 아름다운 엘프 ‘이루릴’을 게임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온라인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했지만 반짝 성공으로 그쳤습니다. 이후 모바일 게임도 개발되어 국내에 서비스에 들어갔으나, 역시 초반에 반짝 흥행했을 뿐 결국 1년 남짓 서비스되다가 종료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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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모르시면 진짜 간첩??
온라인 게임 드래곤 라자는 소설의 매력적인 배경과 캐릭터를 아름답게 그린 일러스트 자체는 호평받았으나 정작 게임의 비주얼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소설의 내용들을 게임 시스템으로 완벽하게 구현하는데도 실패해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영도 작가는 오랜 침묵을 깨고 올해부터 다시 신작 ‘오버 더 초이스’를 새로운 포맷인 웹소설로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격적으로 한 가지 소식이 들려왔죠. 바로 그의 대표작 ‘눈물을 마시는 새’의 게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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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 작가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눈물을 마시는 새’
이영도 작가의 소설로는 두 번째로 게임화되는 작품(같은 드래곤 라자를 가지고 만든 드래곤 라자M까지 치자면 세 번째이지만)인 ‘눈물을 마시는 새’는 2002년 출간된 작가의 4번째 장편소설로, 그의 소설 중에서 완성도 측면에서는 최고로 평가받는 명작이기도 합니다. 드래곤 라자는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데뷔작인 영향도 있을까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보이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의 경우, 작가의 독자적인 세계관, 완벽한 기승전결 구조, 개성 있는 캐릭터들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이런 걸작이지만 출간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며 특별히 다른 이슈도 없었던 올해 12월 초. 정말 갑자기 작품의 편집자가 공식 카페에 눈물을 마시는 새의 게임 판권이 팔렸다는 짧은 글을 올리면서 관심도가 부쩍 올라갔습니다. 당연히 이영도 작가의 팬들의 눈과 귀가 모두 이쪽으로 쏠리고 있지요.

눈물을 마시는 새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스토리를 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설사 이영도 작가의 작품을 몰랐던 게이머들이라 하더라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서 소개한 달빛조각사와는 달리 이제 한 달도 채 안 된 소식,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어느 게임회사가 판권을 얻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스케일과 완성도의 작품을 게임으로 완벽하게 소화할 만한 개발사는 과연 어느 곳일까요? 추가로 나올 개발 소식에 기대 반, 롱런하지 못했던 ‘선배’ 드래곤 라자 온라인의 실패 사례에 대한 걱정 반,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텍스트 전성시대!

대체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고, 출판시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뉴스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웹소설 붐, 계속해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는 전자북 시장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분명 종이책 시장이 날로 축소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아쉬운 일이지만 텍스트를 소비하는 방법이 다를 뿐, 그 안에 담긴 콘텐츠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고금동서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작품들 말고도 여러분의 휴대폰 속, 책장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텍스트에 관심을 한번 돌려보세요. 그 안에는 여러분이 호기심을 갖고 탐험할 무궁무진한 다른 세계들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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