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가장 보통의 연애' 보통이어서 특별한 로맨틱코미디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9.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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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까지 돌리고 파혼한 남자 재훈. 오늘도 술독에 빠진다. 전 여친에게 "자니" "답 좀 해" "한 번만 만나자" 집요하게 카톡 보낸다. 읽지도 않지만 읽어도 답은 없다.

재훈이 팀장으로 있는 광고회사에 새로 입사한 선영. 환영식에서 전 남자친구가 프러포즈한다고 매달리지만 바람 핀 상대에게 정이 남아 있을 리 없다. 단칼에 자른다.


술을 마실 때마다 기억은 냉장고에 넣어버리는 재훈은, 모르는 번호의 누군가와 2시간 동안 통화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아뿔싸. 인사한 지 24시간밖에 안된 선영이다. 서로가 한심하고 어이없지만 그래도, 그래서 마음이 쓰이는 관계가 시작된다. 늘 그랬던 것처럼 보통의 연애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자신의 연애야말로 특별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그저 보통의 연애일 뿐이다, 바로 그 순간만 가장 보통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가장 보통의 연애'는 흔히 겪는, 알고도 모른 척해온, 그래서 알아야 하는 보통의 연애를 그린다. 공효진과 김래원을 내세워서.

'가장 보통의 연애' 등장인물들은 극화됐다. 직원들을 편하게 해준다면서 토요일에 단합대회로 등산하자는 사장. 어린 여자친구 사귄다면서 온갖 주접 다 떠는 직장 동료. 오지랖 넓은 듯하지만 뒤로 호박씨 까는 사람들. 극화됐지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군상들이다.


주인공 재훈도 마찬가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술만 먹으면 연락하는, 첫 만남에 서스럼없이 반말하는, 그래도 애는 착한, 어딘지 안쓰러운, 그렇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기에 보통의 연애를 할 수 있는 남자다. 선영은 보다 상식적이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온 집을 헤집어 놔도 사과를 요구하는, 그렇지만 "걸레"라고 욕을 앞세우는 그놈에게 "그게 엄지발가락보다 작다"라고 할 줄 아는 여자다.

사랑에 상처받았을 땐, 특별한 비극의 주인공이 된 줄 아는 법. 하지만 그 비극도 결국 보통이다. 그렇기에 공감하고 그렇기에 위로받는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사랑에 상처받은 재훈과 선영을 통해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어간다. 로맨틱코미디로, 멜로로 풀어간다. 요즘 방식으로 풀어간다.

재훈은 고쳐 쓸 수 있을만한 요즘 남자다. 선영은 고칠 수 있는 요즘 여자다. 서로 다른, 하지만 공감하는, 그래서 사랑하게 되는, 남자와 여자는 이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로맨틱코미디는 판타지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이 판타지를 잘 구현해냈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재훈의 서사다. 사랑에게 상처받았지만 사랑에게 구원받는 남자 이야기다. 그럼에도 '가장 보통의 연애'는 선영의 영화다. 이 영화의 할 말은, 선영의 입에서, 선영을 통해, 선영으로 구체화된다. "아니, 남자랑 여자랑 같아"라고 하면 "너는 남자랑 여자가 다르다고 배웠니"라고 답한다.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남녀 성기 명칭을, 여배우 입으로, 적나라하고 코믹하고 발칙하게 이야기한다. 기분 좋은 파격이요, 유쾌한 시작이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여성주의 영화가 아니다. 사실을 말하는데 민감한 사람들의 버튼이 눌려지는 부분이 있을 뿐이다. 오히려 '가장 보통의 연애'는 못난 남자들 서사뿐 아니라 나쁜 여자 서사도 곳곳에 깔려있다. 화장실 싸움과 재훈 친구로 등장하는 윤경호 뒷사정은 없는 게 차라리 좋았을 뻔했다. 김한결 감독은 상업영화 데뷔작에서 보통의 연애를 그리기 위해 너무 많은 공감 버튼을 넣으려 한 듯하다.

재훈 역을 맡은 김래원과 선영 역을 맡은 공효진은 멜로를 할 줄 아는 배우들이다. 김래원과 공효진이라 멜로의 문턱을 쉽게 뛰어오른다. 김래원이기에 어딘지 불쌍한, 왠지 내버려둘 수 없는, 나라면 고쳐 쓸 수 있을 것 같은, 스스로 고치는 남자가 믿어진다. 공효진은 이 영화의 6할이다.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사랑스럽고, 때로는 통쾌하고, 더러는 안쓰러운, 그래도 씩씩하게 일어나는 여자. '가장 보통의 연애'가 큰 사랑을 받는다면 공효진의 공이 6할 이상이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유쾌한 로맨틱코미디다. 사랑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공감되는 영화다. 낄낄거리며 웃다가도 보통이었을, 그렇지만 가장 보통이었을 연애를 되새기에 적합하다.

10월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추신. 지나친 음주는 건강과 사랑에 안 좋다. 사랑에는 아주 가끔 좋을 수 있다. 후회와 민망함을 견뎌내면. '가장 보통의 연애' 공감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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