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2사 1·3루 이대호 타석' 승리 요건도 아닌데, 선발 안 바꾼 이유는

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04.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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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성. /사진=kt wiz
홈에서 주말 3연전 2연패를 당했다. 마지막 경기에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

선발투수가 5회 2사 후 연속 안타를 맞았다. 1, 3루에 몰렸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38·롯데)와 승부였다. 투구수는 100개를 향했다. 동점이라 승리투수 요건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진짜 인내심의 승리였어요."

KT 위즈 이강철(55) 감독은 이렇게 돌아봤다. 지난 25일 수원 롯데전에서의 일이다. 이날 KT는 역전과 재역전 끝에 6-5로 간신히 이겼다. 선발 배제성이 고전했지만 5이닝(3실점 2자책)을 버텼다. 덕분에 불펜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5회초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장면이 전환점이 됐다. 이 때부터 불펜을 썼다면 뒷심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 감독은 "구위가 떨어진 상태에서 볼넷이면 교체가 맞다. 힘이 있을 때는 (안타를) 맞아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제성은 이날 마지막까지 패스트볼 스피드 146~147km을 유지했다. 3-3으로 맞선 5회초 배성근과 안치홍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이때까지 투구수는 84개였다.

배제성은 갑자기 패스트볼 일변도로 승부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손아섭에게 패스트볼만 4개를 던졌다. 손아섭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봤지만 2구와 3구 파울을 쳐내며 타이밍을 잡았다. 배제성은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또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지난 10년(2011~2020년) 동안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손아섭이 놓칠 리 없었다. 깨끗한 좌전안타를 쳤다. 배제성은 다음 타자 전준우에게 초구 패스트볼을 던졌다. 전준우도 기다렸다는 듯이 가볍게 때려 중전안타를 뽑았다.

2사 후 순식간에 1, 3루 위기에 처했다. 다음 타자는 이대호였다. 경기 분위기가 삽시간에 고조됐다.

이강철 감독은 "빨리 치게 해서 승부를 보려고 했던 것 같다. 전준우에게 초구에 당한 것은 타자가 잘한 것이니 말할 게 없다"며 배제성을 두둔했다.

배제성은 이대호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줬다. 2사 만루에서 정훈을 루킹 삼진으로 잡았다. 정훈에게 던진 7구이자 이날 배제성의 마지막 102구째는 시속 146km이 찍혔다. 스트라이크존 가장 낮은 코스에 꽂힌 송곳 같은 패스트볼에 정훈은 얼어붙었다.

배제성이 아직 힘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것을 꿰뚫어 봤던 이강철 감독의 판단이 옳았다. 배제성을 믿은 이강철 감독도 속으로는 애가 탔을 것이다. 배제성은 결국 막았다. 승패 없이 물러났지만 역전 발판을 놨다.

이강철 감독은 "인내심의 승리였다"며 바꾸지 않기를 잘했다고 안도했다. 이 감독은 "제성이가 5회까지 잘 끌어줬다. 홈런 하나 맞은 것 말고는 사실 다 잘 던졌다. 이런 식으로 장점을 살려가면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배제성은 2019년 KT의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로 역사를 썼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올해는 4경기서 1승 2패다. 3년 연속 10승까지 달려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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