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유럽도 가능, 헤더는 그냥 볼이 와서 맞는 게 아니다 [레전드 김동진의 월드컵 포커스]

이원희 기자 / 입력 : 2022.11.29 19:22 / 조회 : 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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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전에서 멀티골을 넣은 조규성. /사진=뉴시스 제공
카타르 월드컵 H조 가나전 2-3 패(28일)

내가 꼽은 MVP는 조규성(24·전북현대)이다. 한 경기 멀티골로 한국의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남겼다. 어린 선수가 첫 대회인데도 강한 멘탈을 갖고 싸웠다. 헤더는 그냥 볼이 와서 맞는 것이 아니다. 항상 수비와 싸우고 좋은 포지션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잘해준 조규성을 칭찬해주고 싶다.

조규성을 보면서 내 친구 조재진(41·전 한국 공격수)이 떠올랐다. 조재진도 타점이나 헤더 슛이 좋았는데, 이날 경기를 보니 조규성은 조재진보다 헤더 능력이 더 좋은 것 같다.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조심스럽게 예측하기에는, 조규성도 유럽에서 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가능성이 있고 군대 문제도 해결했다.

이강인(21·마요르카)은 경기 흐름을 바꾼 선수였다. 들어와서 임팩트가 너무나도 강했다. 어시스트뿐 아니라 프리킥도 들어갈 뻔한 슈팅(후반 30분)을 날렸다. 또 후반 13분 이강인이 어시스트하기 직전에 보여준 압박이 압권이었다. 수비로 압박해 볼을 가져왔다. 그 부분은 이강인이 얼마나 간절하게 경기를 이기고 싶었는지, 그리고 뛰고 싶었던 마음이 볼 하나에 전해졌다.

이강인은 어리지만 경험이 풍부하다. 스페인 리그에서 뛰면서 강한 상대, 강한 선수들과 같이 뛰고 훈련하면서 발전했다. 어린 선수이지만, 어린 선수 같지 않다.

파울루 벤투(53) 대표팀 감독은 전략과 전술에 따라 (이강인의 선발 여부를) 선택한다. 이강인이 전반과 후반에 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이강인이 들어갔을 때 임팩트를 보여준다는 것은 지난 2경기를 통해 증명했다. 결정하는 건 감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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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전에서 교체로 들어오는 이강인(왼쪽). /사진=뉴시스 제공
가나전에서 손흥민(30·토트넘)이 헤더 경합을 하는 것을 보고, 힘든 상황,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심리적으로 자신을 컨트롤하면서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자기 것을 내려놓고, 몸이 아파도 팀을 위해 헌신한다고 생각했다.

가나전은 아쉬운 결과였다. 전반 초반에 밀어붙이며 시작한 뒤 15분 동안 코너킥을 5개, 그리고 전반에만 7개를 얻었다. 가나 진영, 골대로 많이 갔다는 뜻인데, 전반에 보여준 크로스와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공격 빈도에 비해서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전반 유효슈팅이 많지 않았다. 전반 24분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핸드볼 파울 논란 등이 있었는데 순간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 이후 역습을 허용해 추가 실점(전반 34분)했다. 전반이 끝날 때까지 우리 플레이를 못해줬다.

하지만 후반 나상호(26·FC서울)와 이강인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한국 쪽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이강인 카드가 적중했고 크로스도 완벽했다. 두 골 모두 왼쪽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올려 조규성이 넣었다. 이런 장면들이 전반에도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다. 전반에 그런 찬스들이 많았다. 사이드에서 얼리 크로스나 컷백 크로스가 많았는데 정확도 측면에서 세밀함이 떨어졌다. 그래도 후반에는 찬스를 살려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때 나는 경기를 뒤집을 줄 알았다. 시간적인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 23분 운이 없게도 결승골을 실점했다.

한국은 남은 10분 동안 계속 공격했다.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올리고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도 들어가 투톱을 이뤘다. 그런데 가나 수비의 신장과 공중볼이 좋았다. 또 첫 번째 슈팅을 못해도 떨어지는 세컨드 볼을 잡아 슈팅하며 마무리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또 패스해서 사이드에서 올리는 장면들이 반복됐다. 슈팅 찬스를 만들기는 했지만 공격 빈도에 비해서 정확하게 골대 안으로 향하는 슛은 많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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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뉴시스 제공
(한국에 코너킥을 안 주고 경기를 일찍 끝낸) 앤서니 테일러(44) 주심에게 너무 화가 났다. AI도 아니고 기계도, 컴퓨터도 아닌 인간이다. 인간으로서 현장 분위기, 이성과 감정 안에서 결정을 할 텐데, 그런 판정을 내려 너무 아쉬웠다. 일반적이라면 코너킥 찬스를 주고 경기를 끝냈을 것이다. 그 코너킥 찬스가 골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26명의 선수들뿐 아니라 코치진, 우리나라 국민들도 그 찬스 하나에 울고 웃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를 날렸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가나 입장에서는 빨리 끝나는 것이 좋고 중립 팬 입장에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한국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마지막 찬스를 기대했는데 물거품이 됐다.

차분했던 벤투 감독도 얼마나 화가 났으면 항의했을까 생각했다. 이해가 간다. 마지막 중요한 포르투갈전에서 벤투 감독이 벤치에 앉지 못하는데, 쉽지 않은 처지다. 한국에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마지막 경기다. 월드컵 역사를 보면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고, 좋은 경기력으로 대회를 잘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독일을 이겼다. 포르투갈도 못 이기란 법 없다. 또 포르투갈은 16강을 확정지었는데 우리에겐 좋은 영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신무장을 잘해 지난 2경기는 잊어버리고,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 모았으면 좋겠다. 16강이 아니라 남은 1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

/김동진 킷지(홍콩)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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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코치.
김동진(40)은 1999년 청소년대표를 시작으로 월드컵(2006, 2010년), 올림픽(2004, 2008년), 아시안게임(2002, 2006년) 등에서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했다. 국내 프로팀으로는 안양 LG, FC서울, 울산 현대 등에서 뛰었고, 러시아 제니트와 중국 항저우, 태국 무앙통, 홍콩 킷지 등 해외 무대도 경험했다. 현재 킷지 코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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