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황정민과 현빈은 왜 목숨을 걸었나? [김미화의 날선무비]

날선시각,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영화 이야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3.01.23 08:00 / 조회 :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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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섭' 스틸컷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이 설 연휴 극장가 승기를 잡고 관객을 만나고 있다.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다. 2007년 있었던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허구적 인물을 배치해 만든 작품이다.

영화 개봉 전, 황정민과 현빈의 고군분투기로 알려졌던 영화는 관람 후 여러 평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영화적 즐거움과 만듦새는 관객들을 만족시켜줄 만큼 웰메이드다. 아름다운 아프가니스탄(실제 촬영 장소는 요르단)의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호기심을 돋운다. 황정민과 현빈의 연기호흡도 좋다. 외교부 교섭관 재호 역의 황정민과 국정원 요원 대식 역의 현빈은 절차에 따르는 협상과 터프한 문제 해결 방식으로 서로 부딪치지만 같은 목표 아래서 하나가 되면서 케미를 뽐낸다. 여기에 카심 역의 강기영은 영화 속에서 쉼표가 돼 웃음을 유발한다. 카체이싱 액션에 오토바이 액션, 또한 우리가 잘 모르는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까지 더해져 볼거리가 풍부하게 담겼다. 임순례 감독은 우리가 잘 모르는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 이야기를 촘촘하고 섬세하게 스크린에 담아냈다.

안타깝게도 '교섭'의 영화적 재미의 발목을 잡는 것은 영화 속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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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섭' 스틸컷


영화는 영화로 봐달라는 감독과 배우의 당부에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작품 속에 담긴 팩트, 실제 있었던 일에 대해 불편함을 표하고 있다.

영화 속 황정민과 현빈의 고군분투를 응원하다가도 그들이 구출하려는 인질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동시에 방문이 금지된 국가에 선교활동을 하러 간 교인들이라는 실제 사실에는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노하는 것이다.

인질을 구하려는 주인공들의 행위는 공감하고 따라가지만, 그들이 구하려는 인질들은 실제 우리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의 주인공인만큼 공감이 어려운 것이다. 직접 문제를 일으키고 위험에 뛰어든 이들을 구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목숨을 구하고 국가의 세금을 낭비해야 하는 것인가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임순례 감독은 영화 속 인질들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간략한 팩트만 담고,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며 누군가의 가족이고 엄마이고 아들이라는 것만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속 인질들은 (실제 현실에서도 유서를 써놓고 타국을 우회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다) 자신들을 구하러 온 교섭관을 향해 어떤 방법을 써서든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마치 빌런과 같은 이 같은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이 관객에게 와 닿을리 없다. 이 인질들의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고, 이들의 행동이 굉장히 논란이 됐다는 사실들을 알게 되면 더욱 그렇다.

임순례 감독은 왜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일까. 임순례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과정과 이유를 설명했다. 임 감독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영화가 그 사건을 옹호하는 영화일 것이라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만들어도 논쟁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해서 거절했다. 나중에 시나리오가 나오고 나서는 한국영화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했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 탈레반이라는 집단, 이런 것을 시각화 한 것은 한국 영화에 아직 없었다. 국제뉴스에서 본 것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논쟁적일 수 있는 사건이지만, 심층적으로 가면 신념에 대한 문제다. 한 집단은 기독교 적인 신념으로 선교를 간 것이고 탈레반은 자신들의 신념으로 이들을 억류하는 것이다. 신념과 신념이 부딪치는 지점에 대한 관심이 갔다"라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서도, 국가가 어디까지 국민을 책임져야 하나, 잘못을 한 국민은 국민이 아닌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주제가 묵직하고, 큰 테두리에서 화두를 던져 볼 수 있는 것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건 자체를 어떻게 잘 조명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다"라고 전했다.

영화는 '목숨을 걸고 목숨을 구한다'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있다. 외교부 교섭관과 국정원 요원이 목숨을 걸고, 해외에서 위험에 처한 국민을 구한다는 것이다. 임순례 감독이 던진 묵직한 주제처럼,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가치판단을 뒤로 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목숨을 구하는 공무원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국민이 나라에서 정한 법은 지키지 않고 자신들만의 편협한 신념으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게 된 상황에서, 왜 그들을 위해 황정민과 현빈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공감하기 힘든듯 하다. 영화 속 인질을 구해야 한다는 주인공들의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황정민과 현빈의 고군분투가 밍숭해져버려 아쉽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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