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도적 연애담', 어딘가 부족한 '인소' 감성 [최혜진의 혜안]

최혜진 기자 / 입력 : 2023.03.19 09:37 / 조회 :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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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최혜진 기자의 눈(眼)으로 바라본 방송, 연예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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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넘버쓰리픽쳐스
[최혜진 스타뉴스 기자] 여자 주인공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는다. 차갑기만 하던 남자 주인공은 그런 여자와 만나 조금씩 변해간다.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인소'(인터넷 소설) 감성이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극본 신지안, 연출 장의순)은 이러한 '인소' 감성을 BL(Boys Love) 장르에 담아냈다. 그러나 어딘가 부족한 그 감성이 흠이라면 흠이다.

지난 17일 첫 공개된 '비의도적 연애담'은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에서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신뢰 회복 심쿵 로맨스 드라마다. 차서원은 극중 세상에서 삭제되듯 사라진 천재 도예가 윤태준 역을 맡았다. 공찬은 회장님의 최애 도예가를 꼬셔야 하는 대기업 총무팀 직원 지원영을 연기했다.

1회에서는 퇴직 위기를 맞은 지원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기분전환 겸 떠난 강릉 여행에서 세상에서 잠적했던 도예가 윤태준과 우연히 만났다.

윤태준은 지원영이 다니던 회사의 회장이 탐을 내던 인물이었다. 평소 회장은 윤태준이 만든 도자기를 마음에 들어 했고, 윤태준과 계약을 맺고 싶어 했다. 그러나 윤태준이 세상에 사라지며 모든 것이 불발됐다. 지원영은 윤태준을 복직 기회로 여겼다. 그는 윤태준과 회사의 계약을 성립시키기 위해 윤태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전개는 보통의 로맨틱코미디(이하 로코)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다른 것은 성별일 뿐이다. 주인공들의 우연한 첫 만남, 서로에게 점점 끌리는 미묘한 감정들이 익숙한 로코를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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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넘버쓰리픽쳐스
다른 점이라면 여기에 '인소' 감성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지원영을 연기한 공찬의 표정, 제스처에서 비롯된 감성이다. 지원영은 해맑고 발랄한 캔디형 캐릭터다. 처음 윤태준이 자신에게 벽을 치고 차갑게 행동해도 울지 않았다. 그저 눈을 크게 뜨고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인소'에서 주로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과 닮았다.

그의 행동에도 '인소' 감성이 더해졌다. 놀라는 장면에서는 '흠칫' 몸을 떨고, 달리는 장면에서는 '총총' 발을 굴렀다. 윤태준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장면에서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인소'에서 볼 법한 'ㅇ_ㅇ', 'ㅇㅁㅇ' 같은 이모티콘을 보는 듯했다.

이러한 '인소' 감성은 추억을 자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찬의 연기력이 아쉽다. 사실 공찬은 연기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애매한 연기력은 '인소' 감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실 2000년대 인기를 얻었던 '인소'에는 자칫하면 오그라들 수 있는 감성이 많다. 이를 화면으로 담아낸다고 하면, 시청자들이 보기에 부끄러울 수 있는 장면도 많다. 이러한 장면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달라진다. 연기력으로 그 오그라드는 장면들을 보완해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찬은 그러지 못했다.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보며 설렘을 느껴야 하는데, 시청자들은 부끄럽기만 하다. BL이란 생소한 장르를 떼어놓고 봐도 그렇다. 보통의 사랑으로 바라보려 해도 자연스럽고 능청맞은 연기가 없기에 몰입도가 떨어진다.

차서원이 연기한 윤태준도 '인소' 주인공과 닮았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의 트레이드마크인 '-_-^'이 기본값 표정이다. 그러나 작품 초반에선 그의 대사나 감정 연기가 많지 않다. 지원영과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될 그가 향후 어떤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일지 궁금증이 생긴다.

'인소' 감성이 통한 작품도 있다. 바로 2009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다. 당시 여자 주인공 금잔디를 연기했던 배우 구혜선은 과장된 몸짓, 표정, 말투 등으로 혹평받기도 했다. 그러나 연기력과 별개로 작품은 최고 시청률 32.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비의도적 연애담'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아쉽지만 반갑기도 한 '인소' 감성이 통할지, 아니면 어설픈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혜진 기자 hj_6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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