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날 싫어하길"..'더 글로리' 임지연, 가장 '연진스럽게'[★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3.03.19 13:20 / 조회 : 1740
  • 글자크기조절
image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의 배우 임지연이 17일 오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3.03.1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모두가 자신을 싫어하길 바랐다. 첫 악역 도전, 임지연은 가장 '연진스러운' 방법을 찾았고, 완벽하게 완성했다. 눈의 떨림, 입술의 비틀림까지 연기한 임지연은 '더 글로리'로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배우 임지연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임지연은 동은에게 악몽 같은 고통을 선물한 박연진 역을 맡았다.

이날 임지연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고, 작품이 잘 될 거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고 있었다"고 웃었다. 그는 "엄청난 화제성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너무 감사하고, 어딜 가든 '연진아'라고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어머니도 집에서 '연진아'라고 부르신다"라고 밝혔다.

'더 글로리'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를 회상한 임지연은 "너무 재밌었다. 저는 사실 연진이가 아닌 그 어떤 캐릭터였어도, 이 작품을 했을 것 같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울고 웃었다. 작품 선택 과정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잘 짜여진 재밌는 소설을 본 느낌이었다. 심지어 단역이었어도 이 작품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연진이가 너무 매력적이었고, 악역을 제대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고,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나중에 40, 50세가 되고 내공이 쌓인다면 제대로 된 역할이 주어지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는데 너무 큰 기회를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얻게 됐다"고 말했다.

image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의 배우 임지연이 17일 오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3.03.1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박연진' 캐릭터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캐릭터를 이해할 수 없었다. 대본 나올 때마다 다른 배우들이 '연진이 너무한 거 아니냐?'라고 하더라. 본인들도 만만치 않게 나쁘면서"라고 웃으며 "그만큼 연진이는 악역의 최고봉인데, '왜 나쁜 짓을 하는지조차 모른다. 공감하는 것도,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서를 구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인 거다. 그렇게 출발했는데도 어려운 신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릭터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했다. '아무 감정도 없는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의 느낌으로 감정을 빼볼까?', '모노톤으로 연기를 해볼까?' 싶기도 했고, 아니면 완전 감정적으로 접근해보기도 했고,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많이 내려고 하다가 결국에는 나만 할 수 있는, 임지연만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명한 작품의 빌런들을 참고하거나 따라하지 말자고 생각했고, 내 목소리, 내가 갖고 있는 표정, 걸음걸이, 몸짓을 가지고 캐릭터를 '임지연화' 시키자고 생각이 들었다"며 "캐릭터를 잡는 과정은 힘들었는데 후반부에 갔을 때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것 같다. 사실 힘들었다"고 말했다.

임지연은 "'박연진' 캐릭터는 작품에서 너무 중요한 역할이고, 제가 제대로 해야 동은(송혜교 분)이가 인생을 걸면서 복수하려고 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라며 "세상 사람들이 다 날 미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잡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던 것 같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욕설하는 장면도 '연진답게'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박연진'을 연기하는 것은 그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임지연은 "그 성질머리로 하루종일 촬영하니까 영향이 안 갈 수 없다. 감정신이 몰려 있는 날이 있는데 촬영하고 나면 짜증이 난다. 미간에 주름이 생겨있고, '왜 이렇게 짜증 나지?' 싶은 느낌이 드더라. 워낙 예민한 부분도 많고, 소리를 많이 지르다 보니까 힘들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다음에는 진짜 착한 역할 할 거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미소 지었다.

'박연진'이 모두에게 '미움'받길 원하며 연기했던 임지연이지만, 캐릭터에 애정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권선징악' 결말에 대해 "연진이에게는 최고의 벌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교도소 신에서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그대로 돌려받으면서 그것마저도 분해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 제가 해석했을 때는 최고의 벌이었다고 생각한다. 재준(박성훈 분)이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더 심한 벌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감옥 신을 찍을 때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저도 모르게 연진이를 연기하며 캐릭터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애정하게 된 것 같다. 많이 무너지면서 울기도 했다. 그 장면은 대본이 나온 순간부터 몇 달을 준비했다.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고, 많이 살려주셨고, 원하는 만큼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하다"라고 덧붙였다.

'박연진'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용서는 없다. 평생 죗값을 치르고, 네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길 바란다"고 답하기도.

image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의 배우 임지연이 17일 오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3.03.1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임지연이 연기한 '박연진'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더 글로리'로 인해 '만장일치' 연기 호평을 받은 임지연은 "학교 다닐 때부터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재능이 많고 끼가 다분한 친구들이 많고, 나는 가진 게 많지 않으니까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어린 나이에 그 역할에 맞는 마스크를 가졌다는 이유로 상업 장편 영화 '인간중독'에 캐스팅이 돼서 데뷔하게 됐다. 아무래도 파격적인 신이 많아서 화제를 모았고 주목받았다. 당시에는 사회 초년생이었고, 경험도 없고, 연기를 잘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데뷔하다 보니까 힘든 부분도 많았다. 노력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성장하자는 생각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데뷔하고 나서 많이 혼나기도 했고, 울기도 했지만 '그만해야지'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캐스팅 기회가 없었던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 이렇게 젊은데 더 나이가 들어서도 연기를 하겠다'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달려왔다. 어떤 작품이든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면서 "항상 노력했고, 성장하려고 발버둥 쳤고, 좀 느리더라도 나만의 길을 가려고 했다. 그러다 보면 제가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더 글로리'를 만나서 칭찬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촬영 중인 작품도 항상 현장에 가는 게 무섭고 못 할까 봐 불안하고,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부딪히고 좌절하더라도 그걸 해냈을 때 성취감으로 연기하고 있는 것 같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하고, 더 노력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저는 느리더라도 집요하게, 또 끈기 있게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열정 가득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전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기자 프로필
김나연 | ny0119@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김나연입니다. 항상 노력하고, 한 발 더 앞서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