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강판' 아쉽다고? 감독 과감한 승부수, 제대로 통했다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3.09.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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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18일(한국시간) 보스턴전에서 2회 보비 달벡을 우익수 플라이로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하면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무사 2, 3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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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한국시간) 보스턴을 상대로 공을 던지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18일(한국시간) 홈 보스턴전 3-2 승

류현진 4⅔이닝 6피안타 무실점 승패 없음


무실점으로 잘 던지던 류현진(36·토론토)이 승리 요건에 아웃카운트 단 1개를 남긴 채 강판한 걸 두고 국내 팬들 사이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큰 것 같다. 감독이 류현진을 아직 못 미더워한다는 둥 수술을 했기 때문에 투구수를 관리해줘야 한다는 둥 이런저런 해석들도 많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감독이 경기 중에 결정적인 승부수를 던져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존 슈나이더(43) 토론토 감독에게는 이날 경기가 바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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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 /AFPBBNews=뉴스1
1-0으로 앞선 5회초 2사 1, 2루 위기. 상대 타자는 앞서 2회 류현진에게 2루타를 때린 애덤 듀발이었다. 더욱이 듀발은 경기 전까지 류현진에게 12타수 5안타(타율 0.417) 2홈런으로 매우 강한 타자였다. 토론토 벤치가 그것을 몰랐을 리 없다.

슈나이더 감독은 과감하게 류현진을 교체(투구수 83개)하는 선택을 했다. 이날 경기의 키 포인트였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미 가르시아는 듀발을 삼진으로 잡아내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때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기에 결과적으로 토론토는 9회말 맷 채프먼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감독의 승부수가 제대로 통한 것이다.

이제 토론토의 남은 정규시즌은 불과 12경기이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를 두고 매일 피말리는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발투수의 승리 요건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리드하고 있는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마지막에 단 1경기 차로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갈릴 수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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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맷 채프먼(오른쪽 2번째)이 18일(한국시간) 보스턴전 9회 끝내기 안타를 때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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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저스틴 터너(왼쪽)가 18일(한국시간) 토론토전에서 9회 삼진을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날 보스턴은 왼손투수 류현진을 겨냥해 선발 라인업에 우타자를 7명이나 배치했다. 과거 류현진에게 강했던 저스틴 터너(이날 경기 전까지 3타수 1안타)와 라파엘 디버스(9타수 3안타), 듀발, 보비 달벡(7타수 3안타) 등도 빠짐 없이 포함됐다.

류현진은 터너는 3타수 무안타로 잘 막았으나 2회 디버스에게 내야안타, 듀발에게 2루타를 내줘 무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후속 파블로 레예스의 땅볼을 잡은 토론토 유격수 보 비셋이 그다지 전진 수비를 하지 않았음에도 빠르고 정확한 홈 송구로 3루주자 디버스를 아웃시켰다.

아마도 디버스는 비셋이 홈으로 공을 던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송구가 조금만 옆으로 갔어도 세이프가 될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류현진으로선 운이 따라줘 첫 위기를 잘 넘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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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라파엘 디버스(오른쪽)가 18일(한국시간) 토론토전 2회 홈에서 포수 타일러 하이네만에게 태그 아웃당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후에도 류현진은 3회 무사 2, 3루와 2사 만루, 그리고 4회 1사 1, 3루를 허용했으나 특유의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자신에게 강한 타자들을 연달아 상대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 팀이 승리하는 데 한 몫을 해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토론토의 주루 플레이 한 장면도 지적하고 싶다. 2회말 공격 1사 2, 3루에서 케빈 키어마이어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주자 캐번 비지오가 선제점을 올릴 때 2루주자 채프먼이 3루까지 뛰었다. 요행히 세이프가 되긴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한 베이스를 욕심내선 안 된다. 이미 플라이로 2사가 됐으므로, 만약 3루에서 아웃됐다면 그대로 이닝이 끝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토는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뉴욕 양키스와 6경기, 탬파베이와 6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매 경기를 정규시즌이 아닌 포스트시즌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김인식 KBO 총재 어드바이저·전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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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어드바이저는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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