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매너 논란→'변명 X-거듭 사과' 권순우의 진심, 팬들도 받아줄까

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09.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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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하는 홍성찬과 권순우(오른쪽)./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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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의 자필 사과문.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26)가 거듭 고개를 숙였다.

권순우는 지난 25일(한국시간)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 출전했으나 카시디트 삼레즈(태국)에게 1-2(3-6, 7-5, 4-6)로 패했다. 세계 랭킹 112위, 우승후보 권순우가 636위 삼레즈에게 당한 충격적인 패배. 자존심은 떨어졌고, 인생이 걸린 병역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위기에 놓이게 됐다.


가장 충격적이고, 실망스러운 건 권순우 본인이었을 것이다. 화도 나고 답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패배 이후 보여준 행동은 분명 잘못됐다.

당시 권순우는 자신의 테니스 라켓을 수차례 코트와 의자에 내리쳤다. 또 맞대결을 펼친 삼레즈의 악수 요청도 거부해 더 큰 논란이 일었다. 경기도, 매너도 졌다는 외신의 비난이 커졌다. 국내 팬들도 질타를 보냈다. 올림픽 역도 여자 금메달리스트 출신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마저도 권순우의 이번 행동에 "상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권순우가 보여준 이후의 행동들이다. 자신의 비매너 논란에 대해 빠르게 인정하고, 곧바로 사과했다. 권순우는 논란의 경기 다음 날 오전, 태국 선수단을 직접 찾아가 삼레즈에게 사과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삼레즈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두 선수는 오해를 풀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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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테니스 권순우가 20일 중국 샤오산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또 그 당일 글씨 하나하나 정성껏 쓴 자필 사과문을 전달했다.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권순우는 "국가대표팀 경기를 응원하는 모든 국민 여러분과 경기장에 계셨던 관중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적었다. 또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태극마크의 무게를 깊게 생각하고 책임감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성찰하며 모든 행동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권순우의 사과문은 길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인지, 왜 그랬는지 어떠한 변명도 없이 "죄송하다"는 단어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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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매너 논란에 휘말렸던 권순우. /사진=SNS 캡처
거듭되는 사과에도 미안함이 남아있는 눈치였다. 권순우는 27일 복식 8강전에서 홍성찬(세종시청)과 한 조를 이뤄 일본의 하자와 신지-우에스기 가이토(일본)조를 상대로 2-0(6-2 6-4)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권순우는 대한테니스협회를 통해 이번 비매너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권순우는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이에 답하기 전에 사과부터 꺼냈다.

취재진 앞에서 두 손을 모은 권순우는 "승리 소감보다는 며칠 전 단식 2회전 경기 때 성숙하지 못한 행동들과 불필요한 행동들로 많이 실망하셨을 국민 여러분들, 그리고 외국에서 영상 보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단 말씀 드린다. 상대 선수가 불쾌했을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상대의 비매너 플레이가 권순우가 화난 이유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경기 중에는 서로 감정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많이 흥분했고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 깔끔하게 실력으로 졌다"며 "상대 선수가 행동을 어떻게 했든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의 불필요한 행동으로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을 거라 생각해서 그 부분에 있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권순우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병역혜택 위기도 맞았다. 이어 비매너 논란에도 휩싸였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복식 동료' 홍성찬에게 피해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권순우는 "어떤 일이 있었든 최대한 플레이를 안정적으로 하도록 노력했고 피해를 안 주려고 경기에 최대한 집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성찬은 단식에서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고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동료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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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AFPBBNews=뉴스1
권순우는 인성이 좋은 선수로 알려져 있다. 좋은 팬서비스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수많은 스타플레이어와도 친분을 쌓았다. 이번 비매너 논란에 대해 대한테니스협회 관계자도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26세의 젊은 청년일 뿐이다. 본인이 약속했듯이 좀 더 성숙한 선수가 되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권순우의 금메달 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복식 4강에 진출한 권순우-홍성찬 조는 28일 사케스 미네니-람쿠마르 라마나탄(인도)조와 결승 진출을 놓고 4강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권순우는 "복식 경기가 남았는데 어떤 상대가 됐든 4강이든 결승이든 우리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절대 진다는 생각 없이 금메달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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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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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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