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은 왜 美 출국이 늦어졌나?... 내일(9일) 미국으로 출국, 당장 개막 엔트리 경쟁부터 뚫어야 산다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2.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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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사진=리코스포츠에이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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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사진=리코스포츠에이전시 제공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드디어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처음 도전장을 내밀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내일(9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고우석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고우석의 매니지먼트사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8일 "고우석이 오는 9일 오후 8시 5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우석은 비행기에 탑승하기에 앞서 간단하게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할 예정이다.

앞서 고우석과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에 처음 도전하는 이정후는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다만 고우석은 좀 더 늦어졌는데, 비자 발급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일찍 확정하면서 비자 발급 절차도 여유 있게 임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고우석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 협상 마감 시한 직전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을 확정 지었고, 이에 미국 비자 발급 신청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역시 "비자 발급이 촉박하게 진행된 관계로 일정 안내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고우석은 이제 미국에 도착한 뒤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의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에서 적응에 나설 예정이다. 샌디에이고의 스프링캠프는 12일(이하 한국시간)에 시작한다.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보다 빠른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이유가 있다. 바로 오는 3월 20일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보다 좀 더 빠른 일정의 개막전이 잡혀있는 상황이라, 훈련 역시 일찌감치 시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샌디에이고는 12일에 투수와 포수만 스프링캠프 훈련지에 합류, 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17일에는 야수까지 모두 합류해 전체 훈련을 실시한다. 이날 샌디에이고의 또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김하성이 첫 공식 훈련에 임할 예정이다. 김하성은 고우석과 이정후보다 더욱 빠른 지난달 20일에 미국으로 출국한 바 있다.

한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은 지난 4일 "샌디에이고가 우완 불펜 투수 고우석과 2+1년 계약을 맺었다. 2026년 구단과 선수 합의를 통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상호 옵션이 포함된 계약"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고우석의 등번호는 21번으로 확정됐다.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상세한 계약 조건도 공개됐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조엘 셔먼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샌디에이고가 고우석과 2년 450만 달러(한화 약 59억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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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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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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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왼쪽)와 고우석. /사진=박찬호 SNS 갈무리
디 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고우석은 2024시즌 연봉 175만달러(약 23억원)를 수령한다. 이어 2025시즌에는 이보다 50만달러가 많은 연봉 225만달러(약 29억원)를 받는다. 여기에 1년 연장 옵션 조항을 실행할 경우, 고우석은 2026시즌 연봉으로 300만달러(약 39억원)를 받을 수 있다. 또 연장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고우석은 50만달러(약 7억원)를 가져간다. 따라서 고우석의 보장금은 총 450만달러인데, 결코 헐값이 아닌 셈이다.

또 이번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샌디에이고가 2024시즌 고우석을 1군 무대에서 분명히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김하성 역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1년 계약할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3년 차부터)을 계약 조건에 추가한 바 있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대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갈산초-양천중-충암고를 졸업한 고우석은 2017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 부동의 클로저로 활약했다. 2023시즌까지 KBO 리그 7시즌 통산 354경기에 출장해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마크했다. 개인 통산 총 368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305피안타(29피홈런) 163볼넷 401탈삼진 145실점(130자책)의 성적을 거뒀다. 2022시즌에는 42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왕에 올랐다. 올 시즌에는 44경기에 출장해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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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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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우석과 김하성의 조합도 기대를 모은다. 김하성은 지난 2021년 샌디에이고에 입단, 이제 올해로 빅리그 4년 차를 맞이했다. 특히 김하성은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에서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역사를 썼다. 고우석은 입국 기자회견 당시 "(김)하성이 형에게 먼저 연락드렸는데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외국에서 야구하는 데 있어서, 같은 리그에서 뛰었던 대표팀 선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며 "몸을 잘 만들어야 한다. 실제 타자와 대결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 그래야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 고우석은 "메이저리그에서 아직 첫 등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메이저리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쟁하는 위치이며, 잘 이겨내야 한다. 로스터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우석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도 생각해서 잠실에서 운동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꿈꿨던 장면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아직 내가 메이저리거라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불릴 만큼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많은 분이 1년 뒤에 떠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했다. 하지만 1년 동안 준비해 왔고 우승을 하면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내 가치를 평가받고 싶었다. 사실 미국 진출에 있어 가장 고민이 컸던 부분이 LG 구단과 열정적인 팬들이었다. 그랬기에 LG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었다. 또 포스팅으로 나가면 다시 돌아올 때 LG로 올 수 있기에, 올해 (미국으로) 나가는 걸 선택했다. LG 팬들에게는 그동안 보내주신 응원과 사랑에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영원히 떠나는 것이 아니다. 더 발전해서 돌아오겠다. 개인적인 꿈을 이루는데 정말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고우석을 빅리그로 보내면서 LG 구단 역시 이적료를 챙길 예정이다. 지난 2018년 개정한 KBO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구단이 선수와 합의한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이 중 20%를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한다. 또 2500만달러 초과 5000만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2500만달러의 20%인 500만달러와 2500만달러 초과 금액의 17.5%를 합해 이적료가 정해진다. 5000만달러를 초과할 경우에는 2500만달러의 20%와 2500~5000만달러의 17.5%인 937만5000달러, 5000만달러 초과 금액의 15%를 더한 금액이 이적료가 된다. 따라서 원소속팀 LG는 KBO 야구 규약에 따라 계약금의 20%인 90만 달러(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인 경우)를 받으며, 향후 고우석의 옵션 실행 및 계약 연장 여부에 따라 추가로 금액을 받을 수 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에서 그동안 한국 무대에서 달았던 익숙한 등번호인 19번과 작별한다. 대신 21번을 달고 뛴다. 이유가 있다. 19번은 샌디에이고의 영구결번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샌디에이고의 전설적인 타자 토니 그윈.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그윈은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338, 3141안타 135홈런 1138타점 1383득점 출루율 0.388, 장타율 0.459, OPS(출루율+장타율) 0.847의 성적을 올렸다. 15년 연속 규정 타석을 채우면서 3할 타자로 맹활약했다. 그윈은 1982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한 뒤 현역 유니폼을 벗은 2001년까지 20시즌 동안 오로지 샌디에이고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1994시즌에는 0.394라는 믿기지 않는 타율을 찍었으며, 타격왕도 8차례나 차지했다. 그윈은 후두암이라는 병마와 싸우다가 2014년 향년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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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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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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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2023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팀의 우승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당장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에서 어떤 보직을 맡을지도 관심사다. 무엇보다 샌디에이고의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게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어 고우석은 일본을 대표하는 클로저 마쓰이 유키 등을 비롯해 로버트 수아레스, 완디 페랄타 등과 클로저 자리를 놓고 뜨거운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미국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고우석의 역할에 대해 "논란의 여지 없이 KBO 리그의 최고 마무리 투수인 고우석은 경기 후반에 다양한 상황에서 등판 기회를 얻을 것"이라 전망했다. 일단 로버트 수아레즈가 9회 경기를 마무리 짓는 역할을 맡는 가운데, 고우석은 이보다 앞선 8회나 7회 혹은 6회에 구원 등판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영입한 좌완 파이어볼러 페랄타 역시 고우석의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에 따르면 페랄타는 샌디에이고와 4년 1650만 달러(약 220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페랄타는 2010년 신시내티 레즈와 국제 계약을 맺은 뒤 2016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뉴욕 양키스를 거치며 빅리그 통산 385경기에 등판해 19승 18패 61홀드 13세이브의 성적을 거뒀다. 345⅔이닝 동안 291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무엇보다 평균 시속 95.9마일(약 154㎞)에 달하는 고속 싱커가 그의 주무기다. 최근 소속 팀이었던 뉴욕 앵키스에서는 165경기에서 10승 9패 평균자책점 2.82라는 좋은 성적을 남기며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 팀에는 좋은 투수들이 많다. 앞으로 이들의 활용 여부에 관해 잘 준비해야 한다. 상대 팀에 따라 유연하게 불펜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수아레즈가 부상이나 부진 등으로 이탈한다면 고우석과 마쓰이 유키에게 기회가 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둘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지만,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성장한 자원들이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가 오는 23일부터 시범경기에 돌입하는 가운데, 과연 고우석은 어느 보직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벌써 한국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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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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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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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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