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오른쪽)와 통역 한동희 씨.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
한동희 씨는 KBO 리그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바로 지난 시즌 KBO 리그를 평정했던 NC 다이노스 출신의 에릭 페디의 통역이었다. 그런 한동희 씨가 올해는 한국이 아닌 미국 무대를 누빈다. 이정후와 함께. 둘은 어떻게 인연을 맺었을까. 바로 페디와 이정후의 미국 에이전시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한동희 씨를 소개했는데, 페디가 추천했다고 한다.
페디는 이제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올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빈다. 캠프 현장에서 만난 한동희 씨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한국말로 인사를 하고 다닌다더라"면서 "페디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도 정말 인간성이 좋았던 선수였다. 진짜 겸손했다. 한국에서도 우리의 문화를 배우려고 해서 잘 된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 나라로 돌아갔으니, 그런 부분에서는 노력 안 해도 되니까 조금 더 자신한테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그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며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한동희 씨는 "한국에서는 배구단에서 1년, 야구단에서는 2년 정도 통역으로 일했다. 이제 4년째다. 사실 통역을 어떻게 한다는 것보다는, 여태까지 담당했던 선수들이 저보다 운동을 다 잘하니까 배우면서 한다. 야구적으로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구에 집중하게끔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야구 외적인 면에 신경을 써준다든지, 스케줄을 한국어로 직접 바꿔서 만들어 준다든지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페디는 한동희 씨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다시 페디를 떠올린 한동희 씨는 "물론 페디가 정말 잘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아,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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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곁에서 바라보는 이정후는 어떤 선수일까. 한동희 씨는 "(이)정후 선수는 다 친하게 지낸다. 투수 메이슨이나, 마이클 콘포토, 오스틴 슬레이터도 있고, 파블로 산도발도 최근에 왔는데 엄청나게 이야기를 많이 한다. 워낙 다들 (이)정후 선수를 좋아해서, 제가 통역하기가 편하다. 말 그대로 '인싸'다. 선수들이 먼저 다가오기도 하는데, 먼저 다가가기도 한다. 원래 선수들을 서로 친하게 만드는 게 제 역할 중에 하나다. 그런데 그런 걸 억지로 만들지 않고, 정후 선수가 알아서 잘하다 보니까 저도 통역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고 있다. 너무 잘해요. 진짜"라면서 친화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정후의 영어 실력에 관해서는 "이대로라면 1, 2년 지나면 통역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라며 미소를 지은 뒤 "듣는 능력이 정말 좋고, 출발을 정말 잘 끊은 것 같다. 이제 정말 야구만 하면 될 것 같다. 너무너무 좋은 캐릭터다. 그래서 저도 옆에 있으면서 보고 많이 배운다"며 진심을 전했다. 이정후는 이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신 있게 영어를 구사하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런 이정후는 통역 한동희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정후는 '통역한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는 말에 "그렇죠. 동희 형. 제가 많이 부려 먹죠"라며 밝게 웃은 뒤 "일단 (영어로) 스케줄이 나온 걸 한국어로 번역 좀 해서 다 보내달라고 하면 동희 형이 다 해준다. 또 미국에서는 속도의 단위로 마일을 사용하는데, (한국에서 쓰는) 킬로미터로 다 바꿔서 보내달라고 한다. 제가 요구하는 게 많은데, 다 해주고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죠"라고 속마음을 꺼내 보이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먼 타지에서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한 곳만 바라본 채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면서 함께 뛰고 있다.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
이정후(왼쪽)와 통역 한동희 씨.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