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2', 낭만 합격인데..최현욱·홍경이 없다 [김나연의 사선]

사진=넷플릭스

낭만은 합격인데, 한끗이 아쉽다. 다시 돌아온 '약한영웅 Class 2'에는 최현욱과 홍경이 없었다.

'약한영웅 Class 2'는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이 다시는 친구를 잃을 수 없기에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기이자 찬란한 성장담을 그린다.


지난 2022년 공개된 '약한영웅 Class 1'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학원 액션 성장 드라마의 신기원을 열었다. 연시은(박지훈 분)이 자신을 둘러싼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와 친구들과 유대를 쌓아가는 과정, 혹독한 현실에 맞서 싸울 용기를 배워나가는 처절한 성장통이 큰 울림을 선사하며 수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등극했다.

3년 만에 돌아온 '약한영웅 Class 2'에서 연시은은 친구를 지키지 못했던 트라우마를 안은 채 '꼴통 학교'라 불리는 은장고로 전학 간다. 웃음을 잃고, 학교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다시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돌아간 연시은이지만, 흉흉한 소문이 낙인처럼 따라붙으며 그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최효만(유수빈 분)에게 괴롭힘당하는 서준태(최민영 분)에게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른다"라는 말을 건네며 의도치 않게 용기를 건넨다. 이에 연시은의 곁에는 박후민(려운 분), 서준태, 고현탁(이민재 분)까지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며 웃음을 되찾는다.


그러나 학교 안팎을 뒤흔드는 더 큰 폭력의 소용돌이가 연시은과 세 친구를 위협한다. 은장고를 일진 연합에 끌어들이려는 나백진(배나라 분)과 금성제(이준영 분)의 압박이 시작된다.

'약한영웅 Class 1'에 이어 연시은 역으로 출연한 박지훈은 이 작품의 정체성이나 다름 없다. 죄책감에 허덕이면서도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폭력에 맞설 수밖에 없는 연시은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눈빛 하나로 충분히 설명해냈다.

시종일관 무표정에 가깝고, 늘 공허함을 품고 있지만, 병원에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안수호(최현욱 분)가 엮인 일을 마주하면 금세 살벌하고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은 '약한영웅 Class 1'부터 이어온 서사에 몰입감을 높였다. 여기에 볼펜 그 이상의 도구를 활용한 더욱 처절해진 액션까지 박지훈은 '약한영웅' 시리즈의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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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 Class 2'에서는 연시은이 은장고로 전학 가는 만큼,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끈다. 다만, 탄탄히 뿌리내린 연시은이라는 나무가 있음에도 줄기는 옆으로 뻗어나가지 못한다.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 아닌, 어딘가 비어있는 서사 때문이다.

'약한영웅 Class 1'에서는 안수호부터 오범석(홍경 분)까지 연시은을 둘러싼 인물들의 결속과 대립 사이 감정이 세밀하게 쌓여 몰입을 이끌었다. 그러나 '약한영웅 Class 2'에서는 연시은과 새롭게 우정을 나누고, 연대하는 인물들 간의 서사가 '건너뛰기'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서로 감정을 나누는 듯한 장면이 부족하고, 연시은이라는 중심인물과의 관계성의 여백 탓에 악에 받쳐 처절하게 싸우는 이들의 모습에서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약한영웅 Class 2'에서는 바쿠(박후민)와 나백진의 과거 우정에서 비뚤어진 현재까지 이어지는 서사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 그러나 짧은 회차 안에 서사를 설명해야 하다 보니 자꾸만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가 뜨며 시청자들에게 행동의 이유를 설득하지 못한다. 지루할 틈 없는 전개가 이어지지만, 새로운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하는 두 사람의 감정 연결고리가 헐거워지니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액션신에서도 큰 울림을 주진 못하는 모양새다.

서사의 부족은 각 캐릭터 매력의 약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약한영웅 Class 1'은 박지훈과 최현욱, 홍경의 시너지가 빛난 작품이다. 이는 '약한영웅 Class 2'에서 최현욱과 홍경이 짧은 등장만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약한영웅 Class 2'에서는 이들만큼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에 힘입어 여전히 "낭만 합격"이라는 대사는 '약한영웅'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약한영웅' 시리즈에 대한 큰 기대감 때문일 터다.

그러나 '약한영웅' 시리즈가 여전히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학원물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시기, 우정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오롯이 아이들이 대가를 치르게 되는 사회 시스템을 조명하며 '약한영웅'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했다.